님이라 하겠소?"
얼굴을 일그러뜨린 윤국은 잡아 비틀듯 말했다. 그 말에는언년도 묵묵부답이다. 옛날 육손은 길상아, 길상아, 하고 불렀을 것이기 때문이다.
언년이 가버린 뒤 윤국은 편지를 손에 든 채 파초를 바라본다. 아버지가 본시 하인이었었다는 것은 때때로 윤국을 슬프게한다. - P145
윤국은 지난 여름방학 때 형과 나눈 수많은 대화를 생각한다. 승복할 수 없는 점이 아직 윤국에게 남아 있었던 것을 상기한다. 그때 환국은 재삼 철저해줄 것을 윤국에게 강조했었다.
‘강한 정신으로 육체적인 질병도 극복해야 할 우리의 처지..…우리의 처지는 무엇을 의미하나, 식민지 백성의 굴욕을 가리킨말이라면 극복해야 할 대상은 일본이고 타민족의 사슬을 풀기위해 우리는 강해져야 한다. 그러나 형은 그 방법에서는 늘 애매했다. 형은 위선자가 합리주의자인가………… 인류애에 넘쳐 있는데 주의 주장을 고집하는 성품이 아니라구? 역시 애매모호한이야기다. 주의 주장은 행동의 규범이다. 행동 없이 일본을 극복할 수는 없다. 선의의 사람들, 선의의 사람들이 도시 무엇을할 수 있단 말인가. 선의의 사람이란 꿈꾸는 사람이다. 살길만찾는 사람, 상대는 강자요 나는 약자이니 체념하자는 사람, 왜놈한테 빌붙어 이득을 얻고자 하는 놈, 그들과 꿈꾸는, 깨어 있는 선의의 사람들과의 차이점은 실제 아무것도 없다.‘ 봤어요그러나 윤국은 형을 경멸하지 않았다. 그를 존경하고 사랑하는 마음엔 변함이 없었다. - P1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