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0년 동돌궐의 붕괴라는 생각지도 않았던 돌발 상황은 태종에게 새로운고민을 안겨주었다. 이것은 기존의 중원 왕조들처럼 장성 이내의 내지를안정시키는 데 초점을 맞출 것인가, 아니면 이를 기반으로 유목 세력들을통제해 대외적으로도 안정적 질서를 확보할 것인가에 그치지 않았다. 왜냐하면 실패로 끝나버린 돌궐의 숙제가 이제 중원을 통일한 태종의 몫이되었기 때문이다. 그는 이제 단순한 중국의 황제가 아니라 과거 돌궐이 중앙아시아까지 통합한 거대 제국으로 성장, 발전했던 경험을 어떻게 공유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할 위치에 섰다.
그런데 태종이 과거 돌궐 유목제국과 같은 거대한 세계, 이른바 ‘세계제국世界帝國‘을 구축해 돌궐의 재등장을 원천적으로 봉쇄함과 동시에무한 역사적 위업을 이루어내는 것은 당장 현실적으로 가능한 일이 아니었다. 당시 태종에게는 통일 직후에 필요한 내적 안정과 함께 당장 투항해 - P330

온 돌궐, 그리고 새롭게 몽골 초원에서 세력화한 설연타와 기존의 서돌궐세력 등에 대한 대응 등 수많은 현안이 가로놓여 있었다.
따라서 태종은 북방의 위협을 해소하는 과정에서 투항해 내려온 유목민들을 안정시키기 위한 대책을 수립해야만 했다. 이것은 궁극적으로 바로 앞서 지적한 최종 목적을 이루기 위한 출발점이었다. 왜냐하면 태종이이 문제를 성공적으로 해결하고, 나아가 거대 유목제국을 세웠던 돌궐의유산을 받아들여 적극 활용한다면 새로운 숙제 역시 해결해낼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 P331

동돌궐이 붕괴할 무렵 경쟁 관계에 있던 서돌궐에서도 톤 야브구 카간이 사망함에 따라 새로운 상황이 전개되었다. 그동안 하나로 통합되어 세력을 확대하던 서돌궐 역시 타르두쉬 카간의 후예를 중심으로 한 누시비르(Nushibir로 추정. 노실필弩失畢)와 아파 카간의 후예를 중심으로 한 둘룩(Dulug으로 추정. 돌육毗陸)이 분열되면서 동서의 대결을 벌였다. 누시비르는 주로 서돌궐 서부에서, 둘룩은 동부 영역을 중심으로 세력을 확보해나갔다. 따라서 서돌궐의 분열로 동돌궐에 반기를 든 뒤 세력화를 시도해당조의 인정을 받은 설연타가 더욱 부각할 수 있었다. 설연타는 초원의 권력 공백을 이용해 몽골 초원을 무대로 투르크계 유목 부락들을 통일한다음 하나의 세력을 형성했다.
630년을 전후로 한 동돌궐의 붕괴와 서돌궐의 분열, 그리고 설연타의부상 등으로 유목 세계는 크게 요동쳤다. 이런 정세는 통일 제국으로 부상한 당조에는 기회였지만, 반대로 패망한 뒤 당조의 통제를 받게 된 아사나에게는 치명적인 어려움을 주었다. - P332

태종이 돌궐에 대한 견제를 강화해나간 것은 북변의 안정이 그만큼 중요했음을 의미한다. 이것은 단순히 돌궐이 반기를 들지 못하도록 안정키기 위한 대책만이 아니라 당시 중요한 변수였던 설연타의 성장을 제어해야 하는 상황과도 깊은 관련이 있었다. 이들을 모두 제대로 통제하는 것자체가 동돌궐이 붕괴한 뒤 국제 질서를 자기 주도로 되돌리려고 했던 태종에게 아주 중요했다. 삼자의 새로운 관계 형성을 목표로 태종이 돌궐에새롭게 대응해나감에 따라 당조에 투항한 돌궐 내부에도 커다란 변화가생길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 P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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