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르바나 2011-01-03  

로드무비님,  

먼저 니르바나 머리숙여 새해인사 드립니다. 
댁내 두루두루 평안하시고 가업, 개업 모두모두 번창하시길 빕니다. 

Carpe Diem !
이말 많이 들어보셨지요. 
지금 이 순간에 충실하라는 뜻의 라틴어요. 

어제는 제 아내의 가장 가까운 벗의 가족이 새해 첫날 돌아가셔서
장례식장에 들러 조문하고 돌아왔습니다.
지금쯤 육신을 벗고 허공에 한줌 연기로 변하여 사라지고 있는 그분.
한밤중 깨어나 허망한 죽음(모든 죽음이 다 그렇지만)을 생각하며
위의 저 말을 생각했습니다. 

<죽은 시인의 사회>의 키팅선생이 외치던 의미와 완전히 통하지는 않겠지만
말러교향곡 1번<Titan>과 알프레드 브렌델의 베토벤 피아노소나타를 들었습니다.  

어제그제 복 많이 받으라는 신년인사를 수없이 들었습니다.
그러나 슬픔과 고통은  올해도 어김없이 우리 주위의 삶을 휩쓸고 돌겠지요.
그래서 한층 더 마음으로 까르페 디엠을 외치고 싶습니다.
산 者만이 외칠 수 있는 말이니까요. 

올해가 신묘년이라지요. 
늘 부럽게 여겨지는 로드무비님의 여유있는 삶의 태도가 더욱 빛나시는
신묘년 한해가 되시길 간절히 빌겠습니다.
가끔 니르바나의 주위에도 한줄금씩 뿌려주셨으면 하는 바램도 아울러 적어봅니다.  

그럼 또 다시...

 
 
로드무비 2011-01-03 19: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니르바나 님, 고맙습니다.
복 많이 받으라는 인사 지겨우면서도 또 막상 들으면 좋더라고요.
연하장 한 장도 못 쓰고 새해를 맞았습니다.
어찌 보면 바쁘다는 핑계도 자기도취 같습니다.

그나마 책 읽고 영화 볼 때가 제일 마음 편합니다.
이때까지 살면서 내가 알아낸 건 요것뿐입니다.
그것도 또 생각해 보면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모릅니다.

말러의 교향곡 1번과 알프레드 브란델의 피아노 소나타로 새해를 여셨다고요?
제가 한두 번 들어본 곡이라는 데 무한한 긍지를 느낍니다.ㅎㅎ
지난해 말 깜장색 겨울 재킷을 하나 구입했습니다.
장례식장에 갈 일이 저도 가끔 생기더라고요.
옷장에 깜장색 정장이 하나 터억하니 걸려 있으니
뭔지 안심이 됩니다.

카르페 디엠.
전 그 '순간'에 너무 충실해서 문제가 됩니다.
에라이, 모르겠다. 먹자!
에라이, 모르겠다. 자자!
혹시 이런 모습을 일러 '여유로운 삶의 태도'라고 하시는 건 아니겠지요.ㅎㅎ

니르바나 님 덕분에 제 서재가 환해졌습니다.
올해도, 가끔 혼자 읽기 아까운 좋은 책 있으면 얘기 나누고 싶습니다.
건강하시고요.
어머님과 가족 모두모두 평안하시기를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