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장. 불행한 퀴어

우리는 타자의 행복을 바랄 수도 있고, 타자에게 행복을 주고 싶을수도 있고, 타자의 행복의 원인이 되고 싶을 수도 있다. 또 이 모든 것들을한꺼번에 바랄 수도 있다. 이런 바람들에 따라오는 것은 무엇인가? 흥미로운 것은 사랑하는 사람의 행복을 바라면서 종종 "단지"just라는 기표를붙이며 주저한다는 사실이다. "내가 바라는 건 단지 네 행복이야." "단지" 행복을 바란다는 것은 무슨 의미인가? 부모가 아이에게 이렇게 말할 때이는 무슨 의미인가? "단지"가 드러내는 것, 행복을 바라는 것은 아이에게 더 많은 것을 요구할 수 있지만 다른 건 바라지 않겠다는 것처럼 구는것일 수 있다. 어떤 면에서는 아이의 행복에 대한 욕망이 특정한 종류의 자유를 주는 듯하다. 마치 "네가 이렇게 되거나 저렇게 하기를 바라는 게 아니야. 단지 널 행복하게 하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되거나 하기를 바랄 뿐이야"라고 말하는 듯하다. 이때 "무엇이든"이라는 말이 그 "무엇"의 의무에서 우리를 해방시켜 준다고도 말할 수 있다. 마치 아이의 행복에 대한 욕망은 결정의 내용에 어느 정도 무관심해도 되는 자유를 주는 듯하다. - P169

나는 시몬 베유의 다음과 같은 사랑에대한 정의를 퀴어적 정의로 제시하려 한다. "행복한 사람에게 사랑이란행복하지 않은 연인의 고통을 나누려는 소망이다. 불행한 사람에게 사랑이란 연인이 행복하다는 사실을 아는 것만으로도 기뻐하는 것이다. 그 행복을 공유하지 않아도 되고, 심지어는 그러기를 소망하지도 않는다"(Weil1952/2002: 63[107]). 퀴어의 사랑에 행복이 포함되려면 그런 행복은 서로공유하는 것이 아니라고 주장함으로써만 가능한 것이다. - P182

퀴어에 대한 인정은 용인에 대한 희망이나 약속으로 이야기되는데,
이때 용인받기 위해서는 반드시 무엇이 용인할 만한 것인지 이미 결정돼있는 세상에서 용인받을 만한 것이 돼야 한다. 인정은 이성애 세계로부터 - P193

퀴어들에게 주어지는 선물이 되고, 이는 퀴어들의 노고와 투쟁(Schulman1998: 102 참조), 그리고 퀴어 운동으로 생성된 생활 세계들을 감춘다. 그런 인정은 이성애적straight 환대의 형태와 같아서, 결국 행복한 퀴어를 남의 집에 방문한 손님으로 만들고 그들의 지속적인 선의에 의지하게 한다. 그런 세상에서 당신은 당신에게 주어진 이런저런 것들에 감사해야 한다. 손님은 최상의 행동거지를 보여 줄 도덕적 의무가 있으며, 이런 의무의이행을 거부하면 공존할 권리도 위협받는다. 행복한 퀴어, 즉 예의를 갖추고 식탁에 제대로 앉아 있을 줄 아는 퀴어는 무례한 세계에 자리 잡는전략적 형식 가운데 하나일 순 있다. 하지만 전략적 자리 잡기는 현상유지를 의미할 수 있다. 아니면 자리를 잡으려는 노력 속에서 바뀌지 않는건 우리일 수도 있다. 퀴어 운동은 식탁이 바뀌기를 희망하면서 "식탁에자리 하나를 더 만드는 일이다(Ahmed 2006: 174). - P194

행복한 퀴어는사회적 희망의 한 형식이자 "우리가 얼마나 멀리 왔는지"를 나타내는 기호이다. 차별이 극복된 세상에 대한 희망이다. 이 희망이 담고 있는 위험은 그것이 마치 세상에 차별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듯 재상상한다는 데 있다. - P208

행복하게 퀴어 되기는 정상이라고 간주되는 것의 불행을 탐색하는 것이다. 그것은 마치 퀴어들이, 자신이 원하는 것을 행함으로써, 다른 사람들의 행복을 위해 개인적 욕망을 희생해야 하는 불행을 그 비뚤어지고 뒤틀린 도착성 속에서 폭로하는 듯하다. - P215

열망aspiration의 라틴어 어원이 "숨을 쉬다" breathe임을 기억해 보자. 견딜 만한 삶을 위한 투쟁은 퀴어들이 숨 쉴공간을 가지기 위한 투쟁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마리 루티의 말대로(Ruti2006: 19), 숨 쉴 공간을 갖는 것, 자유롭게 숨 쉴 수 있는 것, 그것이 열망이다. 숨쉬기와 더불어 상상력이 온다. 숨쉬기와 더불어 가능성이 온다.
만약 퀴어 정치학이 자유에 관한 것이라면, 그것은 그저 숨 쉴 자유를 의미하는 것일 수 있다. - P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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