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멋진 세상 1
아사노 이니오 지음, 천의성 옮김 / 애니북스 / 2007년 12월
평점 :
품절


나라는 인간은 얼마나 변덕스러운지,
제 입으로 좋다고 난리를 친 작가의 신작이 나와도 한동안 딴청을 부린다.
몇 안 되는 믿어 의심치 않던 것으로부터도 거리를 두는 이 몹쓸 습관이라니.

--솔직히 난 니가 아니니까 니 인생 따윈 몰라.
그렇지만 말이야. 살다보면 나쁜 일도 있지만 좋은 일도 반드시 있는 법이거든.
그러니까 일단은 열심히 살아보란 말야
.(아사노 이니오 <빛의 거리> 85쪽)

"일단은 열심히 살아보란 말이야" 라는 말 따위가  
앞이 보이지 않는 저마다의 구체적인 문제에 맞닥뜨린 인생에 위로가 될 리 없다.
그런데 때로는 그 어떤 심오한 말보다 힘이 되기도 한다는 사실.

--그런데 지금 이대로 괜찮을까?

 이것은 아사노 이니오의 전 작품 ('소라닌'이나 '빛의 거리'나 '이 멋진 세상' 등)을 
관통하는 질문이다.
짐작건대 그의 이 질문은 앞으로도 계속 될 것이다.
(그냥 이렇게 살다가 인생 종쳐도 괜찮을까?)

어른의 세계로 오래 전 진입한 주제에 감기 시럽을 달고 살아서
'시럽'이라고 불리는 녀석이 있다.
어쩌다 저쩌다 대학 4수 중인 두 녀석과 만나 친구가 되었는데.
대학이니 뭐니 자신의 꿈을 접고 가업인 생선가게를 잇겠다고 선언한 녀석이
언제나 카메라를 목에 걸고 다니는  친구에게 악을 쓴다.

"우리 같은 평범한 떨거지들에겐 말야, 꿈을 논할 자격조차 없단 거 몰라?"

씩씩거리며 옥상에 오른 미래의 사진작가는 차마 자신의 카메라를 던져버리지 못한다.
그 꼴을 물끄러미 지켜보던, 삶에 아무런  관심도 애착도 없는 시럽의 한 마디.

--무리하지 마라. 각자 살아가는 법이 있고,
그게 맞는지 어떤지 불안하고 초조해서 어쩔 줄을 모르는 거야.
너희 둘 다 그냥 그대로 좋은 거야.(194쪽)

요시다 슈이치의 <동경만경>을 읽었을 때와 흡사한 감흥이 차올랐다.
'청춘의 만화'로 소개하고 싶다.

댓글(11) 먼댓글(0) 좋아요(1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08-01-23 12: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01-23 13: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01-24 04: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01-24 12: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건우와 연우 2008-01-24 06: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끝이 가늠되지 않는 터널같았던 청춘이 있었습니다.
이젠 그시절에게도 어깨를 두드려주고 싶은 나이네요...
뒤늦은 새해 인사!
건강하세요^^

로드무비 2008-01-24 12:24   좋아요 0 | URL
건우와 연우 님, 반갑습니다.^^
그런데 그 터널은 끝이 없네요.
더 길고 컴컴한 터널들이 기다리고 있는 것 같기도 하고.
님도 건강하시고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2008-01-24 13: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01-24 20: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01-24 23: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01-25 13: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02-16 00:29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