Ⅱ. 계보

[도덕적 원죄와 희생의 그늘]
<가련한 폴란드인 게토를 바라보네>(얀 브원스키, 1987.1.17) 에세이 발표하자마자 논란의 중심에 서 - 2차 대전 홀로코스트에 희생된 유대인 이웃에 대한 폴란드인의 숨겨진 죄의식(유대계 이웃이 나치에게 끌려가는 모습을 무기력하게 또는 고소하게 지켜본 폴란드인의 죄의식)을 들추어냈기 때문 -> 방관자 or 동조자 <-> 전후 폴란드의 기억 문화는 나치즘의 희생을 강조하는 당의 공식 입장과 스탈린주의의 희생을 강조하는 민중 입장의 두 축으로 구성

영화 <쇼아>(클로드 란츠만 감독, 1985) - 폴란드 국내에서 상영이 금지. 폴란드인이 홀로코스트 공범자인양 잘못된 이미지를 전달한다 보았기 때문. 이는 폴란드 공산당의 공식 입장(민족주의)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 -> 현실사회주의는 인종주의적 민족주의를 부추기면서 체제 위기를 넘어서려 했고, 반유대주의는 가장 손쉽게 동원 가능한 기제

숫자의 정치학 - 폴란드의 막대한 피해

폴란드 공산당은 2차 대전 이후 최초의 단일민족국가 수립을 당의 치적으로 선전했으나 폴란드인 대부분도 ‘유대인 없는 폴란드‘라는 새로운 국가 구성에 암묵적으로 동의했다.

[당당함과 부끄러움 사이]
<가련한 폴란드인 게토를 바라보네>(얀 브원스키, 1987.1.17) 에세이는 1980년 체스와프 미워시의 시 <피오리 광장>(1943) 인용 - 1600년 2월 이단으로 몰려 로마의 피오리 광장에서 화형당하는 르네상스 휴머니스트 조르다노 브루노와 그의 고통에도 아랑곳없이 흥겨운 일상을 즐기는 로마 시민들을 묘사

폴란드인의 반응은 변명과 성찰
변명: 서방 언론의 왜곡으로 일부 폴란드 농민과 프티 부르주아의 반유대주의 행위를 지나치게 일반화하여 부정적 여론 초래
성찰: 나치의 압도적 폭력 앞서 유대인 이웃의 죽음은 막을 수 없었어도 죽게 내버려둔 데는 폴란드 이웃의 책임이 존재

[예드바브네 학살과 카인의 후예]
《이웃들 》(얀 그로스, 2000)은 홀로코스트 당시 폴란드인과 유대인 이웃의 관계가 도덕이나 양심, 부끄러움의 문제를 넘어 범죄의 문제임을 드러내 - 예드바브네라는 마을에서 폴란드 이웃들이 유대인 학살의 주역이자 공범자였다는 범죄행위가 드러남 -> 홀로코스트 방관자에서 가해자로 논의점이 변경됨

영화 <이다(Ida)>(파배우 파블리코프스키, 2013): 나치 점령 당시 부모를 죽인 폴란드 이웃 농민들에 의해 수녀원으로 넘겨져 가톨릭 수녀로 교육받은 이다가 이모와 함께 자신의 고향이자 부모의 주검이 묻힌 곳을 찾아가는 로드 무비 - 폴란드 민족주의자들에 비판 시달려

1990년대 폴란드는 나치 독일의 점령과 스탈린의 소련이 강요한 공산주의에 이중으로 희생된 자신들의 고통을 국제사회가 충분히 인정하지 않았다는 담론이 지배적. 따라서 홀로코스트에 대한 폴란드인의 죄의식이나 역사적 책임이 들어설 여지가 없었음

민족주의적 변호론의 급진적 분파는 폴란드인이 유대인의 희생자였다고 강조. 독소전쟁 기간 소련군이 폴란드를 점령하면서 유대인 빨갱이가 폴란드의 반공주의적이고 반러시아적인 애국자를 소련의 비밀경찰에 밀고하여 중앙아시아나 시베리아로 쫓겨나게 하는데 앞장섰다는 것. ->유대인은 배반자고 유대인이 받은 박해는 인과응보이다 주장.

바우만: ‘세습적 희생자의식(hereditary victimhood)‘ - 사회주의자였던 그는 1968년 폴란드 공산당 민족주의 파르티잔파의 반시온주의 표적이 되어 이스라엘로 망명. 이스라엘에서 바우만은 공격적 시온주의(히브리어: ציונות, 영어: Zionism 시오니즘) 또는 유대주의, 유태주의(猶太主義, 문화어: 유태복고주의猶太復古主義)는 팔레스타인 지역에 유대인 국가 건설을 목적으로 한 민족주의 운동)가 홀로코스트의 희생자의식을 자기 정당화의 정치적 무기로 사용하는 것을 목격. -> 전후 폴란드와 이스라엘 전후 세대가 자신들을 2차 대전과 홀로코스트의 희생자라고 생각하는 의식에 문제 제기

세습적 희생자라는 사회적 기억의 이면에는 또 다시 식민주의의 희생자가 되지 않겠다는 문제의식이 들어있다.

[원거리 민족주의]
《요코 이야기》: 일본인 작가 요코 가와시마 왓킨스의 가전적 이야기로 2차 대전 일본이 패할 당시 11세 소녀인 작가와 가족이 생명의 위협, 기아, 성폭력의 공포 등을 겪으며 함경도 나남에서 일본으로 귀환할 때 겪은 경험을 그렸음. 1986년 미국에서 간행된 책은 2005년 4월 한국어로 번역되었음. - 2006년 9월 보스턴과 뉴욕의 한국계 미국인 학부모들이 학생을 위한 독서목록에 이 책이 포함되었다는 것에 문제 제기하면서 논쟁이 시작됨. 이들은 식민주의와 전쟁의 피해자인 한국인을 가해자로 묘사하고, 가해자인 일본인은 피해자로 묘사하고 있어 미국의 학생들에게 잘못된 인식을 줄 수 있다는 이유.(민족주의적 사유)
실제 이 책은 개인적 고통은 담겨 있으나 역사적 맥락은 생략되어 있어 문제는 있지만 패전 일본인의 민간인은 실제로 위험에 노출된 집단이었다.
‘사이버외교사절단반크‘가 펴낸 만화책에서 요코 이야기의 거짓말을 밝히는 것에 주목적을 둠으로써 한국인의 존재론적 불안감을 드러냄 - <안네의 일기>와의 비교, 731부대의 만행, 미국의 수업 중단 요구와 출판사의 출판 중단 요구 등 -> 이런 과잉 반응으로 일본의 우익 성향 출판사에서 일본어로 출간되기에 이름. 2013년 출간되었으나 이후 일본 아마존 전쟁 수기 장르에서 2위를 차지할 정도로 높은 인기 차지

폴란드 공산당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역사상 최초의 단일민족국가 수립을 당의 치적으로 선전했다. 그러나 홀로코스트로 전체 유대계 인구의 90%인 300만 명을 잃고, 강제 이주 정책을 통해 우크라이나인, 벨라루스인, 독일인 등을 추방했다는 사실은 선전에서 언급되지 않았다. 당의 공식 정책과는 별도로 폴란드인 대부분도 ‘유대인 없는 폴란드‘라는 새로운 국가 구성에 암묵적으로 찬성하고 있었다.
마 안 되는 홀로코스트 생존자가 자기 집으로 돌아왔을 때, 그 집을 점유하고 있던 폴란드 이웃의 반응은 "아직도 살아 있냐?"는 것이었다."
자기가 머무는 집의 원주인인 유대인 이웃이 살아 돌아온 게 전혀갑지 않다는 투였다. 대중적 지지 기반이 취약한 폴란드 공산당은 공 - P76

장, 주택, 토지 등 유대인의 부동산을 점거한 폴란드인과의 갈등을 원치 않았다. 폴란드 이웃이 홀로코스트 희생자인 유대인의 재산을 나치의 패망 이후에도 불법 점유할 수 있었던 데는, 폴란드 공산당과 국민사이에 암묵적이지만 공공연한 공모가 있었기 때문이다. - P77

나치가 만든 극히 비인간적인 이 세계에서 이성은 도덕의 적이었고, 합리성과 인간성은 충돌했다. 나치는 생존의 합리성에 비추어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도덕성이 비합리적으로 보이게끔 인간의 법칙을 비틀었다. 이성적 판단은 나치 범죄에 동의하도록 강요했고 이웃의죽음에 눈을 감게 만들었다." 지그문트 바우만이 홀로코스트라는 악령을 쫓아내는 데 ‘부끄러움의 해방적 역할‘을 강조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문제의 핵심은 변호론자가 주장하는 영웅적 투쟁에 대한 민족적 자부심과 성찰론자가 자책하듯이 더 많이 구하지 못했다는 부끄러움 중 하나를 선택하는 것이 아니다. 바우만의 표현을 빌리면, 그것은
"부끄러움을 느낌으로써 도덕적 정화를 시도했다는 자부심"과 "자부심에 취함으로써 도덕적 타락을 자초했다는 부끄러움 중 어느 쪽을선택하는가의 문제였다." - P88

일본 식민주의의 ‘세습적 희생자‘라는 자기규정에 갇혀 있는 한 잠재적 식민주의에 대한 내부 비판은 좀처럼 기대하기 힘들다. 세습적 희생자라는 사회적기억의 빗장을 풀고 슬쩍 그 안을 들여다보면, 어떻게 하면 또다시 식민주의의 희생자가 되지 않을 것인가라는 문제의식이 숨어 있다. 그것은 식민주의가 강요한 제국-식민지의 지배 구도를 근원적으로 부정하는 사고방식이 아니다. 그 밑에는 제국으로 우뚝 서지 못하고 식민 - P95

지로 전락한 역사에 대한 회한이 자리 잡고 있다. 식민주의 자체가 문제라기보다는 제국이 되지 못하고 식민지로 전락한 것이 문제라는 사고방식이다. 분명한 반식민주의적 메시지에도 불구하고 세습적 희생자의식은 탈식민주의적 성찰을 가로막는다. - P96

원거리 민족주의는 대개 이민당시의 낡지만 강력한 민족주의 기풍을 그대로 간직해서 그동안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온 본국의 민족주의보다 더 엄격하고 본질주의적인경향이 강하다. 본국의 민족주의는 역사적 조건과 상황의 변화에 맞추어 끊임없이 살아 움직이는데, 이들의 민족주의는 이민을 떠날 당시의모습 그대로 박제화되어 있다. 민족의 기억과 함께 미국으로 이주한한국계 미국인의 원거리 민족주의도 예외는 아니었다. SET미국이라는 인종차별적 다문화 공간에서 날카로워진 한국계 미국인의 원거리 민족주의가 본국으로 역수입되어 한국의 민족주의적 기억 문화를 강화하는 이 경험은 민족주의가 트랜스내셔널한 현상임을 다시 한번 확인해주었다. - P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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