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예전에, 고통은 사람을 자유롭게한다고, 고통을 견뎌낸 사람이야말로 자기 삶의 온전한 주인일 거라고생각했다. 고통의 기억이 자신을 보호한다고. 그런데 이제 언제나 그런것만은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이런 앎, 평범한 보통의 삶에는 있기 힘든 이런 특별한 삶은 손댈 수 없도록 따로 보관해놓은 비축물이나겹겹이 층을 이룬 광석 틈의 희미한 금가루처럼 별도의 공간에 존재한다. 한참을 속이 빈 암석을 공들여 벗겨내고, 함께 사소한 기억의 퇴적물을 헤집어야 한다. 그래야 비로소 반짝반짝 모습을 드러낸다! 선물처럼 찾아온다! - P170
누구도 우리 위에 있지 않았고 누구도 우리 아래 있지 않았어. 우리 중에 양탄자나 고급 식기를 가진 사람은 아무도 없었지만…….… 아무도.…하지만 우리는 행복했어. 정말 행복했지. 왜냐하면 우리는 살아남았으니까. 이야기하고 웃을 수 있었으니까. 마음껏 거리를 돌아다니고.. - P222
자신의 기억 외에는 주위의 모든 것이 평범하다. 나 역시 목격자가 되어간다. 사람들이 무엇을 기억하는지, 어떻게 기억하는지, 무엇을 말하고 싶어하는지, 또 무엇을 기억에서 지워버리거나 기억의 저 깊은 구석으로 밀쳐버리고 싶어하는지, 그리고 장막을 쳐버리고 싶어하는지를 보고 듣는 목격자. 적절한 말을찾지 못해 절망하면서도, 시간을 두고 생각하면 온전한 표현을 찾아내리라는 희망의 끈을 붙잡고 과거를 되살리려 안간힘을 쓰는 모습을 본다. 그때는 보지 못하고 이해하지 못했던 것들을 이제는 얼마나 보고 싶어하고 이해하고 싶어하는지를. - P255
길은 오로지 하나다. 사람을 사랑하는 것. 그리고 사랑으로 사람을 이해하는 것. - P2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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