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사람들은 집 없는 고양이를 '도둑고양이'라고 부른다는 것을 처음 알았을 때
또뚜야는 매우 이상했다. 집 없는 동물에게 먹을것을 좀 나눠주면 도둑질을 안 할 텐데,
이름까지 아예 '도둑'이라고 붙여버리면 어떡하나. 진짜 도둑밖에 더 될까.
또뚜야와 쪼쪼는 이 도둑고양이들에게 '바람'과 '별'이라는 뜻을 가진 미얀마 말을
이름으로 붙여주었다.
(<까이비간>'도망자' 17~18쪽)


아시아평화인권연대에서 엮은 강무지 글, 박영선 그림의 예쁜 동화집
<까이비간>을 읽었다.
'까이비간'은 필리핀 사람들이 사용하는 따갈로그어로 '친구'라는 뜻이란다.
우리나라에 살고 있는 이주노동자와 그 가족들이 주인공인 동화들이다.

퇴근길에 산동네의 구멍가게에서 삼분카레를 하나 살까 계란 두 알을 살까
망설이는 버마 이주노동자 또뚜야.
매일같이 일터에서 죽으라고 일하는데 삼분카레 한 개와 계란 두 알도
한꺼번에 살 수 없는 건 왜일까?
천 원짜리 한 장과 동전 몇 개면 될 텐데.

집 없는 고양이를 '도둑고양이'라고 멋대로 이름 붙이는 것이 우리들이다.
집 없는 고양이를 그렇게 사랑하고 거두는 황인숙 시인조차 그런 명칭에
의문을 품지 않았는데.
이주노동자 또뚜야는 참 이상하다고 생각한다.

얼마 전 모 방송 프로그램에서 활약하던 젊은 배우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을 때 각 신문과 방송, 포털이 뽑은 제목 대부분이
'재연배우 xxx의 ...' '한 재연배우의......' 이런 식이었다.
배우면 그냥 배우, 탤런트면 탤런트지 왜 꼭 '재연'을 앞에 붙이지 못해 안달이었을까.
그리고 그가 얼마나 고독하고 불우했는지에만 초점을 맞췄다.
겉으론 안타까워하고 애도하는 척하면서 '재연배우'로 그를 끝까지 규정지었다.
재연배우는 배우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집 없는 고양이에게 먹을 것을 좀 나눠주면 도둑질을 안 할 텐데
왜 이름 앞에 '도둑'을 붙여버리는지 의아해하며 '바람'과 '별'이라는 이름을
지어준 또뚜야와 그의 친구.
그의 친구 쪼쪼는 강제출국 당하고 또뚜야 혼자 남았다.






***책 사진은  rosa 님 서재에서 가져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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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우와 연우 2007-07-15 22: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또뚜야와 쪼쪼의 간명한 시선이 우리모습을 선명하게 보여주네요.
사는게 부끄럽군요....

로드무비 2007-07-16 10:03   좋아요 0 | URL
아이들의 질문처럼 간명하죠?
건우와 연우 님, 저도 '도둑고양이'에 의심을 품어본 적이 없어서
저 구절 읽고 뜨끔했답니다. 모르고 지나치는 것들이 수두룩하겠지요?

2007-07-16 01: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07-16 09: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07-17 04: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07-27 06:47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