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자가 강학을 직업으로 삼는 풍기를 열자, 그의 제자들과 이후 유자들도 대부분 강학을 직업으로 삼았다. 이른바 "크게는 사부나 경상이 되었고, 작게는 사대부들을 벗하고 가르쳤다"는 말이다. 그러나 "학문으로 당대에 이름을 날린" 인물로는 맹자와 순경을 들고있다. 두 사람은 실로 공자 이후 유가의 대사(大師)였다. 중국역사상 공자의 위치는 마치 서양역사상의 소크라테스와 같고, 중국역사상 맹자의 위치는 마치 서양역사상의 플라톤과 같은데 그 기상의고명장쾌함(高明亢爽) 또한 흡사하고, 중국역사상 순자의 위치는마치 서양역사상의 아리스토텔레스와 같은데 그 기상의 독실해박함(篤實沈博) 또한 흡사하다. - P178
맹가(孟軻, 371-289B.C.)는 추인(鄒人)이다. 자사의 제자에게서 학업을전수받았다. 도에 통달한 다음, 타국인 제나라에 가서 선왕을 섬겼으나, 선왕은 그를 등용하지 못했다. 온 천하는 바야흐로 합종(合從)과 연횡(連衡)을 놓고 고심하고 있었고, 공격과 정벌전쟁을 능사로 여기고 있었다. 이런형편에 맹자는 오히려 요순과 삼대 성왕의 덕을 계술, 천명했으니, 유세한임금들과 부합할 수 없었던 것이다. 결국 은퇴하여 만장 등의 제자와 함께 『시』, 『서』를 재해석하고) 공자의 사상을 계술, 천명하여(述) 『맹자(孟子)』 1편을 지었다(作). - P178
공자는 육예(六藝)로써 교육했는데, 그후 유가도 그러했다. 『사기』에 따르면 "맹자는 『시』, 『서』를 재해석하고 공자의 사상을 계술, 천명했고", 조기(趙岐)의 「맹자제사(孟子題辭)」에 따르면 "맹자는 육경에 통달했고, 특히 『시』『서』에 뛰어났다." - P180
"어기거나 저버리지 않고 전통 제도를 따르고", "선왕의 법도를 좇아" "토지를 분배하고 봉록을 제정하면", 그 결과는 틀림없이 "주나라 왕실이 제정한 관작과 봉록의 등급제도"와 대략 같을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당시의 전통 제도에 대한 맹자의 태도는 보수적이었다. - P184
왕도와 패도는 바로 맹자의 이상적인 정치 가운데 두 가지의 상반된 정치이다. 그후 중국의 정치철학은 모든 정치를 이 두 부류로 나누었다. 왕자(王者: 왕도주의의 왕)의 모든 제정과 시책은 인민을 위한 것인 만큼 모든 인민은 기껍게추종한다. 그러나 패자(霸者:패도주의의 군주)는 오직 무력으로 인민을 정복하여 강제로 추종하게 한다. - P185
맹자는, 비록 사회에는 여전히 군자와 야인 즉 통치자(治人者)와 피통치자(治於人者)의 구분이 있어야 하지만, 다만 그 구분은 순전히 사회적 분업을 통한 상호 부조(分工互助)에 목적이 있다고 여겼다. - P187
태평성세(治世)에는 소덕의 인물이 대덕의 인물에게, 소현의 인물이 대현의 인물에게 부림을 당하지만, 난세(亂世)에는 왜소한 사람이 장대한 사람에게, 약자가 강자에게 부림을 당한다는 말이다. 그러나 난세에 강자가 약자를 병탄하고 다수가 소수를 폭압하는 것은 사람과 사람 간의 상호 경쟁이지 사람과 사람 간의 상호 부조는 아니므로, 사회적 분업을 통한 상호 부조의 원칙과는 맞지 않는다. 만약 분업을 통한 상호 부조의 원칙에 근거한다면, 반드시 유능한 통치자로 하여금 통치하게 해야 한다. - P189
국가사회는 마치 큰 목재나 옥과 같으므로, 그것을 다스리는 사람 역시 "어려서부터 학문한" 전문가여야 한다. 이른바 대덕(大德), 대현(大賢)의 인물이 곧 국가사회를 다스릴 수 있는 전문가이다. 이 이치를 밀고 나가면 정치상의 지고의 자리는 반드시 최대의 유덕자가 앉아야 한다. 이른바 천자(天子 : 天帝의 子, 하늘의 아들)는 반드시 성인이어야 한다. 따라서 요순의 선양(禪讓)이 맹자의 이상적인 정치제도로 되었다. - P190
이 성인이 연로해갈 즈음 죽기 전에 미리 연소한 성인을 뽑아 먼저 재상을 시켜 시험해본다. 그래서 성과가 탁월하면 하늘에 추천하여 그 자신의 대체자로 삼는다. 연로한 성인이 죽으면 이 연소한 성인이 그를 대신하여 천자가 된다. 그러나 하늘의 뜻은 알 수 없고 알 수 있는 것은 민의(民意)뿐이다. - P193
"필부로서 천하를 얻을 사람은 그 덕망이 반드시 순, 우 같아야 하며 동시에 천자의 추천이 있어야 하는" 만큼, 천자의 추천이 없으면 미리 재상이 되어 자신을 시험해볼 수 없으므로 백성들에게 은택을 베풀 수 없고 따라서 백성들이 그에게 귀의하지 않는다. 이런 이상(理想)은 플라톤의 『국가』에서의 주장과 매우 흡사하다. 다만 유가는 계술을 통해서 창작하는지라 반드시 역사적 사실에 가탁하여 그이상을 표현했고, 또 주제(周制)에 의뢰하고 문왕과 주공을 존숭했던지라 "세습에 의해서 천하를 얻은 사람" 역시 공박하지 않았다. - P193
맹자의 이상에 따르면 토지는 국가의 공유재산이고, 인민은 국가로부터 토지를 받는 자유 경작인이다. 묵자는 평민의 관점에서 주제(周制)의 반대면(反面)을 주장했고, 맹자는 평민의 관점에서 주제에 새로운 해석과 새로운 의미를 부여했는데, 이것이 이 측면에서의 맹자와 묵자의 차이점이다. - P193
맹자에 따르면, 국가는 인민에게 항산(恒産안정된 생업)을 가지게 하여 생계 문제를 해결해주고 또한 교육기관을 설립하여 인민을 교육해야 한다. - P196
"사람마다 남에게모질지 못하는 마음이 있어서", 남의 고통을 차마 보지(忍見) 못한다는 사실이 곧 반드시 인정을 행해야 하는 까닭이다. 사람마다 이미 인정의 근거인 이 마음이 있다는 사실이 곧 인정을 행할 수 있는 까닭이다. - P197
인과 충서에 대한 공자의 논의는 주로 개인적인 수양 측면에 국한되었지만, 맹자는 그것을 정치·사회 철학에 응용했다. 인과 충서에 대한 공자의 논의는 "내성(內聖 : 성인의 덕성을 닦음)"에 그쳤지만, 맹자의 경우는 "외왕(外王:王者의 사업을 성취함)"에까지 미쳤다. "사람은 누구나 남에게 모질지 못하는 마음이 있다"고 함은 이른바 인성은 모두 선하다는 말이다. - P198
맹자의 성선설은 단지 사람은 모두 인의예지의 "4단서(端)"가 있으니, 이 "4단서"를 확충할 수 있으면 성인이 된다는 말이다. 사람이 선하지 못한 까닭은 모두 이 "4단서"를 확충하지 못한 탓이지, 그 본성이 본래 선한 사람과 다르기 때문이 아니다. - P199
사람이 금수와 다른 까닭(人之所以異於禽獸者)은 아주 미미하다. 다만 뭇사람은 그것을 버리지만 군자는 보존한다. - P200
아리스토텔레스는 『윤리학』에서, 식욕과 성욕은 사람과 금수가 공유하는 것이고, 사람이 금수와 구별되는 것은 오직 이성이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마음의 기능은 사고이고", 사고할 수 있음은 즉 이성이 있음이다. 사고할 수 있는 마음은 인간에게 특유하여, 바로 "하늘이 우리에게 부여한" 것이므로 대체이다. 귀와 눈 등의 감각기관은 사람과 금수가 공유하는 것이므로 소체이다. 만약 오로지 "자기의 소체만 따르면" 소인일 뿐더러 금수이기도 하다(이하 참조). "귀와 눈 등의 감각기관은 사고력이 없으므로 외물에 가려막히며 외물과 서로 접촉하면 이끌릴 따름이다." - P201
모든 사람의 마음에 동일한 것은 무엇인가? 바로 도리요 의리이다. 성인은 나보다 앞서 내 마음과 동일한 것을 터득했을 따름이다. - P202
인이란 "사람"이면 지녀야 할 마음이요, 의란 "사람"이면 따라야 할 길이다. 만약 "인에 거하지 않고 의를 따르지 않으면" 곧 사람이 아니다. - P204
양주의 위아주의(爲我)는 임금의 존재를 부정한 것이며, 묵자의 겸애주의(兼愛)는 아버지의 존재를 부정한 것이다. 아버지도 없고 임금도 없다면 다름 아닌 금수이다. 양주, 묵자의 도는 인륜을 폐기하여 "사람인 까닭"을 상실하고 인간의 정의에 부합하지 않으므로 곧 금수이다. - P205
맹자는 개인을 극히 중시했기 때문에 개인의 자유를 강조했다. 그러니 이른바 예라는 것도 만약 합당하지 않다고 여겨지면 부인하고 개혁할 수 있다. 『맹자』는 말한다. 맹자가 제나라 선왕과 대화를 했는데 이렇게 말을 꺼냈다. "임금이 신하를 자신의 수족처럼 여긴다면 신하는 임금을 자신의 몸처럼받들 것입니다. 임금이 신하를 개나 말처럼 대한다면 신하는 임금을 일반인처럼 대할 것입니다. 임금이 신하를 초개처럼 취급한다면 신하는 임금을 원수처럼 여길 것입니다." - P206
공자는 개인의 성정(性情)의 자유를 중시함과 동시에 인간의 행위의 외부규범을 중시했는데, 전자는 공자의 독창이고 후자는 고대의 상규였다고 말했다. 그러나 맹자는 개인의 성정의 자유를 더욱 중시했다. - P207
4덕은 인성(人性)이 발전한 자연적인 결과인데, 사람이 인성을 발전시켜야하는 이유는 반드시 그래야만 "사람이 사람인 까닭"을 다할 수 있기 때문이지, 4덕이 이롭기 때문에 그렇게 하는 것이 아니다. 4덕의 행위는 물론 사회에 이로운 결과를 낳겠지만, 그 결과는 극히 귀중할지라도 역시 부수적인 것이다. - P208
인간에게 4단이 있는 까닭과 그리고 성이 선한 까닭은, 바로 성이 "하늘이 내게 부여한 것", 즉 인간이 하늘로부터 얻은 것이기 때문이다. 이는 성선설의 형이상학적근거이다. 마음이 인간의 "대체(大體)"이므로 "자기의 마음을 다 발휘한 사람"은 "인간의 본성을 알게 된다." 이 본성은 바로 "하늘이 내게 부여한 것이기" 때문에 "자신의 마음을 다 발휘하고" "인간의 본성을 아는 것"은 또한 "하늘을 아는 것"이다. - P210
호연지기, 그것은 지극히 크고 지극히 굳세다. 아무런 방해 없이 올바로 함양될 수 있으면 온 천지를 충만시킬 것이다. - P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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