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까지 ‘내가 행복했던 시절‘ ‘내가 사랑받던 시절‘이라는 추상적인 표현을 쓰면서도 별로 괴로워하지 않았던 것은그의 지성이, 소위 과거의 본질이라고 부르면서도 실은 과거그 어떤 것도 보존하지 않고 단지 요약된 부분만을 가두어 놓았기 때문이었는데, 그는 이 잃어버린 행복의 특별하고도 증발하기 쉬운 본질을 영원히 고정해 놓은 것들을 모두 되찾을수 있었다. - P270
스완은 그녀로부터 사랑받았던 또 한 명의 자신에게 질투를 느꼈다. 사랑이 들어 있지도 않은 사랑한다는 막연한 관념을, 사랑으로 가득한 국화꽃잎이나 메종도레 상호가 박힌 편지지로 바꾸어 버린 지금, 그가 예전에 별다른 고통 없이 자주 "그녀가 아마도 저들을 사랑하는지도 모르지."라고 중얼거렸던사람들에 대해서조차도 질투를 느꼈다. 그러자 고통이 너무격심해져서 손을 이마로 가져가 외알안경을 벗고는 알을 닦았다. 이때 만일 그에게 자신의 모습이 보였다면, 그는 틀림없이 귀찮은 생각을 떨쳐 버리듯 손수건으로 김 서린 유리알을 닦으면서 근심을 지워 버리려고 애쓰던 그의 외알안경을, 그가 조금 전에 관찰했던 외알안경들의 목록에다 추가했을것이다. - P273
우리가 무로 돌아간다면 아마도 우리는 이러한 개념들을 잃을 것이고, 또 그 개념들도 사라질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살아 있는 한, 우리 앞에 존재하는 어떤실제적인 물건에 대해 우리가 알지 못한다고 말할 수 없듯, 예컨대 램프에 불이 켜져 방 안 물건이 완전히 변모하여 어둠의기억마저 방에서 빠져나간다 해도 우리가 그 불빛의 존재를의심할 수 없듯이, 그 개념들을 알지 못했다고 말할 수는 없을것이다. - P278
어쩌면 허무가 진실이며, 우리 모든 꿈은 존재하지 않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렇다면, 우리 꿈에 비해 존재하는 이런 악절이나 개념 들도 아무것도 아니어야 할 것이다. 우리는 죽어 갈 것이다. 그러나 우리에겐 우리운명을 뒤따를 이 성스러운 포로들이 볼모로 있다. 그래서 이포로들과 함께라면 죽음도 덜 비참하고, 덜 치욕스럽고, 어쩌면 덜 가능해지리라. - P2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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