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은 그저 아름다운 여인의 이미지처럼 내 마음속에 몇시간 떠돌다가, 그 이미지가 나타나기 전에 품었던 낭만적인 관념과 더불어 점차 하나의 유일하고도 결정적인 연상 작용으로(어떤 다른 여성적 이미지와도 완연히 구별되는) 발전했으며, 따라서 추억이 가장 잘떠오르는 바로 이런 짧은 시간 동안 나는 그 추억이 정확히 어떤 것인지 알아야 했다. 하지만 그때는 이것이 얼마나 중요한 추억이 될지 전혀 알지 못했다. - P98

게르망트부인이 보여 주는 이런 상이한 얼굴들의 연이은 출현 덕분에그 얼굴들은 그녀의 옷차림이라는 전체적인 틀 안에서 때로는 비좁게, 때로는 넓게 상대적인 공간을 차지했고, 내 사랑은날마다 변하는 살과 옷감의 어느 특정 부분에도 고정될 수 없었으며, 내 마음의 동요도 이처럼 그녀가 날마다 살과 옷감을고치고 거의 온통 새것으로 만들어도 달라지지 않았다. 그녀의 살과 옷감을 통해 혹은 낯선 뺨이나 새로운 옷깃을 통해 내가 느끼는 것은 항상 게르망트 부인이었으니까. 이 모든 것을움직이는 그 눈에 보이지 않는 인간을, 그 적의가 날 슬프게하고 그 다가옴이 내 마음을 흔들어 놓는 인간을 나는 사랑했고, 이런 그녀의 삶을 사로잡아 거기서 그녀의 친구들을 내쫓고 싶었다. 푸른 깃털을 세우거나 불같은 안색을 보이거나 그녀가 하는 행동은 내 눈에 중요성을 상실하지 않았다. - P102

나는 물리적 세계만이 우리가 눈으로 보는 세계와 그 모습이 다르지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어쩌면 모든 현실이 우리가 직접 지각한다고 믿는 현실과 다르며, 또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우리에게 작용하는 관념의 도움을 받아 우리가 구성하는 현실과도다르다고 생각했다. - P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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