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클라우스 킨스키


다섯 편의 영화를 함께 한 헤이조크와 킨스키의 애증의 관계를 잘 묻어나는
‘나의 친애하는 적-클라우스 킨스키’.
광기어린 배우와 그를 지켜본 감독과의 우정 아닌 우정을 느낄 수 있는 이 영화는
1991년 사망한 킨스키를 그리며 1999년 제작되었다.

절대로 같이 쓰일 수 없는 것 같은 ‘친애’와 ‘적’이라는 단어가 함께 들어간 제목은
아이러니함을 안겨준다. 하지만 영화를 보고 난다면 밉지만 사랑할 수밖에 없고,
이해하지만 동조할 수 없는 한 배우를 설명하는데 가장 절묘한 문장이라고 느껴진다.

원제목은 'My best fiend'. 얼핏 본다면 ‘fiend’를 친구를 뜻하는 ‘friend'로 착각할 수
있을 법하다. 그러나 ‘fiend’는 사전적으로 ‘악마’, ‘마귀 같은 사람’ ‘어떤 것에 미친 사람’
등의 의미를 가지고 있는 단어.
친구-악마, 사랑-증오로 대변되는 킨스키와 헤이조크를 관계를 이해하는데 적절하다.

헤이조크의 ‘친애하는 적’ 킨스키는 언제나 공격적이고, 거칠었다.
조근조근 이야기하는 법 없이 소리를 질렀고 싸움을 걸었다.
많은 배우들이 그의 예민함을 무서워했고 매서운 눈빛을 두려워했다.

영화 촬영에 도움을 주었던 인디언들은 그의 사나움에 ‘저 자를 없애 드릴까요?’라고
진지하게 묻기도 했다고.
헤이조크 역시도 ‘킨스키를 죽이기를 시도했으나 그의 집 앞을 지키던 사냥개 때문에
포기하고 말았다’라고 농담을 던졌다.

킨스키는 괴짜였지만 꽤나 매력적인 사람임은 틀림없다.
영화 촬영을 위해 정글에 들어가는 것은 꺼리면서 자신의 소장용 사진 촬영을 위해서는
정글의 나무에 걸터앉아 폼을 잡았다.

거칠고 난폭하던 킨스키는 영화 마지막에서 자신의 곁을 떠나지 않는 나비와
장난을 치는 모습을 보여준다. 강렬한 연기와 괴팍한 성격을 가진 배우였지만
그 뒤에는 연약한 모습은 인간 대 인간으로서의 매력을 느끼게 했다.

헤이조크가 이 영화를 만든 것은 아마도 단단한 방패 뒤에 숨어 있던
킨스키의 인간적인 면모를 추억하기 위함이 아닌가 짐작해본다.

한경닷컴 bnt뉴스 조은지 기자 star@bntnews.co.kr  

 




헤어조크 감독의 페르소나이자 우정과 애증의 관계를 넘나들었던 배우 클라우스 킨스키의
사후에 만들어진 작품. 헤어조크가 13살 때 이루어진 두 사람의 첫 만남부터 5편의 작품을
함께 하며 지속된 특별한 관계와 추억의 회고, 그리고 클라우스 킨스키의 광기를 보여주는
기행에 가까운 에피소드들이 흥미롭게 펼쳐진다.

 


스트라빈스키의 불꽃과 차이코프스키의 얼음이 만난다면 어떤 음악이 나올까.
광기의 에너지로 이글거리는 배우 클라우스 킨스키, 그리고 그 통제 불가능한 야수의
일거수일투족을 차갑게 지켜보면서 카메라 프레임 속에 가두는 감독 베르너 헤어조크.
이 두 사람의 기나긴 애증 관계는 영화사에서 결코 도달 할 수 없을 것 같던
새로운 미적 영역을 개척한다.
베르너 헤어조크 감독의 1999년 작 다큐멘터리 <나의 친애하는 적>은 이 불꽃과 얼음의
극한 대립을 차분하게 풀어낸다.
<노스페라투>, <보이체크>, <코브라 베르데>, <아귀레, 신의 분노>, <피츠카랄도> 등
5편의 장편영화를 함께 했던 영화적 동지이자 원수였던 킨스키와의 첫 만남,
이후 영화 촬영 기간 내내 참아내야 했던 킨스키의 기행과 히스테리, 발작을 여과 없이 보여준다.
실제로 서로가 서로를 죽이려고 했던 일화들, 수백 톤의 증기선을 산 위로 끌어 올리는
무모한 촬영, 영화 속 스토리보다 더 회자된 정글 속 이야기들은 대단히 흥미롭다.
마지막 2분, 나비와 함께 애처럼 즐겁게 놀면서 카메라 렌즈를 응시하는 킨스키가 비춰진다.
킨스키를 주목하던 카메라가 어느새 헤어조크 자신을 비추는 거울이 되는 순간이다.
나비의 날개짓같이 가벼웠던 킨스키, 평생 그의 광기를 카메라 프레임 속에 잡아 두려 했던
헤어조크의 미안함이 고백처럼 드러난다. 비로소 그는 그를 날려 보낸다. (오정호)


1999 상 파울로 국제영화제, 관객상

 


베르너 헤어조크 Werner Herzog
1942년 독일 뮌헨 출생. 산골 마을인 바바리아에서 자란 그는
영화는 물론 TV와 전화도 접하지 못한 채 유년 시절을 보냈다.
어린 나이부터 세계 곳곳을 여행하기 시작했으며,
철공소에서 번 돈으로 단편 <헤라클레스>를 제작,
본격적으로 영화계에 뛰어들었다.
첫 장편 <싸인 오브 라이프>(68)가 베를린영화제에서 은곰상을
수상하면서 주목 받는 감독이 됐다.
이후 <아귀레, 신의 분노>(72)로 그의 페르소나, 배우
클라우스 킨스키를 만났으며, 뉴저먼시네마의 기수 중 하나로
당당히 자리잡았다. 그는 극한적인 상황에서 극단적인 목표를
추구해가는 광기 어린 인물들을 주로 다뤘으며, <하늘은 스스로 돌보는 자를 돌보지 않는다>(74),
<피츠카랄도>(82), 와 <그리즐리 맨>(05) 등을 통해 칸영화제를 비롯해
세계 유수 영화제에서 많은 상을 받았다.
1999년작, 96분

방영일시 2009-09-27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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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9-27 23:1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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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9-28 02:3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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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9-27 23:2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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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해한모리군 2009-09-28 10: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나갔다 --;; 하지만 다시보기가 되겠지요 ㅎ

로드무비 2009-09-28 12:03   좋아요 0 | URL
다시보기는 안 되지만 다음에서 하이라이트 부분 볼 수 있다고 들었습니다.^^

BRINY 2009-09-28 10: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제 봤어요. 이 사람이 나스타샤 킨스키의 아버지 맞죠? '아웃 오브 아프리카'에서의 역할이 제일 기억에 남았는데, 그 역할에선 상상하기 힘든 내용의 다큐였어요. 그냥 '미쳤구나'하는 생각부터 들었어요.

로드무비 2009-09-28 12:09   좋아요 0 | URL
맞아요, 그의 딸.
<아귀레 신의 분노>를 찍을 때 그는 정말 광인 같았는데
뒤편으로 갈수록 어쩐지 쓸쓸한 것이...
헤어조크 감독의 깊은 눈매도 인상적이었죠?^^

2009-10-05 14:2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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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0-06 23:2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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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0-07 02:2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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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0-07 12:5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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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0-08 02:3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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