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장 공포의 쌍둥이

메리 셸리가 프랑켄슈타인에서 말하고자 했던 것
그녀의 가계도와도 관련이 있고 당시 여성들이 겪어야 했을 고난과도 관련이 있다.
거의 매해 임신한 와중에도 독서에 매진했다고 나오는 부분은 어찌 보면 짠하고 놀랍기도 하다.
3장 시빌의 동굴이 언급되기는 하나 선명한 이해는 되지 않는다.

우리의 삶에 하찮은 것은 아무것도 없을 것이다. 날마다 우리와 관련된 모든 것은 가장 위대한 일일 것이다. [・・・] 나는 위대한 남자들이 진리를 보았던 것과 똑같은 관점으로 진리를 보는 법을배워야 한다.[…] 나는 이곳 영국에서 지금 원대한 삶을 영위하는 것이 어떻게 가능한지 보아야 한다."
이 이브는 아직 사과를 먹지 않았지만, ‘선하고 현명해지고자‘ 하는 그녀의 욕망은 ‘이곳에서 지금 원대한 삶을 살고자 하는 열망과 함께, 그녀가 곧 그런 ‘지적 양식‘에 대한 열정에 굴복하리라는 점을 암시한다. 또한 이 양식이 그녀의 마음 속에서 자유와 연관된다는 사실은 다른 무엇보다 이 이야기의 요점을 가장 강력하게 설명해준다. - P407

죄많은 육체에 대한 거부, 도러시아의 여성성에 대한 노골적인 경멸, 포악함, 독단주의로인해 캐저반은 밀턴적인 여성 혐오주의자를 풍자하는 그림자처럼 보이며, (동시에) 버지니아울프가 말한 ‘기념비적인 책 『여성의 정신적, 도덕적, 육체적 열등성』을 쓴 붉은 얼굴의 격노한X 교수‘의 초판본이 되고 만다. 그런 남자와 쉽지 않은 결혼을한 야심적인 도러시아는 불가피하게 비참한 여성의 원형으로10(블레이크는 이를 가리켜 밀턴의 세 아내와 세 딸들이 합해져슬퍼하는 모습이 되어버린, 밀턴의 울부짖는 ‘여섯 겹의 에머네 - P409

이션‘이라 불렀다) 변해간다. 그녀 자신이 밀턴 딸들의 전형을좀 더 희망적으로 규정했다는 사실은 의심할 바 없이 엘리엇이완벽하게 의도했던 아이러니다. - P410

밀턴과 사탄을 동시에 성인으로 받들며 낭만주의를 따랐던여성 작가들은 부인할 수 없는 밀턴의 딸들이었다. 더 중요한것은 그들이 (엘리엇의) 도러시아가 캐저반에게 설명한 바로그 선택을 자신들의 것으로 훨씬 더 분명하게 요구했다는 점이다. 하나의 선택은 남성의 신화에 표면적으로 온순하게 순종하며, ‘아버지에게 봉사하는 것을 자랑스럽게 여기는 것, 또 다른선택은 동등성을 획득하기 위해 몰래 공부하는 것이다. - P411

같은 시기에 메리 셸리는 당시의 수많은 고딕소설을 읽었을 뿐 아니라 오늘날 대학원생들에게도 부끄럽지 않을 영문학, 불문학, 독문학 연구 과정도 기록했다. 특히 메리 셸리는 1815년, 1816년, 1817년에 밀턴의 작품들인『실낙원』(두 번), 『복락원』, 『코무스』, 『아레오파지티카』, 『리시다스』를 읽었다. 메리 셸리가 열일곱 살에서 스물한 살에 이르는 이 시기에 거의 지속적으로 임신하여 ‘갇혀 지냈거나‘ 아이를 키우고 있었다는 사실을 감안한다면, 이런 독서는 눈에 띄게인상적이다. 동시에 이 모든 서로 상반되는 활동들(자신의 가족사 연구, 성인 섹슈얼리티의 입문, 문학 독학)이 함께 일어났기에 『실낙원』에 대한 그녀의 관점은 더욱 중요해진다. 자신을문학적 창조물, 그리고/또는 창조자로서 인식해간 과정은 메리셸리가 자신을 딸, 연인, 아내, 어머니로서 규정해간 과정과 분리할 수 없다. 그리하여 메리 셸리는 자신의 출생 신화(기원에대한 그녀의 신화)를 정확하게 자신의 부모, 남편, 문학의 전체문화가 끊임없이 언급했던 우주 발생론적 측면에서 주조했다. - P418

소설의 핵심인물들(월턴, 프랑켄슈타인, 괴물)은 메리 셸리처럼 타락한 세계에서 자신의 현존을 이해하려고 애쓰는 동시에 타락 이전에 틀림없이 존재했을 잃어버린 낙원의 본질을 규명하려고애쓴다. 그러나 아담과 달리 이 세 인물들은 에덴뿐만이 아니라지상에서도 쫓겨나 ‘죄‘, 사탄, (암시적으로) 이브처럼 지옥으로곧장 추락했다. 그리하여 그들의 질문은 어떤 의미에서 여성의것이다. 그 질문은 젠더 속으로 추락한 여성 문인이 던지는 질문과 같은 선상에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프랑켄슈타인』은 처음부터 타락에 대항하기보다 그의미를 해명하기 위해 다시 타락의 이야기를 서술하면서 밀턴에 대한 명시적이거나 암시적인 비유를 통해 신밀턴적 질문들에 답하고 있다. - P421

메리 셸리는 그의 가족사를 설명하는 데 지면을 충분히 할애한다. 사실가족사, 특히 고아의 가족사는 셸리를 매혹시켰던 것 같다. 서사에 포함시킬 수만 있다면 어디에서나 고아의 가족사를 강박적으로 포함시킨다. 그렇게 함으로써 메리 셸리는 ‘고아이자 거지‘가 된 아이의 비참한 이야기를 통해 자신이 또다시 타락의이야기, 낙원에서 추방당한 이야기, 지옥과 대면하는 이야기를하고 있음을 암시한다. - P424

사탄과 이브의 근친상간 관계는 『프랑켄슈타인의 근친상간 환상에 반영되어 있다. 그중 하나는 위장되어 나타나지만 강력하게 성적인 백일몽이다. 그 꿈에서 빅토르 프랑켄슈타인은 ‘생명의 도구들‘을 괴물의 몸에 적용하고 반응의 진동을 유도함으로써 자신의 괴물과 사실상 결합한다. [5장] - P427

빅토르 프랑켄슈타인이 배운 것 중 가장 중요한 것은,
그가 괴물의 (오로지 그에게만 ‘그처럼 놀라운 비밀이 간직되어있는‘) ‘작가‘이자, 그리하여 ‘진정한 살인자‘이며 세상에 ‘죄’와
‘죽음‘을 풀어놓은 자이고, ‘여자 형제‘와 ‘어머니‘를 둘 다 근친상간으로 죽이는 최초의 키스를 꿈꾼 자라는 사실이다. 그렇다면 불결하고 운명적인 그는 아담이 아니라 이브가 아닌가? 사실상 타락의 이야기는 자신들이 무구한 아담이 아니라 타락한이브라는 사실을 여자들이 발견하는 이야기이지 않은가? 이처럼 자신이 여자이고, 따라서 타락했고 부적절하다는 여자아이의 무서운 발견은 프로이트의 개념, 즉 잔인하지만 은유적으로는 정확한 남근 선망이 실제로 의미하는 것이리라. 분명 빅토르프랑켄슈타인이 (그리고 메리 셸리가) 이브, 아담, ‘죄‘, 사탄과맺는 다양한 관계에 거의 기이할 만큼 불안한 자아 분석이 함축되어 있는 것도 이와 같은 남근 선망을 암시할 것이다. - P435

자신의 역사가 필요한 셸리의 괴물은제인 오스틴이 보여준 현실적으로 무지한 여성뿐만 아니라 존밀턴이 정의하는 원형적 여성과도 매우 유사하다. - P441

괴물이 가부장적 사회의 여자처럼 이름이 없다는 결혼하지않은 채 위법적인 임신을 했던 메리 울스턴크래프트 고드윈도『프랑켄슈타인』을 썼던 시기에 자신에게 이름이 없다고 느꼈을것이다) 사실은 의미심장하다. - P446

셸리는 불결한 창조의 불길에서 괴물과 프랑켄슈타인, 자신의 고통을 극지의 얼음과 침묵 속으로 운반함으로써 이 셋의 고통을 어떻게든 잠재우고 있지만, 그녀는 결코 괴물-자아가 보여주었던 승화된 분노를 완전히 포기하지 않았고, 『프랑켄슈타인』이 구체화하고 있는 형이상학적 야망도 결코 포기하지 않았다. - P454

최후의 인간이 보인 적대적이며 아이러니한 문학적 제스처는그 자신의 생애뿐만 아니라 그 작가의 생애도 해명해준다. 왜냐하면 역사 안에서 진정한 자리가 주어지지 않은 괴물의 마지막복수가 역사의 말살인 것은 당연하기 때문이다. 메리 셸리가 낳은 최초의 무시무시한 아이는 밀턴의 이브처럼 이 교훈을 처음부터 이해하고 있었던 것 같다. - P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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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2-12-08 23:4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화가님 완독 중이신 역사책 페이지 수에 비하면
다락방 미친은 한 손으로 휘리릭 넘길 정도의 분량 ^^

거리의화가 2022-12-09 08:49   좋아요 0 | URL
분량 자체는 그렇지만 저는 다락방이 읽기 훨씬 어렵네요^^ 얼른 으쌰으쌰해서 완독해야겠어요. 뒷부분에 조지 엘리엇이 많이 나와서 고민입니다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