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오리 바람 - Eighteen
영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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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각자의 길로 다시 떠나네.
인생의 소용돌이 속으로,
- 영화 <쥴 앤 짐> 중에서 

회오리- 기류의 이상으로 생기는 돌개바람(사전)


프랑소와 트뤼포의 <쥴 앤 짐>에서 여주인공 잔느 모로가 불렀던 '인생의 소용돌이'가
기억에 남아 첫 장편 데뷔작 제목을 <회오리 바람>으로 짓게 되었다는 장건재 감독.
영화는 대부분 자전적인 얘기라고 한다.

고2 겨울방학에 '만난 지 100일 기념'으로 1박 2일 겨울바다 여행을 감행하는
태훈(서준영)과 미정(이민지).
개성이랄 것도 딱히 눈에 띄지 않고 별로 용감하지도 않은
이 땅의 보통 청소년들이다.

집으로 돌아온 날 밤, 태훈과 태훈의 부모는 미정 아버지의 부름을 받는다.
치과의사라는, 스스로 자랑스러운 신분에 아이들의 기분을 꽤나 이해하는 척하던 그가
아이들과 태훈의 부모 앞에서 갑자기 폭력적인 모습으로 돌변하는 장면은 섬뜩하다.
(순한 얼굴의 교양 있는 어른의 마음속에도 회오리바람은 분다.)

태훈을 가장 괴롭히는 건 그들의 사랑을 방해하는 어른들보다
자신을 피하는 미정의 태도.
뚱한 표정에 길거리에 침을 찍찍 뱉는 건 기본, 그릇을 찾으러 와서는 자신이 배달한
중국음식 잔반을 아파트 주민이나 경비의 눈을 피해 몰래 내버리고, 심지어 피씨방에서는
몇백 원을 깎으려다 화장실로 끌려가 실컷 얻어터진다.
소년의 찌질한 모습이 이 영화의 압권이다.
무서울 정도의 사실성.
여타의 영화에서 보게 되는, 사랑에 빠진 소년의 섬세한 마음 같은 건 찾아볼 수 없다.

어느 날 집에서 벌어진 미정과 미정 여동생의 서로에 대한 분노만 남은 듯한 난투극 장면도
인상적이다. 시장거리에서 흔히 벌어지는 손님과 상인 간 혹은 이웃 상인끼리 머리채를 잡고
뒹구는 것보다 소녀들의 싸움장면이 얼마나 살벌한지......
겉으로 보면 스위트홈인 유복한 집에서 자매가 얼마나 억압받고 사는지
짐작할 수 있을 뿐이다.

자기연민도, 최소한의 어리광도 남아 있지 않은 성장영화는 거의 처음 본다.
글쎄, 18세 소년소녀가 주인공인 영화이니 '성장영화'라고 불러도 어색하진 않겠지만
<회오리바람>을 보고 나면 고개를 갸우뚱하게 되는데,
'바닷가에서 먹는 소주와 컵라면'을 그토록 외치던 영화 <낮술>의 주인공이 뜬금없이 생각났다.
(외출에서 돌아와 엄마가 차려놓은 밥상을 슬쩍 일별하곤, 냄비를 꺼내 물을 붓고,
라면봉지를 뜯는 소년의 뒷모습이 기억에 남는다. 그게 뭐 그렇게 대수로운 장면이라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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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woshot 2010-02-28 16: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보고나면 마음이 심란해 지던가요?
그러면 좀 피하고 싶어서...^^

로드무비 2010-02-28 18:46   좋아요 0 | URL
안 심란합니다.
정신이 번쩍 드는 기분!^^

2010-03-01 10: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3-01 11:18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