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만난 사람들 - Hello, Stranger
영화
평점 :
상영종료


사회 적응훈련을 막 마친 탈북 청년 진웅, 담당 형사가 준 열쇠를 들고
정부가 마련해둔 임대 아파트에 들어서니 숟가락몽댕이 하나 없이 휑뎅그레하다.
당장 덮고 잘 이불이라도 하나 사기 위해 집을 나섰다가 길을 잃는다.
온 동네를 헤매다가 간신히 마트를 찾은 것까지는 좋았는데
이 아파트가 저 아파트 같고, 아파트 이름을  모르니 이것 참 낭패 아닌가.

김동현 감독의 <처음 만난 사람들>은 이불을 구하러 나선, 그리고 그 이불을 덮고 잘
자신의 방을 못 찾아  헤매는 '길 위의' 영화다. 이른바 로드무비.
동네를 뺑뺑 도는 것이 무슨 로드무비냐고 할 사람도 있겠지만
세상에 그런 로드무비도 없으란 법 없다.

다행히 이 영화에는 남부럽지 않게 터미널도 나오고 모텔에서의 하룻밤도 나온다.
어느 날 부산에 둥지를 튼 친구들을 만나러 나선 길에서
애인을 찾겠다는 맹목적인 열정과 부안의 집주소가 적힌 쪽지 외에는 아무것도 가진 것 없는
베트남인 이주노동자 청년 팅윤을 만나는데...
그가 아는 유일한 한국말은,
"때리지 마세요, 저도 인간이에요!"

전작인 <상어>에서의 판타지를 빼고 '오롯한 리얼리즘' 영화를 만들고자 했다는 김동현 감독.
지독하게 사실적인 영상이며 지적이면서도 강단이 느껴지는 얼굴에서
슬쩍 재중동포 영화감독 장률이 겹쳐지고.

이불을 옆구리에 끼고 동네를 헤매다 무작정 잡아탄 택시에서 만났던
운전기사 탈북처녀 혜정이 9만 몇천 원의 요금 중 택시비를 몇천 원 깎아주는 것이나,
집을 찾게 되면 찾았다는 연락이나 한 번 해달라고 적어서 주는 전화번호,
좀 야박한 듯한 호의가 좀 아쉬우면서도 미더워서 좋았다.

무뚝뚝하게 진욱의 사회 적응을 도와주는 담당 중년 형사의 상실감과 피로도
묵지근하니 가슴에 와닿았다. 



 


어리버리한 베트남 청년 팅윤을 어제 화면으로 만나고,
생각난 김에 책상 위에 한달째 고이 모셔져 있던 책(아시아 인권문화연대 이난주 지음
<아빠, 제발 잡히지 마>)을 단숨에 읽어치웠다. 
2004년 네팔 방문시 이루어졌다는 찬드라 언니(전작 <말해요 찬드라>)와의
해후도 반가웠고,  이주노동자 락밴드 '스탑 크랙타운' 소개글도 눈에 번쩍 띄었다.
영화를 보는 내내 탈북청년 진욱 역을 맡은 배우(박인수)가 눈에 익다 했더니
'스탑 크랙타운'의 기타리스트이자 이 밴드의 노래를 대부분 작곡한 것으로 알고 있는
버마 청년 소 모 뚜와 많이 닮았더라.
음반을 자세히 살피다가 그 사실을 발견하고 헤어진 남동생이라도 만난 듯 반가웠다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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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6-10 01:3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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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6-10 09:0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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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로이카 2009-06-10 02: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탈북청년에서 ㅇㄴ을 빼니 탈북처녀가 되는거구나 하는 대단한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 잘 읽었습니다.

로드무비 2009-06-10 08:56   좋아요 0 | URL
아, 저도 덩달아.^^
마지막 장면에서 가슴이 설레더라고요.

2009-06-10 06:2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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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6-10 08:5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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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6-10 15:4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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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6-11 00:2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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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6-11 05:3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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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6-11 10:4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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