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우리가 나날이 미루는 것은 우리의 이별이 야기하는 그 견딜 수 없는 불안의 끝이 아니라, 어떤 돌파구도 없는 감동이 재개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다. - P339
더이상 사랑하지 않을 때는, 망각이, 어쩌면 아련한 추억마저 불행한 사랑만큼 많은 고통을 주지 않는다는 걸 우리 모두는 안다. 스스로 인정한 적은 없으나, 내가 좋아한 것은 바로 미리 행해진 이런 망각, 그 아늑한 부드러움이었다. - P340
많은 경우 우리는 전력을 다해 노력하고 얼마 동안은 희망을 안고 산다. 그러나 행복은 결코 실현되지 않는다. 몇몇 상황을 극복하고 물리친다 해도, 자연은 이 투쟁을 밖에서 안으로 옮겨 와 우리 마음을 변하게 하며, 그리하여 이제 막 소유하려는 것과는 다른것을 욕망하게 한다. 또 사태가 너무 급변해서 우리 마음이 변할 시간이 없다 해도, 자연은 그 일로 우리를 물리치려는 희망 - P344
을 버리지 않고, 조금 뒤늦게라도 보다 정교하고 보다 효과적인 방식으로 우리를 정복하려 한다. 그러므로 행복의 소유를 박탈당하는 것은 마지막 순간에 이르렀을 때이며, 아니, 오히려 자연이 어떤 악마적인 속임수를 통해 이런 소유 자체에 우리 행복을 파괴하는 임무를 맡겼는지도 모른다. 사건이나 삶의 모든 영역에서 실패한 후에 자연이 만드는 것은 최후의 불가능성, 즉 행복의 심리적 불가능성이다. 행복이란 현상은 일어나지 않거나 아니면 가장 비참한 반응을 자아낸다. - P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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