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굶을 때 양식을 주니 비굴해진다.
자립해야 된다고 돈 빌려다 주니 자취 없이 사라진다.
개인으로 실패하였다고 조직을 만드니 그 조직체는 단체로 타락한다.
병 고쳐 힘 얻으니 마누라 때리는 데 그 힘을 쓴다.
인격을 존중하여 재정을 맡겼더니 돈도 사람도 잃었다.
민주적으로 선출하여 맡기니 더 단수 높게 횡령했다.'
--김진홍 <새벽을 깨우리로다> (202쪽), 1982년, 홍성사 刊
1982년에 홍성사에서 나온 '빈민의 벗' 김진홍 목사의 <새벽을 깨우리로다>는
당시 아직 어린(?) 나에게 꽤 큰 충격을 주었다.
창녀 주정뱅이 등 활빈교회에 모여든 빈민의 삶의 실상은 상상을 불허하는 것이었고
그들과 웃고울며 뒹구는 김진홍 목사는 돈키호테 같기도 하고
어찌 보면 의적 같았다. 목사라기보다......
몇 년 전, 남양주에 살 때는 구리에 소재한 그의 교회를 물어물어 찾아가기도 했다.
그런데 그의 설교가 어찌나 수상하던지......
예배를 마치고 나오며 남편과 나는 누가 먼저랄 것 없이 외쳤다.
"저 사람 똥퍼목사 김진홍 맞아?"
그의 생각이 어떻게 변했든 현재 그의 행보(뉴라이트의 수장으로서)가 어떻든
이 책이 나에게 준 것들은 그대로 내 속에 간직될 것이다.
앞에 인용한 구절은 오래 전 내가 밑줄을 그어놓은 대목이다.
너무 신랄한 표현이다 싶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빈민을 사랑한다'는
통렬한 고백으로 알았는데,
지금 미루어 짐작해 보니 그의 변신의 단초가 되기도 한다.
책 뒤에 '쓰고 나서'라고 하여 몇 줄 덧붙인 글이 있는데
지금 보니 횡설수설이다.
강한 사람이 되기를 원하는 자는
사랑의 사람이 되어야 한다.
사랑은 강하기 때문이다.
그는 예수님이 말씀하신 '사랑'보다는 '강한 사람'에 인생의 방점을 찍었던가 보다.
삐딱한 시선으로 보니, 엄청난 감동을 주었던 구절이 어쩌면 이렇게도 다르게 읽히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