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장 통증을 둘러싼 불신: 몸의 기본값에 대하여

"통증을 겪는 여성은 일반적으로 히스테릭하고, 감정적이며, 불평이 많고, 좀처럼 차도를 보이지 않으며, 꾀병을부리고, 통증을 꾸며대는 것으로 인식된다. 마치 그 모든 통증이 여성의 머릿속에서 나오기라도 한 것처럼 말이다." 또 다른의료진이 통연구는 "만성 통증에 시달리는 여성의 경우증의 원인을 몸이 아닌 심리에서 찾는다"는 사실을 밝혔다. 한편 "남성은 인내심이 있으며, 통증을 잘 견디고 부정한다고 인식된다. ……… 더 나아가 남성은 자율적이고, 스스로를 다스릴줄 알며, 의료적 돌봄을 멀리하고, 통증에 대해 말하지 않는다는 식으로 묘사된다". - P126

"진술 억압" 개념을 고안한 크리스티 도슨Kristie Dotson은 "청자는 화자를 자신의 상태에 대해 잘 아는 주체로 인지하는 데 실패한다"고 지적한다. 결국 화자의 역량에 - P131

대한 의심이나 비난이 그를 침묵하게 만든다. 여성이 자신의통증에 관해 말할 수는 있어도, 그 호소에 귀를 기울이는 사람은 없다. 도슨이 보여주듯, 미국 사회에서 이런 식의 침묵시키기는 흑인 여성들에게 자주 실행된다.
침묵시키기는 어떤 사람의 세계가 신뢰할 만한 것이 못된다고 여겨질 때 발생한다. 주로 어떤 사회적 집단에 속한 구성원들에 대한 만연한 편견이 그런 불신을 초래한다. - P132

여성들의 말은 그들이 타인을 위해 돌봄을 요청할 때나 사회가 용인하는 중대한 사유(예를 들어 여성이 사회적으로 훨씬 더 중요하게 여겨지는 이들에게 더 나은돌봄노동자가 되도록 조력할 때)가 있을 때만 예외적으로 수용된다. - P137

나 남성은 인간의 기본값이 아니다. 당연한 말이지만, 남성은남성일 뿐이다." 그러나,
역사적으로 몸집이나 재산 기능을 제외하면 남성의 신체와 여성의 신체가 크게 다르지 않다고 여겨졌다. 수년간의학 교육은 남성을 ‘기준‘ 삼아 이루어졌다. 그리고 그 기준에서 벗어나는 모든 몸들은 ‘비정형‘ 혹은 ‘비정상‘으로규정되었다. ‘70킬로그램의 평범한 남성‘이라는 서사는 차고 넘친다. 그런 신체를 가진 남성이 마치 양성 모두를 포괄하는 것처럼 말이다. (어느 의사가 내게 지적했듯 70킬로그램의 남성은 남성 일반조차 제대로 대표하지 못한다.) 여성은표준 인간형의 변종처럼 제시된다. 의대생은 일반 생리학과 여성 생리학을 따로 공부한다. - P139

의료 연구자들은 그런 성차의 관점에서 ‘옌틀 신드롬Yentlesyndrome‘이라는 말을 만들어냈다." 여성 환자가 제대로 된 치료를 받기 위해 표준이 되는 남성들의 증상을 제시해야 하는 방식을 가리킨다. 심지어 질병이나 질환의 모델로 인식되어선안 되는(그럼에도 진단이나 지원, 관리가 필요한) 장애나 차이에있어서도 여성들은 현저히 불리한 처지에 놓인다. - P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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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3-03-14 09:4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126쪽 인용문에 저희 아버지 생각나네요. 지금 엄마의 돌봄에 엄청 의지하시는 분.. ‘남성은 인내심이 있으며..‘ 는 일단 저희 아버지에겐 해당되지 않는듯 합니다. 하핫

거리의화가 2023-03-14 10:21   좋아요 0 | URL
인내하기에는 고통이...^^; 간병이라는 게 정말 쉽지 않지요. 어느 순간부터 사람은 돌봄에 의지해야 한다는 사실이 두렵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