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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에 선 페미니스트 - 페미니스트 법 이론
낸시 레빗.로버트 베르칙 지음, 유경민 외 옮김 / 한울(한울아카데미) / 2020년 11월
평점 :
서로 비슷하면서도 다른 다양한 종류의 페미니스트 법 이론들이 존재한다. 그러나 페미니스트 법 이론은 공통적으로 다음 두 가지 특성을 공유한다.
바로 사회를 바라보는 관점(observation)과 나아가야 할 목표(aspiration)다. 먼저 페미니스트는 현재 남성이 누리는 권력과 특권은 남자들만이 이 세상을 만드는데 참여했기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라고 생각한다. 모든 페미니스트 법학자는 남성은 역사상 존재했던 모든 문명의 법을 만드는 데 빠짐없이 참여했다는 명백한 사실을 강조하면서 미국 역사에서 남자가 만든 법이 남자에게 유리하게 적용된 것은 우연이 아니라고 본다. 다음으로 모든 페미니스트는 여성과 남성이 정치, 사회, 경제적으로 평등하다고 믿는다. 그러나 페미니스트들은 평등의 의미가 무엇이고 어떻게 평등을 달성하는지에 관해 의견을 달리한다 - P28
대한민국 국민 중 헌법을 읽거나 공부해 본 이들이 얼마나 될까? 법관이 되기 위해 필요하여 공부하는 것이 아니면 대부분은 개인적으로 법적 싸움에 휘말리거나 아니면 사회에 어떤 문제적 사건이 벌어져서 법리 해석에 따른 논쟁이 있을 때 해당 조항을 확인하지 않을까.
나도 그 대부분의 사람에 속한다. 솔직히 법이라는 것을 몰라도 사는데 지장이 없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과거 월급을 못 받아서 고통 받던 일과 더 과거로 가면 집안에 돈 때문에 타인과 분쟁이 생겼을 때 몰라서 당했던 일이 생각났다.
법을 어설프게 알거나 제대로 모르면 당하는 일이 사실은 너무나 비일비재하다.
요즘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는 전세사기의 경우도 마찬가지가 아닌가. 건설사, 공인중개사 등은 법의 허점을 노리고 덤벼드는데 계약자는 그 빈틈을 제대로 알지 못해 당한다. 언제까지 각자도생이라고 그냥 넘길 것인가. 법의 구멍이 있다는 것을 확인하면 우리는 적극적으로 법의 개정을 주장해야 하는 것이다.
여성들이 법을 알아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리가 보편 윤리라고 알고 있는 것이 사실은 가부장제에 의해 생성된 것이고 지금까지 대부분의 법이 남성에 의해 만들어져 여성들에게는 불리했기 때문이다.
이 책은 과거 미국 여성들이 법적으로 어떤 권리를 위해 싸워왔는지 여성들의 지난한 소송(법적 싸움)의 역사를 알려준다. 그러기 위해서는 페미니즘의 역사를 훓어볼 수밖에 없는데 1장에서는 때문에 페미니즘의 역사와 정립된 이론을 소개한다.
그리고 이후에는 그 페미니즘 이론이 실제 어떻게 법으로 만들어지는지 맥락화하여 보여준다.
특히 동등대우 이론(남성과 여성이 동등한 대우를 받아야 한다)과 문화 페미니즘(남녀 차이와 가치관의 차이에 따라 대우는 달라야 한다)은 서로 상반된 주장을 하기 때문에 실 사례에서도 논쟁이 많았던 이론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문화 페미니즘과 지배 이론(여성과 남성은 힘의 차이가 존재한다)은 서로 비슷한 것 아닌가 생각했는데 지배 이론은 특히 가부장제를 문제 삼는다는 것이 특징인 것 같다.
다양한 법적 주제를 담고 있는데 개인별로 관심이 가는 부분이 다를 것이라 생각한다.
나의 경우는 아무래도 직업과 고용, 교육, 섹스와 폭력에 특히 주목하여 보았던 것 같다.
몇 년전 남성과 여성의 급여율에 대한 비교 리포트를 기사에서 보았었다(아마 주기적으로 조사가 이루어질텐데). 그 비율이 충격적이었던 것인지 지금도 그 비율이 기억이 난다. 69%였던가.
그러니까 남성이 100만원 받을 때 여성이 69만원 받는다는 이야기다.
전문대학이긴 하지만 학교를 졸업하고 어렵게 입사를 했다. 대기업에 들어갈 수 있다면 좋겠지만 나는 하루 빨리 취업을 해야 했고 돈을 벌어야 했다. 입사하자마자 내 급여가 얼마였는지 지금도 기억나는데 솔직히 창피해서 말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문제는 초봉이 그랬다고 하더라도 매년 연봉이 오를텐데 나는 너무 더디게 올라간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같은 조건에서 남성과 초봉이 얼마나 차이나는지는 모르겠지만 같다고 하더라도 남성들은 희한하게 나중에 보면 비율이 나와 다른 것이다.
아무튼 나는 5년이 지나고 10년이 지났는데도 얼마 오르지 않았다(천 단위 올라가는 것이 왜 그리 오래 걸리는지...). 안 그래도 박봉인데 나는 늘 중소기업, 그것도 잘 나가는 회사가 아닌 곳들만 전전하며 다녀서인지 회사가 망하지 않으면 다행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물론 임금이 성별에만 좌우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가방끈의 길이에 따라, 전문성(스킬)에 따라, 태도 등 여러 가지 평가 기준이 있겠지만 이런 것을 생각할 때마다 내가 굳이 이걸 하면서 먹고 살아야 하나 하는 자괴감도 들었고 내가 남자였다면 좀 더 나았을까 싶기도 했다.
직업군 별로 여성의 비율이 높은 직업이 있고 남성의 비율이 높은 직업이 있다. 물론 꾸준이 이 비율의 차이가 줄어든다지만 여전히 교사, 간호사 등은 여성의 비율이 높고 트레이너, 군인, 지게차 기사, 철강/기계 종사자 등은 남성의 비율이 높다.
애초에 이런 직업들은 남성 또는 여성만 뽑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성소수자들의 경우에도 이로 인해 피해를 보기도 했다. 직업 간의 장벽이 사라지고 넘나듦이 자유롭게 이루어져야 직업적인 차별도 줄어들지 않을까.
아무래도 미국 사례이다보니 재미는 덜하다. 그러다보니 한국 법 사례는 어떨까를 계속 생각하며 읽었던 것 같다. 관련 책이 있을 지는 모르겠고 없다면 이런 책이 나와주면 좋겠다.
법은 실생활에 적용되는 만큼 중요한 것이다. 관심을 가지고 꾸준히 지켜보면서 법적 권리의 싸움에서 패소/승소하는 사례가 누적되어야 더 나은 사회가 될 것이다.
여성 문제를 묻는다는 것은 겉보기에 중립적인 듯한 법률이 어떻게 성편향을 가지고 있는지를 드러내기 위해 데이터를 사용하는, 어느 정도는 실증적인 평가이다. 여기서 특정한 법률이 여성의 경험을 고려하는지, 법규범이 암묵적으로 하나의 성에 우호적인지, 사회적 관행이 불법적인 성적 고정관념을 조장하는지에 관해서 반드시 질문해야 한다. 젠더의 영향을 평가하는 사례에는, 특정한 고용주에 의해 승진된 남성과 여성의 숫자를 세어보는 것, 엄마와 아빠 중에 누가 더 아이의 양육권 분쟁에서 이기기 쉬운지를 기록하는것, 학교 수업에서 소녀와 소년의 대우에 관한 데이터를 축적하는 것이 포함된다. 조사 결과는 항상 여성에게 우호적이지만은 않은데, 남성 역시 법에서 성별 편향으로 불이익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 P6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