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그녀 얼굴에대해 내가 품었던 온갖 상념이 그녀를 아름답게 만들었으므로 - 어쩌면 이것은 특히 우리 자신에게 있어 최상인 부분을 보존하려는 본능의 한 형태, 말하자면 언제나 실망하지 않으려는 욕망에서 비롯된 것인지도 모른다. ㅡ 나는 다시 그녀를(내 앞에 앉아 있는 부인과 내가 지금까지 그려 보았던 게르망트공작 부인은 같은 사람이었으므로) 나머지 사람들 밖에 배치했다. - P304

우리가 한 여인을 사랑하는 데는, 때로는 스완양의 경우처럼 ― 적어도 나는 그렇게 생각했다. ― 그녀가우리를 경멸의 눈길로 바라보고, 또 그녀가 결코 우리 것이 될수 없다고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지만, 또 때로는 게르망트 부인 경우처럼, 우리를 호의적인 눈으로 바라보고, 또 그녀가 우리 것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할 때가 있다. - P306

"… 그 종탑들은 아주 멀리낮게 깔린 들판의 지평선위, 하늘가에 그려진 세 송이 꽃에지나지 않았다. 종탑들은 또한 이미 어둠이 깔린 고독 속에 내버려진 전설 속 세 아가씨를 생각나게 했다. 우리가 전속력으로 멀어져 가는 동안, 수줍게 길을 찾는 그들의 우아한 실루엣이 몇 번 서투르게 비틀거리더니, 서로 바짝 붙어 하나씩 미끄러지면서 아직 분홍빛을 띤 하늘에 매력적이지만 체념한 듯한검은 형체 단 하나를 남기고는 마침내는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 P312

내가 이제 막 들어선 이 슬픔의 지대는, 마치 하늘의 분홍빛 띠가 초록빛이나 검정 빛 띠에 갈라지듯 조금 전에 내가기쁨으로 뛰어 들어갔던 지대와는 너무도 달랐다. - P313

주변 길은 사라졌고, 또 그 길을 밟은 이들이나, 그 길을 밟은 이들에 대한 추억도 사라졌다. 때로는 한 조각 풍경이 오늘날까지도 다른 모든 것으로부터 홀로 떨어져 나와, 내 상념 속에서꽃이 만발한 델로스 섬*처럼 불확실하게 떠돌아다니지만, 난그것이 어떤 나라, 어떤 시대에서 - 어쩌면 단순히 어떤 꿈 - P315

에서 왔는지 말할 수 없을 때가 있다. 하지만 나는 메제글리즈 쪽과 게르망트 쪽을, 내 정신적인 토양의 깊은 지층으로,
아직도 내가 기대고 있는 견고한 땅으로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그때 나는 사물들을, 존재들을 믿었다. 내가 이 두 길을 돌아다니며 알게 된 사물들이나 존재들만이 아직도 내가 진지하게 생각하고, 아직도 내게 기쁨을 주는 유일한 것이다. - P316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