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에 빠져 사랑으로만 산다는 이 쾌락이, 때로는 이 쾌락의 현실성이 의심스럽기도 했지만, 결국 비물질적 감각을 즐기는 스완이 지불하는 대가가 그쾌락의 가치를 더해 주었다. 마치 바다 풍경이나 물결 소리가정말로 매혹적인지 의심하던 사람들이, 그것을 음미할 수 있는 호텔 방을 하루 100프랑에 빌리고는 아름다움, 그리고 돈에 초연한 자신들의 취향의 드문 장점을 확인하는 것과도 같았다. - P145
삶의 다른 시기에는 어떤 사람의 일상적이고 사소한 것들이나 행동에 아무 가치도 없는 것처럼 보여, 누가 그런 것에 대해 수다를 떨어도 무의미하게 느껴졌고, 또 그 말을 듣는 동안에도 그의 주의력 중 가장 저속한 부분만이 관심을 기울였으므로, 그런 순간에는 자신이 가장 형편없는 사람처럼 생각되었다. 그러나 사랑을 하는 이 낯선 시기에는 개인적인 것이 너무도 심오한 그 무언가를 지니게 되었으므로, 한 여인의 아주 작은 일과에 대해 그의 마음속에서 깨어나는 듯 느껴지는 이 호기심은, 역사에 대한 그의 지난날 호기심과도 같은 것이었다. 그래서 지금까지는 수치스럽게 여겨왔던 모든 일들이, 예컨대 창문 앞에서 염탐을 하거나, 어쩌면 - P155
누가 알 것인가, 내일은 또 무관심한 사람들을 능숙하게 구슬려 말을 시키고 하인들을 매수하고 문에서 엿듣는다거나 할지, 여하튼 이 모든 일들이 필사본 판독이나 증언 비교, 기념비 해석처럼 진정한 지적 가치 있는, 진실 탐구에 적합한 조사방법인 것 같았다. - P156
우리는얼마나 실현 가능한 많은 행복을 눈앞의 쾌락을 참지 못해 희생하고 마는가? 그러나 진실을 알려는 욕망은 더 강했고, 그에게는 더 고귀한 것 같았다. 정확히 알아내기 위해서라면 자신의 목숨이라도 바쳤을 이 현실 상황을 저줄무늬진 창문 뒤에서 읽을 수 있으리라. 마치 예술적으로 풍요로운 귀중한 필사본을 조사하던 학자가 그 반짝이는 금빛 표지에 무관심할 수없듯이. 그는 이렇듯 따뜻하고 아름다운 반투명 물질로 만들어진 이 유일하고도 덧없는 귀중한 필사본에서 그를 열광시키는 진실을 알아낸다는 데에 쾌감을 느꼈다. 그가 방 안 사람들에 대해 느끼는 우월감은 ㅡ 그에겐 그렇게 느껴야 할 필요가 있었다. – 아마도 안다는 사실 자체보다는 자기가 안다는것을 그들에게 보여 줄 수 있다는 데 있었다. - P156
오데트가 사는 세계는, 그가 그녀를 그곳에 두느라고 시간을 보내고, 어쩌면 그의 상상 속에서만 존재하는 그런 무섭고 초자연적인 세계가 아니라, 어떤 특별한 슬픔도 발산하지 않는 현실 세계가 아닐까! 그가 지금이라도 글을 쓸 수 있는 이 테이블이며, 지금이라도맛볼 수 있는 이 음료수며, 그가 감사하는 마음만큼이나 호기심을 품고 찬미하며 바라보는 이 모든 물건들을 포함하는 것이 아닐까! 왜냐하면 이 물건들은 그의 몽상을 흡수하면서 그를 몽상으로부터 해방해주는 동시에, 물건 자체는 반대로 몽상으로 풍요로워져 만질 수 있게 실현해 보여 줌으로써 그를흥미롭게 하고, 그의 시선 앞에서 입체감을 띠며 동시에 그의마음을 진정해 주었기 때문이다. - P195
그는 병 연구를 위해 스스로 균을접종받은 사람만큼이나 명철하게 자신의 병을 관찰하면서, 자신이 치유되면 그때는 오데트가 하는 일에 무관심해질 거 - P196
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사실 그의 병적인 상태에서 그가 죽음만큼이나 두려워한 것은 그가 처한 모든 상황의 죽음이나 다름없는 바로 그 치유였다. - P1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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