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자신이 부자인 푸아 대공은 열다섯 명의 젊은이로 구성된 우아한 사단에 속했으며, 뿐만 아니라 생루도 가담한 보다 폐쇄적이며 항상 붙어 다니는 4인방 그룹에 속했다. 언제나 함께 초대받는 그들을 사람들은 제비족 4인방이라고불렀고, 항상 같이 산책하는 모습을 보아 왔으므로 성관에 초 - P156
대할 때도 서로 통하는 방을 주었다. 더욱이 이들 4인방이 모두 미남인 탓에 이들이 은밀한 관계라는 소문도 떠돌았다. 나는 생루에 대해서는 가장 단호한 방식으로 그 소문을 부정할수 있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나중에 이 소문이 네 사람 모두에게 사실로 판명되었지만, 이들 각자는 반대로 나머지 세 사람에 관한 소문은 전혀 알지 못했다. 그렇지만 그들은 욕망을, 아니 차라리 원한을 해소하려고, 아니면 상대방의 결혼을 방해하거나 비밀이 발각된 친구를 지배하려고, 상대방에 관한소식을 알려고 무척 애를 썼다. - P157
사유의깊이를 작품에 반영하기 위해 예술가가 직접 작품 속에 자신의 사유를 표현할 필요는 없다. 신에 대한 최고의 찬사는 ‘창조’가 너무 완벽해서 창조자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는 무신론자의 부정에 있다고 하지 않는가. - P172
엘스티르는 자신이 느낀 것에서 이미 알고 있는 것을 제거하려고 노력했다. 그의 노력은 우리가 자주 시각이라고 부르는 그 논리적 추론의 집합체를 해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엘스티르는놀랍게도 자신이 그린 ‘흉물‘을 싫어하는 사람들, 샤르댕이나페로노, 그리고 사교계 인사들이 좋아하는 다른 수많은 화가 - P179
들을 찬미했다. 그들은 엘스티르가 실재 앞에서 그 자신을 위해(어떤 유형의 탐색에 대한 취향을 보여 주는 특별한 지표와 더불어) 샤르댕이나 페로노와 동일한 노력을 했으며, 따라서 엘스티르가 자신을 위해 작업하기를 멈출 때면 이들 화가들에게서 자신과 동일한 유형의 시도와 자신의 작품을 예고하는 단편들에 감탄한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그러나 사교계 인사들은 그들로 하여금 샤르댕의 그림을 좋아하게 하고 적어도별다른 거북함 없이 그 그림을 보게 한 ‘시간‘이라는 전망을생각 속에서나마 엘스티르의 작품에 첨가하지 못했다. - P180
게르망트 사람에게 있어(비록 어리석은 사람이라 할지라도) 지적인 존재란 남을신랄하게 비판하고 악의적인 말을 할 줄 알고 논쟁에서 이긴다는 걸, 또 그림이나 음악과 건축에 관해 상대방에게 맞서고영어를 말할 줄 안다는 걸 뜻했다. 쿠르부아지에는 지성에 대해 이보다 호의적이지 않았으며, 만약 그들 세계에 속하지 않는 누군가가 지성인이라면, ‘필시 자기 아버지와 어머니를 죽일 놈이다.‘란 의미와 그리 멀지 않았다. 쿠르부아지에에게 있어 지성이란 도적들이 사용하는 일종의 지렛대 같은 것으로, 그 덕분에 하와인지 아담인지도 전혀 알지 못하는 놈들이 가장 존경받는 살롱의 문을 부수고 들어오기 때문에, 따라서 이런 ‘부류’의 사람들을 받아들이다간 머지않아 반드시 후회하게 되리라 여겼다. 아무리 무의미한 말도 사교계 인사가 아니라 지적인 사람이 말하면, 쿠르부아지에 사람들은 그 말을 체계적으로 불신했다. - P217
평등 사회에서의 예절은 철도의 발달과 비행기의군사적 이용보다 더 큰 기적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설령 예절이 사라진다 해도 그것이 불행이라는 증거는 아무 데도 없다. 끝으로 사회란 사실상 민주화되어 감에 따라 점점 더 은밀한방식으로 서열화되어 가는 게 아닐까? - P239
사교 생활의 공허함이 망가뜨린 게르망트 부인의 지성과 감성은 너무 자주 흔들리는 탓에, 뭔가에 열중하다가도 금방 싫증을 내고(그녀가번갈아 추구하다 버린 지성의 유형에 또다시 끌려갈 준비가 되어 있는) 어느 마음이 착한 남자에게서 발견한 매력도 그 남자가 지나치게 자주 그녀 집에 드나들거나 그녀가 줄 수 없는 조언을지나치게 그녀에게서 구하면 곧 귀찮다는 생각으로 바뀌었는데, 부인은 이런 귀찮음이 그녀의 찬미자 때문에 생겨난 것이라고 여겼지만, 실은 우리가 쾌락을 추구하는데도 쾌락은 얻 - P266
지 못하고 그저 쾌락을 추구하는 것으로 만족해야 할 때 느끼는 무력감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공작 부인에게서 판단의 변화는 그녀의 남편을 제외하고 모든 사람에게 해당되었다. 남편은 그녀를 한 번도 사랑한 적이 없었다. 그녀는 그에게서 언제나 강철 같은 성격, 그녀의 변덕에도 무관심하고 아름다움도 경멸하는 난폭한 성격, 결코 남에게 굽히지 않는 의지를 느꼈으며, 이런 의지의 지배를 받을 때에야 예민한 인간은 비로소 안정을 찾는 법이다. - P267
공작에게서 삶의 모든 관심사는 그가 한 번도 사랑한적 없으며 계속해서 배신해 온 이 여인의 외부 세계에 있었다. 공작 부인이 피로를 느끼기 시작하면, 사람들은 게르망트 씨가 자리에서 일어나 목걸이가 안감에 걸리지 않도록 바로잡 - P282
아 주면서 손수 외투를 부인에게 입혀 주는 등 열성적이고 정중한 보살핌으로 출구까지 길을 내는 모습을 보았는데, 한편부인은 이러한 남편의 보살핌에서 단순한 처세술의 표시만을 보는 듯 사교계 여인의 냉담한 표정으로 받아들였고, 때로는 더 이상 잃어버릴 환상이 남지 않은 미망에서 깨어난 아내의, 조금은 냉소적인 씁쓸함으로 받아들였다. 그러나 이런 겉모습에도 ㅡ 이미 지나간 먼 시절, 그러나 아직 살아 있는 사람에게는 그 흔적이 여전히 남아 있는 먼 시절로 마음속 깊은곳의 의무를 표면으로 옮겨 놓은, 예절의 또 다른 부분인 이런겉모습에도 공작 부인의 생활은 그리 순탄치 않았다. - P2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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