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부 오리엔탈리즘의 구성과 재구성

제1장 재설정된 경계선, 재정의된 문제, 세속화된 종교

부바르와 페퀴세는 관념과 현실을 함께거래하지 않는 것이 유리함을 알고 있었다. 이 소설의 결말에는 두 사람이 좋아하는 사상을 책으로부터 종이 위에 믿음직스럽게 복사하는 것에완전히 만족하는 장면이 묘사되어 있다. 지식은 더 이상 현실에 적용될필요가 없고, 침묵 속에 주석도 없이 텍스트로부터 텍스트로 복사되는것이다. 여러 가지 관념은 누구의 것인지도 모른 채 전달되고 확대되며,
누구의 것이라고 정해지지도 않은 채 반복되어 간다. 문자 그대로 상투적 관념이 된다. 그것들에게 중요한 것은 무조건 반복되고 반향되고 다시 반향되기 위하여 그것들이 그곳에 존재한다는 것이다.
《부바르와 페퀴세》를 위한 플로베르의 초고로부터 이끌어 낸 이 짧은에피소드는, 지극히 압축된 형태로 오리엔탈리즘의 특수한 근대적 구조의 틀을 보여 준다. 요컨대 오리엔탈리즘이란 19세기 유럽사상이 품었던 세속적(그리고 사이비 종교적인) 신앙 속의 한 가지 규율에 불과했다는것이다. - P211

그 제1의 요소로 동양은 이슬람의 여러 지역을 넘어 훨씬 멀리까지 확대되었다. 이 양적인 변화의 대부분은 유럽이 끊임없이 나머지 세계를탐험하고, 그 탐구의 범위를 확대한 결과였다. 기행문학, 공상적 유토피아, 도덕적 항해기, 과학적 조사보고서의 영향이 증대됨에 따라 동양은더욱더 분명하고 확대된 형태가 되었다. -> 확대 - P211

제2의 요소로서, 이질적이고 이국적인 것에 대하여 더욱 지적인 태도를 취하도록 조장한 사람들은 여행가와 탐험가뿐만이 아니라, 유럽의경험과 더욱 오래된 다른 여러 문명과의 비교가 유효한 것임을 인정한역사가들이기도 했다. -> 역사적 대결 - P212

사상가들의 일부에는 비교연구와 ‘중국으로부터 페루까지‘ 확대되는 인류의 비교에 의한 명확한 개관에 만족하지 않고, 그것을 대상의 공감적 동일화 sympathetic identification에 의해 초월하고자 하는 경향도존재했다. 이것이 근대 오리엔탈리즘의 길을 준비하는 제3의 18세기적요소이다. 오늘날 우리가 역사주의라고 부르는 것은 18세기적인 관념이다. 그중에서도 비코, 헤르더, 하만의 신념에 따르면, 어떤 문화도 유기적이며 내적인 일관성을 가지고 하나의 정신, 영혼, 풍토, 민족이념에의해 통합되어 있는 것이므로 외부인이 그것을 통찰하고자 한다면, 역사적 공감이라는 행위에 의해서만 비로소 가능하다. -> (역사적) 공감 - P213

오리엔탈리즘의 근대적 구조에 이르는 길을 준비한 제4의 요소는, 자.
연과 인간을 유형으로 분류하려는 모든 충동이었다. 이 점에 관하여 가장 위대한 이름이 린네와 뷔퐁이라는 것은 말할 필요도 없다. 하지만신체적인(그리고 도덕적 · 지적·정신적인) 확대ㅡ곧 사물의 전형적인 물질성-를 단순히 바라보는 것으로부터, 특징적인 요소를 정확하게 측정하는 대상으로 변환시킬 수 있는 지적 과정은 지극히 넓은 범위에 미쳤다. 린네에 의하면, 어떤 자연의 유형에 주어진 의견은 모두 "수량, 형태, 비율, 상황의 연구결과여야 한다"는 것이고, 실제로 칸트, 디드로,
존슨의 저서를 읽어보면, 일반적인 특색을 각색하고 방대한 수의 대상을 더욱 소수로 만들어 질서를 부여하며 서술할 수 있는 유형으로 환원시키려는 유사한 경향이 여러 곳에 존재함을 알 수 있다. -> 분류 - P215

그러나 이러한 상호 연관된 여러 요소가 세속화를 추진하는 경향을 나타내었다고 하여도, 인간의 역사. 운명. ‘실존적 패러다임‘의 낡은종교적 여러 패턴이 간단히 없어지지는 않았다. 도리어 그것들은 이미열거한 여러 가지 세속적인 틀 속에 재구성되었고 재배치되었으며 재배분되었다. 왜냐하면 동양을 연구하는 사람은 누구나 분명히 이러한속적인 틀에 대응하는 세속적인 어휘를 필요로 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설령 오리엔탈리즘이 그러한 어휘나 개념의 저장고이며, 그것을 구사하는 여러 가지 기술을 공급했다―그것이야말로 18세기 말 이래의오리엔탈리즘이 실제로 행한 것이고, 실제로 오리엔탈리즘이란 그러한것이었다고 하여도, 오리엔탈리즘은 재구성된 종교적 충동, 곧 자연화된 초자연적인 신앙을 그 담론의 조류로 제거하지 않고 계속 보존했다. - P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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