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나무들이 내게로 다가왔다. 어쩌면 나무들은 신화의 출현, 즉 예언을 알려 주는 마녀들 또는 노르넨*의 원무곡인지도 몰랐다. 아니, 차라리 내게는 과거의 유령, 또는 어린 시절의 소중한 동반자나 우리의 공통 추억을 불러내는 사라진 친구로 생각되었다. 나무들은 망령처럼나와 함께 데리고 가 달라고, 생명을 돌려 달라고 부탁하는 듯보였다. 그 소박하고도 열정적인 몸짓 속에서, 나는 말을 사용하는 힘을 잃어버린 탓에 원하는 대로 말도 못 하고, 또 우리가 자신의 말을 짐작하지 못할까봐 안타까워하는 연인의 무기력한 그리움을 알아보았다. 이윽고 교차로에서 마차는 나무들을 떠났다. 내가 유일하게 진실이라고 믿었던, 나를 정말로 행복하게 해 주리라고 믿었던 것으로부터 날 먼 곳으로 데리고 가는 마차는 내 삶과 닮았다. - P134

그 길은 프랑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길들 가운데 하나로 꽤가파른 오르막길과 긴 내리막길로 이루어져 있었다. 그때 나는 그 길에 이렇다 할 매력을 느끼지 못했으며 단지 돌아간다는 사실에만 만족했다. 하지만 훗날 그 길은 내 기억 속에서 - P136

내가 산책이나 여행중 지나갈 모든 유사한 길들의 실마리로남아 기쁨의 근원이 되었고, 어떤 단절도 없이 금세 연결되는덕분에 내 마음과도 즉시 소통할 수 있었다. 왜냐하면 마차나자동차가, 내가 빌리지 부인과 함께 돌아다녔던 길의 연장선인 듯 보이는 길에만 들어서면, 그때 내 의식은 가장 가까운과거에 기대듯이(그동안의 세월은 모두 지워지고) 그날 오후가끝나 갈 무렵 발베크 부근을 산책했을 때처럼 나뭇잎 냄새가향기롭게 풍기고 짙은 안개가 일며, 인근 마을 나무들 너머 노을이 마치 다음에 우리가 찾아갈 먼 삼림 지방에서 지는 듯이보여 그날 저녁 안으로는 도착하지 못할 것 같은 그런 인상을받았기 때문이다. - P137

괴물과 신 들에 둘러싸인 이 나이는 평온함을 알지 못한다. 이런 시절에 저질렀던 행동 중 나중에 지우고 싶지않은 것은 하나도 없다. 그러나 반대로 우리가 아쉬워하는 것은 그런 행동을 할 수 있게 이끌었던 자발성을 이제는 더 이상갖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어른이 되면 사회와 완전히 일치한가운데 사물을 보다 실질적으로 보지만, 청소년기는 우리가무언가를 배우는 유일한 시기다. - P154

귀족이면서도 오만한 스포츠맨의 모습을 풍기는 이 젊은이는 오로지 정신적인 것, 특히 그의 고모할머니가 우습게 여기는 문학과 예술에서의 현대적인 움직임에 대해서만 존경과호기심을 보였다. 한편 그는 그의 고모할머니가 사회주의자들의 연설이라고 부르는 것에 물들어 자신의 계급에 대해 깊은 모멸감을 품었고 니체와 프루동"을 연구하는 데 많은 시간 - P157

을 쏟았다. 다시 말해 그는 남을 찬미하기에 급급하고 책 속에파묻혀 고귀한 사상에만 관심을 갖는 ‘지식인들’* 중 하나였다. - P158

인간의 지성은 자신을 위해서만 존재하지 않고, 아무리 위대한 사람도 결국은 다른 사람에게서 인정받기를 원하며, 또 친구의 정신 속에 나에 대한 고귀한 관념을 심어 준 그 시간들을 헛되이 잃어버린 시간으로 생각해서는 안 된다고 혼자 중얼거리자 내가 앞으로 행복해질 거라는확신이 쉽게 들었으며 내가 그 행복을 느껴 보지 못했던 만큼결코 다시는 빼앗기지 않기를 더 열렬히 소망하게 되었다. 우 - P163

리는 다른 무엇보다도 우리 밖에 있는 소유물의 상실을 두려워하는데, 우리 마음이 아직 그걸 차지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 P164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