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사나는 초원의 새로운 황금씨족이 되어 유목 군주로서 ‘외튀켄‘을 중심으로 한 지역에 오르두, 즉 조정을 설치하고 그 내부에 다양한 관제를 만들었다. 이를 통해 자신을 중심으로 한 행정 체계를 구축함과동시에 외연을 동서로 구분해 종실인 아사나의 자제들에게 백성인 ‘보둔‘을 나누어 통제하게 함으로써 돌궐 국가인 ‘일‘을 새롭게 조직해냈다. - P169
돌궐의 발전과 관련해 가장 중요한 점은 돌궐이 에프탈을 무너뜨리고시르다리야Sir Darya 연안까지 진출함에 따라 동서 교역로 상에 위치한 대 - P182
부분의 오아시스를 부용 집단으로 확보한 것이었다. 이것은 소그디아나Sogdiana(속특粟特) 또는 소그디아Sogdia라고 불리는 오아시스에 대한 통제와 연결되면서 단순히 기존에 몽골 초원에서 접촉했던 정도가 아니라 대부분의 국제 상인들, 이른바 소그디아나 출신 상인(이하 ‘소그드 상인‘으로통칭)들을 적극적으로 장악했다는 의미였다. 그리고 중국에서부터 페르시아에 이르는 거대 권역이 최초로 하나의 체제로 통합된 사상 유례가 없는 상황의 출현이었다. - P183
이와 같은 외교 관계의 설정은 돌궐이 앞에 열거한 거대한 국가들과 직접 외교 관계를 맺을 만큼의 위상을 가진 국가로 성장했음을 보여준다. 이것은 아사나를 중심으로 한 핵심 집단과 이를 적극 지지하는 연맹 집단, 그리고 국가의 토대가 되는 종속 집단과 그의 외연을 싸고 있는 다양한 부용 집단이 하나로 결속된 제국 규모의 ‘일‘의 성립이었다. 특히 초원만이아니라 이를 정치·경제·문화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오아시스 세계까지자신의 기치 아래 하나로 통합하면서 그 주변에 위치한 거대 문명권을 보다 활발하게 연결시킬 수 있었다. 이렇게 등장한 새로운 거대한 유목제국인 돌궐은 과거와 같은 분절적인 체제가 아니라 비문 자료에서 ‘퀵 투르크‘라고 부른 하나의 정체성을 가진 세계였다. 그리고 이를 묶어냈던 권위의 근원은 새롭게 등장한 황금씨족이 된 아사나의 성장에서 기인했는데, 이것은 중앙아시아 세계의 향후 전개 과정에 엄청난 영향을 미칠 만큼 강력한 것이었다. - P190
돌궐은 유목 권력과 상인 관료집단이 서로의 장점을 바탕으로 이른바 ‘정경유착‘을 통해 최대의 이익을 창출하려는 ‘중상주의적 교역 국가‘로의 지향을 보여주었다. 돌궐 중심의 국제 질서를 기반으로 한 안정적인 재화 구득과 유통 체제구축을 통한 이익의 독점은 유목 군주와 결탁한 일부 상인 관료들의 권력을 강화하는 데 도움을 주었고, 이는 더 많은 이익을 추구하기 위한 노력으로 이어졌다. 이런 일련의 움직임은 결국 유목제국의 발전으로 이어졌다 - P220
타스파르카간사후 계승 분쟁 과정에서잠재되어 있던 앙금이 수조에 대한 원정 실패, 몽골 초원에 있는 투르크계유목 부락들의 반란, 심각한 자연재해, 주변 복속 지역의 이반, 그리고 종실 내부 반대파에 대한 대카간의 공격 등으로 인해 더 이상 봉합되지 못하고 한꺼번에 폭발했던 것이다. - P248
일릭 초르 카간을 밀어낸 아크 탁(백산白山) 주변의 계필과 알타이 서남부에 있던 설연타는 계필추장계필가릉契楞을 베젠 바가 카간(BezenBagha qaghan으로 추정. 이물진막하가한易勿眞莫何可汗)으로 추대하고 탐한산貪汗山(톈산 산맥 동쪽 줄기에 있는 최고봉 보그도 울라) 주변을 근거지로 삼아국가 건설을 선언했다. - P268
이때 양제가 무리하게 북순을 추진한 것은 적대 세력화하고 있는 동돌궐을 제압해 추락한 자신의 권위를 다시금 회복하고자 함이었다. 이제까지 그 어떤 세력보다 자신의 의지대로 움직였던 동돌궐을 위압할 수 있다는 점을 대내외적으로 자랑하고자 했으나 이것은 양제의 착각이었다. 견제를 받았다고 판단한 세비 카간은 순행을 자신에 대한 공격으로 여기고이에 강력한 군사적 대응을 했다. 북방 순행을 성공해 대내적 안정을 확보함과 동시에 주변 세력을 위압하려고 했던 양제의 구상은 완전히 무너질수밖에 없었다. 반대로 동돌궐의 세비 카간은 대규모의 기습 공격을 펼쳐 북순에 나섰던 양제를 포위 공격함으로써 연이은 고구려 원정의 실패로 약화된 수조에 치명타를 날렸다. 돌궐은 이를 계기로 수조의 붕괴를 가져오게 했을 뿐만 아니라 일릭 뒤 카간 이래 중국의 종속 변수로 저락低落했던 자신들의 처지를 반전시켜 오히려 중국을 압도할 수 있는 위치에 올라섰다. - P292
이후 동돌궐은 혼란에 빠진 북중국의 다양한 할거 세력들과 관계를 설정하면서 이를 바탕으로 중국을 대신해 국제 질서를 주도하며 과거 거대 유목제국 돌궐의 영광을 회복하기 위한 노력을 시작했다. 돌궐은 수조가 중국을 통일한 뒤 동서의 분열과 상쟁으로 고비 남부로 내려가 중국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던 자신들의 한계를 극복하고, 동서 세계를 연결하는 교통로를 재개통해 교역을 지향하는 체제를 다시 구축해낼 수 있느냐의 시험대에 올라섰다. - P293
동돌궐은 중국 내지에 적극 간섭해 자신들의 이익과 위상을 확보하면서 이를 보다 쉽게 만들기 위해 심지어 양제 사후에 수조를 다시 복벽시켜 괴뢰 정권을 세우기도 했다. 하지만 양정도 정권이 제대로 성장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한 상태에서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그리고 동돌궐이 주도한 복벽이 오히려 기존 북중국 여러 할거 세력과의 갈등을 유발했을 뿐만 아니라 명분에서도 수조를 원하지 않던 상황을 고려해보면 정당성조차 얻지 못하는 역효과를 가져오기도 했다. 게다가 북중국에 대한 약탈을 계속 벌인 것 역시 중원 세력과의 갈등을촉발하면서 여러 세력 중 하나에 불과하던 당조가 급속하게 성장하는 것을 도왔다. - P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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