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젯밤 잠자리에 드는데 문득 '인색함과 게으름이 내 인생에 초를 쳤다!'라는 생각이
묵직한 망치처럼 뒤통수를 쳤다.
무슨 대단한 깨달음이나 되는 것처럼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수첩에 기록했다.
조금 전 토요일에 주문한 알라딘 50프로 세일 도서 슬라보예 지젝의 책값 결제를 하려는데
권정생 선생의 글에 가락을 붙였다는 백창우의 음반이 눈에 띄었다.
(<바보처럼 착하게 서있는 우리 집>)
알라딘 소개에 나와 있는, 권정생 선생이 빨래 너는 모습에서 시선을 뗄 수 없다.
그리고 누군가의 낭송으로 수록되었다는 <도모꼬>라는 제목의 시!
잠시 고민한 끝에 지젝을 포기하고 음반을 주문했다.
(서동만 선생 1주기 추모집 <죽은 건 네가 아니다>와 함께...)
한 번쯤 꼭 읽어보고는 싶으나 냉큼 손이 가지 않을 게 확실한 책들은
이제 보관함에도 담지 않으련다.
도모꼬
- 인간성에 대한 반성문 2
도모꼬는 아홉 살
나는 여덟 살
2학년인 도모꼬가
1학년인 나한테
숙제를 해달라고 자주 찾아왔다.
어느 날 윗집 할머니가 웃으시면서
"도모꼬가 나중에 정생이한테
시집 가면 되겠네"
했다.
앞집 옆집 이웃 아주머니들이 모두 쳐다보는데서
도모꼬가 말했다.
"정생이는 얼굴이 못생겨서 싫어요."
오십 년이 지난 지금도
도모꼬 생각만 나면
이가 갈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