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가을에 떨어진 나뭇잎이 떠내려가고 있었다.
"실상 사람 사는 이치가 그리 어렵운 것도 아닐 긴데, 많은것도 아닐 긴데 걸으믄 되는 거 아니까? 저승문이 열릴 때까지. 그런데 와들 앉아서 그리 숨들이 가쁠고? 죽은 성님은 좀체 말을 안 했다. 안 했지마는 성님은 몸으로 늘 말해주었제.
그라고 말귀가 어둡고 못 알아들어도, 그러려니, 나는 갑갑하지 않았인께."통상언덕을 하나 넘는다.
"초목이나 꽃 같은 거는 항상 거기 있었인께………… 흙도 항상내 발밑에 있었인께, 내 것도 남의 것도 아니었던 기라. 흥!" 두 - P323

"허사라고만 할 수는 없지요. 그만큼 영호도 눈을 떴으니 앞으로훌륭하게 될지 그것은 모르지요. 왜놈 치하에서 졸업장 받았다고 장래가 보장되는 것도 아니겠고, 죽는 날까지 왜놈한테 항거하겠다는 분들도 자식들 공부만은 시키는데 그분들이 졸업장 받아 왜놈 밑에서 출세하라고 자식들 공부시켰겠습니까? 알아야만 그들과 싸운다 그 일념 아니겠습니까?"
"니 말을 듣고 보이 그렇기는 하다마는, 아무튼 서릿발 겉은세상이라."
"마음만이라도 왜놈한테 먹히지 말고 살아야겠지요."
다소 허탈해지는 듯 홍이 말했다.
"저저이 다 그럼사? 왜놈하고 알음이라도 좀 있다 할 것 겉으믄 고을 원님하고 줄이 닿는 것맨치로 유세하는 세상 앙이가.
고자질하고 앞잡이가 되고, 오서방 손에 죽은 우가 놈만 해도,
오서방을 의병질했다고 관서에다 모함을 하면서부터 앙숙이되어서 그래 그 지경까지 안 갔나. 상관이 없는 니도 까딱 잘못했이믄 죽을 뿐했고 하야간에 사람 영악한 거는 범보다 무섭고, 니 겡우를 두고 마른하늘의 날베락이라 하는 기라." - P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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