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에서도 아주 구식이어서 그런지 저는 옛 작품이 그렇게 싫지 않습니다. 아마도 제 말을 안 믿으실지도 모르겠지만, 저녁에 제 아내가 피아노 앞에 앉으면 오베르나 부아엘디외, 심지어는 베토벤의 옛 곡을 청하는 일이 가끔 있죠. 바로제가 좋아하는 곡들이니까요. 하지만 바그너의 음악을 들으면 바로 잠이 오더군요."
"그 점은 당신이 틀렸어요."라고 게르망트 부인이 말했다.
"바그너 음악이 견디기 어려울 정도로 긴 건 사실이지만, 그래도 그는 천재예요. 「로엔그린」은 걸작이고, 「트리스탄」에도 여기저기 대단히 흥미로운 부분들이 있어요. 그리고 「방황하는 네덜란드인」에서 실 잣는 소녀들의 합창은 일품이죠." - P299

나는 그녀의 눈과 무겁게 질질 끌면서 씁쓸한 맛을 풍기는 목소리를아보기 시작했다. 이 눈과 이 목소리에서 나는 콩브레 자연의많은 걸 되찾을 수 있었다. 물론 목소리가 때때로 거친 대지를나타내기까지는 여러 요소들이 작용했다. 거기에는 게르망트가문의 한 분파로서 지방에 더 오래 남아 보다 대담하고 야생적이며 도발적인 가문의 지방색 짙은 근원이 있었으며, 품위란 것이 입술 끝으로 말하는 데서 오는 게 아님을 잘 아는 진짜 품위 있는 사람들과 지적인 사람들의 습관, 그리고 또한 부르주아들보다 그들 영지의 농민들과 더 가깝게 지내는 귀족들의 습관이 있었다. 이 모든 특징들은 게르망트부인의 여왕과 같은 위치 덕분에 더 쉽게 전시되었고, 감추어진 모든 것들을 밖으로 드러나게 할 수 있었다. - P306

"마마께서는 졸라가 손에 닿는 것은 모두 웅장하게 만든다는 걸 주목하셨겠죠. 바로…… 행운을 가져다주는 것만 만진다고 생각하시겠죠. 하지만 그는 그걸로 뭔가 거대한 걸 만든답니다. 그는 서사시에서 말하는 진흙탕의 시인이에요! 분뇨담의 호메로스예요! 그 사람은 캉브론의 말을 쓰는 데 대문자가 충분치 않나봐요." - P314

"엘스티르의 그림을 감상하기 위해서는 딱히 박식할 필요도 없네. 그의 그림은 단순한 채색 스케치에 지나지 않으며, 그렇게 정교하게 작업된 것도 아니네. 스완은 뻔뻔스럽게도 우리에게 그가 그린 「아스파라거스 한다발」을 사게 하려고 했네. 그 그림은 여기 우리 집에 며칠 동안 있었네. 그림 속에는 자네가 지금 삼키는 것과 똑같은 아스파라거스 한 다발밖에 아무것도 없었지. 하지만 나는 엘스티르가 그린 아스파라거스를 삼키길 거절했네. 300프랑이나 요구했거든. 아스파라거스 한 다발에 300프랑이라니! 맏물이라고 해도 20프랑이면 족한데 말이야! 아스파라거스 한 다발 값으로는 터무니없이 비싸다고 생각했네. 이런 것들에 그가 인물을 추가하기 시작하자 이번에는 뭔가 경박하고도 비관적인면을 띠기 시작했는데, 내 마음에는 들지 않더군. 자네처럼 세련된 정신과 뛰어난 두뇌를 가진 사람이 그런 것들을 좋아하다니 좀 놀랍네." - P318

억양이나 단어 선택에서 사람들은 게르망트 부인의 대화를 이루는바탕이 직접 게르망트 가문에서 나온 것임을 느낄 수 있었다.
이런 점에서 공작 부인은 새로운 사상과표현에 젖은 조카 생루와는 전적으로 달랐다. 칸트의 사상과 보들레르에 대한 향수로 혼란스러울 때 앙리 4세 시대의 세련된 프랑스어를 구사하기란 힘든 일이며, 따라서 공작 부인의 언어가 가진 순수함 자체도 실은 어떤 한계의 표시로 그녀에게서 지성과 감성 - P321

은 온갖 새로운 것들에 닫혀 있었다. 이 점에서도 게르망트 부인의 정신은 바로 그것이 배제하고(바로 나 자신의 상념을 구성하는 질료인) 또 그것이 배제함으로써 간직할 수 있었던 것, 즉우리를 진력나게 하는 성찰이나 도덕적인 배려와 신경증으로왜곡되지 않은 그런 유연한 몸의 멋진 활기로 나를 기쁘게 했다. 내 정신보다 훨씬 이전에 형성된 부인의 정신은 해변에서작은 무리의 소녀들이 걷는 모습이 내게 주었던 것과 유사했다. - P322

전에는 그들이 내가 생각도 할 수 없는 삶을 누린다고 상상했으나, 지금은 다른 남자들이나 다른 여자들과 비슷하며 단지 동시대 사람들에 비해 조금 뒤처진, 그러나 불균등하게 뒤처진 모습이었다. 즉 대다수 포부르생제르맹 부부들처럼 아내는 황금시대에 멈출 정도로 현명했지만, 남편은 과거의 척박한 시대로 내려갈 만큼 불운했으며, 다시 말해 아내는 여전히루이 15세 시대에 머무르는 데 반해, 남편은 말만 화려한 루이필리프 시대에 살고 있었다. 게르망트 부인이 다른 여자들과비슷하다는 사실에 나는 처음에는 일종의 환멸 같은 것을 느꼈지만, 지금은 그에 대한 반작용으로, 또 좋은 포도주의 도움을 받아 찬미하는 마음을 갖게 되었다. - P3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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