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카모메 식당>의 감독 오기가마 나오코 감독의 새 영화 <안경>.
그 식당 주인(코바야시 사토미)과 가방을 잃어버리는 바람에 여행지인 헬싱키에서
발이 묶였던 전도부인같이 생긴 여성(모타이 아사코)이 다시 뭉쳤다.
'핸드폰이 터지지 않는 곳'을 찾아 한적한 남쪽 바닷가 마을을 혼자 찾은 타에코.
인터넷으로 예약한 민박집을 찾아 기어드는데, 아무리 비수기라지만 손님이 딱 둘이다.
귀한 손님이 와서 바닷가에서 식사를 하기로 했다며 정성껏 도시락을 싸는
민박집 주인 유지.
그 귀한 손님이 누구냐 하면 바로 사쿠라(모타이 아사코).
잊을 만하면 이 민박집에 찾아와 며칠씩 머물며 아침이면 바닷가 모래사장에서
민박집 손님이나 마을 아이들과 함께 음악에 맞춰 자신이 개발한 체조(이름하여 '메르시')로
아침을 여는 불가사의한 인물이다.
바닷가 백사장에는 조그만 간이 매대가 있는데 낮에는 그곳에서 빙수를 파는 게 그녀의 일.
전날 밤 몇 시간 동안 심혈을 기울여 삶은 팥만 달랑 들어가는.....
마을의 한 여인은 바다를 바라보며 빙수를 맛있게 먹고는
지갑 대신 밭에서 직접 키운 채소를 바구니에서 꺼내어 한 다발 천연덕스럽게 내민다.
어쩌다 인간으로 불리어 이러고 살고는 있지만......
이 민박집의 소박하고 정갈한 식탁 메뉴.
<카모메 식당>처럼 주인이 누군지 객이 누군지 구분이 되지 않게 주방은 활짝 열려 있다.
한적한 바닷가 민박집이라는 배경과 함께, 주인으로 손님으로 그곳에 잠시 함께 머무는
도무지 영문을 알 수 없는 등장인물들이라니 가슴까지 두근거리며 극장을 찾았건만
<카모메 식당>만큼의 재미와 감동을 얻진 못했다.
(이 영화의 바닷가 아침 체조 장면이 허진호 감독의 영화 <행복> 속의 체조 장면과 겹쳤고.....)
바닷가 마을을 저마다 혼자 찾아 처박히는 것이 뭐 그리 멋지고 대수로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자꾸 상기시켜 주는 듯하다.
"사색은 무슨 개뿔!"이라고......
관객들이 자칫 의미심장하게 받아들일 만한 대사도 멋 부리는 걸로 보일까봐
일부러 많이 쳐낸 듯.
그 담백함이 마음에 와닿지만, 덕분에 영화가 전체적으로 좀 어색하고 허전해졌다.
한 명이라도 술을 마시며 주정을 부리고 자신의 사연을 울며불며 털어놓는다든지
좀 치근치근하게 구는 인물이 있었으면 좋지 않았을까.
(이렇게 말은 하지만 솔직히 상상이 안 된다.)
질리도록 바다를 하염없이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