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어떤 특별한 사랑도 하지 않은 채 텅 빈 상태로 사방에서 - 마치랑에 빠진 연인이 자신이 반한 대상을 찾아 나서듯이 ㅡ ‘아름다움‘을 욕망하고 찾고 만나는 그런 젊음의 시기를 통과하고 있었다. 단 하나의 실제 모습만으로도 ㅡ 멀리서 혹은 등뒤에서 여인의 모습을 얼핏 보기만 해도 - 우리 눈앞에 ‘아름다움‘의 이미지를 투사하고 어디서 본 듯한 여인이라는 생각을 불러일으켜 우리는 그 생각에 설레고 걸음을 재촉하다 여인이 사라지고 나면 분명 그녀였는데 하고 언제까지나 생각하다가 여인을 붙잡고 나서야 비로소 우리 잘못을 깨닫는다. - P250

고독한 사람이 삶의 마지막 순간까지 계속하는 절대적인 칩거 생활은 원칙적으로는흔히 군중에 대한 지나친 사랑에서 연유한다. 이러한 사랑은다른 어떤 감정들보다 강력해서, 자신이 외출할 때 문지기나행인들 혹은 불러 세운 마차꾼의 존경을 받지 못하기라도면, 앞으로는 그들 눈에 영원히 띄지 않는 편이 낫다고 생각하여 외출을 필요로 하는 모든 활동을 단념하게 한다. - P252

자전거를 밀던 그 뺨이 통통한 갈색 피부 소녀 옆을 지나다가 나는 한순간 그녀의 웃음기 머금은 곁눈질과 마주쳤는데, 그것은 이 작은 부족의 삶을 가둔 비인간적인 세계, 내가 어떤사람인지에 대한 관념 따위는 들어갈 자리가 없는 접근 불가능한 미지의 세계에서 온 시선이었다. - P259

원하는 대상에 도달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불확실성에 의해 깨어난 상상력은 우리에게 다른 목표가 숨겨진 하나의 목표를 만들고, 또 관능적인 쾌락을 다른 삶 속으로 뚫고 들어간다는 관념으로 대체하면서, 쾌락을 알아보거나 쾌락의 참된 맛을 음미하는 걸 방해하여 쾌락을 관능적인 영역으로 축소하지 못하게 한다. - P2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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