망각과기억 사이에 중간 단계가 있다면, 이 단계는 무의식적인 것이다. 진짜 이름을 찾기까지 우리가 통과하는 이런 단계적 이름들은 전부 틀린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진짜 이름에 접근하는것을 도와주지 않는다. 정확히 말해 이름이라고도 할 수 없는그것은 우리가 이름을 되찾아도 발견되지 않는, 단순한 자음의 나열에 불과하다. 게다가 무(無)에서 현실로 넘어가는 이런정신작용은 매우 신비스러워서, 이 가짜 자음도 결국은 우리가 정확한 이름을 포착할 수 있도록 도와주기 위해 서툴게 내밀어진 예비 장대인지 모른다. - P103
성도착자는 이 우주에 자기 같은 부류는 자신이 유일하다고 믿는다. 나중에 가 - P124
서야 - 이 역시 과장된 사실이지만 ㅡ 유일한 예외적인 존- 재는 바로 정상적인 남성이라고 상상한다. - P125
스완은 예언자의 나이에 도달했다. 물론 병의 영향 때문이긴 했지만 마치 얼음덩어리가 녹으면 모서리 전체가 떨어져 나가듯 얼굴 윤곽 전체가 사라진, 상당히 변한 모습이었다. 나 자신과의 관계에서도 그가 얼마나 변했는지 나는충격을 받지 않을 수 없었다. - P169
나는 내 마음을 일종의 진열장인 양 스스로에게열어 보이고, 다른 사람들은 알지 못했을 그토록 많은 사랑을 하나하나 바라본다네. 그리고 지금 내가 다른 무엇보다도애착을 가지는 이런 수집품에 대해, 마자랭* 이 그의 책에 대해 말한 것처럼, 게다가 어떤 고뇌도 없이 이 모든 것을 떠나는 게 조금은 귀찮을 뿐이라고 중얼거린다네. - P190
누군가를 기다릴 때면, 소리를 받아들이는 귀로부터그것을 세밀히 조사하고 분석하는 정신에, 또 그 정신에서 결과를 전달하는 마음에 이르기까지, 이런 이중의 궤적이 너무도 빨리 전개되므로 우리는 그 지속을 지각하지 못하고 곧바로 우리 마음과 더불어 듣는다고 생각한다. - P236
적어도 어머니에 대한 감정과알베르틴에 대한 감정이라는 이 두 요소는, 그날 저녁과 그 후에도 오랫동안 서로 분리되어 있었다. 그러나 이미 이날 전화에서 들은 마지막 말로부터 나는 알베르틴의 삶이 내게서 먼거리에 위치하고 있어 (물론 물리적 거리는 아니지만) 내가 그 삶을 손안에 넣으려고 할 때마다 언제나 힘든 탐색을 해야 하며, 더 나아가 그 삶은 야전 요새처럼, 또 보다 안전을 기하기 위해 우리가 나중에 관습적으로 ‘위장된 요새‘라고 부르게 된 그런 종류의 것으로 조직되어 있다는 걸 깨닫기 시작했다. - P240
사교계의 현상은(예술적 움직임과 정치적 위기에 비하면, 또 대중의 취향을 연이어 사상극과 인상파 회화, 독일의 복합적인 음악과 러시아의 단순한 음악, 사회 사상과 정의 사상, 종교계의 반응과 애국심의 폭발 쪽으로 이끌어 가는 그런 진화에비하면 매우 열등한) 물론 어느 정도는 개인의 흥망성쇠를, 멀리 있는 파편적이고 불확실하며 흐릿하고 변하기 쉬운 형태 - P254
로 반사한다. 따라서 살롱이 다만 인간의 성격 연구에 적합한 정태적인 부동성 속에서만 묘사된다 해도, 살롱의 성격 또한REPA거의 역사적이라고 할 수 있는 움직임 속에 휩쓸리기 마련이mook다. 지적 진화를 조금이나마 진지하게 배우고 싶은 사교계 인사들이 품은 그런 새로운 것에 대한 취향이 그들로 하여금 그진화를 좇아갈 수 있는 사회 그룹을 드나들거나, 또 그때까지알려지지 않았던, 탁월한 정신 상태에 대한 희망을 아직 신선한 상태로 지닌 어느 안주인을 향해 기울어지게 하는 것이다. 반면 오랫동안 사교계에서 권력을 행사하던 여인들의 경우, 이런 정신 상태에 대한 희망은 이미 시들고 퇴색해진 탓에, 그여인들의 강점과 약점을 다 아는 사교계 인사들의 상상력에더 이상 호소력을 갖지 못한다. 이처럼 각각의 시대는 새로운여성이나 새로운 여성들의 그룹에서 구현되며, 이런 여성들은 그 시대의 가장 새로운 호기심을 자극하는 일과 밀접하게연관되어 있어, 마치 최근의 홍수에서 생겨난 낯선 종의 출현처럼 그들의 옷차림과 더불어 이제 막 그 순간에 나타난 듯 보이지만, 실은 새로운 통령 정부 시대나 새로운 총재 정부 시대가 시작될 때마다 나타나는 매력적인 미인인 것이다. - P255
추억에 의해 선택된 이미지는 우리의 상상력으로 형성되고현실로 파괴된 이미지만큼이나 그렇게 자의적이고 비좁고 포착하기 힘들다. 우리 밖에 있는 실제 장소가 몽상으로 채색된그림보다 기억 속의 장면을 더 잘 보존할 이유도 없다. 게다가새로운 현실은 우리를 떠나게 했던 욕망마저 어쩌면 망각하고 증오하게 할지도 몰랐다. - P273
사랑하는 이가 죽으면 우리는 다른 사람이 될까두려워 망자의 실제 모습만을 찬미하며, 당시 이미 우리의 모습이었으나 다른 것에 섞여 있던 모습을 배제하고, 오로지 망자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만을 물려받으려 한다. 이런 의미에서(우리가 보통 듣는 그렇게 모호하고 거짓 의미에서가 아니라) 죽음은 헛되지 않으며, 망자는 계속해서 우리에게 영향을 미친다고 할 수 있다. 망자는 산자보다 많은 영향을 미치는데, 그이유는 진정한 실재란 정신작용의 대상이기 때문에 정신을통해서만 표출되며, 우리는 나날의 삶이 감추는 것을 사유에의해 재창조할 때에야 진정으로 그것을 인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끝으로 망자에 대한 이런 그리움의 의식에서, 우리는 망자가 생전에 좋아했던 것을 맹목적으로 숭배하고 싶어 한다. - P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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