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앞만 쓸고 사는 티끌같은 삶, 티끌이 바늘귀 같은 인생의 출구를 빠져나가면 광대하고 무변한 공간, 아아 내 별과 나 사이를 가로지른 무궁한 공간………… 티끌은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꼬. 진리는, 진실은 바로하늘 어느 곳에선가 헤매고 있을 내 별 안에 있을 터인데. - P351

"하기는 그래. 빤하지. 아예 친일파가 된다면 모를까 중간지대에서 어물쩍거리다 보면 해괴한 사회잡기나 쓰게 되지. 그대표적 인물이 이모(李某) 아니겠나. 솔직히 말해서 그렇게라도하지 않으면 발붙일 곳이 없는 게 현실이라구."
"좌파는 우파든 활로는 결국 뛰는 것밖에 없겠지요. 뛰지도않고 저들한테 빌붙지도 않고 사는 사람들, 이제는 바닥이 났을 겝니다. 윤경이야 아직 멀었겠지만."
"사사건건 한 번씩 들먹여야 속이 편하겠나?"
"농담 아닐세. 아무튼 앞으로 안전지대는 없어질 게야."
"그럴 테지. " 전윤경도 동의하기는 한다. 임명빈도. - P395

조용하하고 결혼을 생각한다. 얼레설레 아차! 하는 사이에이루어졌던 결혼, 그가 귀족이 아니었고 자산가가 아니었고 교육받은 신사가 아니었고, 그랬다면 과연 결혼이 이루어졌을지그것은 의문이다. 차디찬 눈빛과 창백해 보이는 지적인 용모에명희 마음이 조금은 끌렸던 것을 부인하지는 못할 것이다. 쾌적한 곳에서 풍파 없이 자신을 달래가며 살 수 있으리라는 확신이 전혀 없었던 것도 아니었을 것이다. 그때 상황은 꽃과 관계가 없고 저 푸른 하늘과도 관계가 없고 음악회, 그 분위기와관계가 있었는지 모른다. 고급 레스토랑의 하얗게 풀 먹인 식탁보와 관계가 있었는지 모른다. 아아 하며 명희는 자기 자신에 대한 수치 때문에 비로소 입술을 깨문다. - P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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