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투를 빈다 - 딴지총수 김어준의 정면돌파 인생매뉴얼
김어준 지음, 현태준 그림 / 푸른숲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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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쾌 상쾌 통쾌...김형태의 '너 외롭구나'와 같이 읽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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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돈나, 결혼을 인터뷰하다
최영선 지음, 송진욱 그림 / 행복한나무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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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책을 보다 갑자기 이 말이 하고 싶어졌다. “결혼 따윈 쌈 싸먹어.”라고. 더 이상 환상과 궁상의 시소에 앉아 있으면 안된다. 냉철하게 봐서, 나는 아직 결혼 준비가 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결혼은 하고 싶어 한다. 가족과 떨어져 산 세월이 길어지다 보니, 생각이 그 쪽으로 흐르는 건 어쩔 수가 없다. 직장에서 열 좀 받으면 이참에 콱 결혼이나 하고 떼려치우자는 생각이 들때도 많다. 도피 수단으로 택하는 결혼만큼 바보 같은 짓이 없음을 알면서도 말이다. 

책은 저자를 마돈나로 지칭하고 자신의 경험과 주변인의 인터뷰로 구성된다. 저자 마돈나는 시민연대에서 일하는 사람이었다. 홀어머니에 무남독녀인 그녀는 유학을 준비하다가 지금의 남편을 만났다. 친정 부모님의 이혼으로 마음의 상처가 있었던 그녀는 착한 며느리 콤플렉스가 있다. 착실한 며느리 역을 맡던 그녀는 어느 날 시부모님께 말한다. 힘들어서 더 이상은 못하겠다고 말이다. 시부모님들은 예상외로 순순히 받아주신다. 네가 그렇게 힘들 줄 몰랐다고 하면서 말이다. 저자는 쓸데없는 부담을 짊어지고 있었던 것이다. 못하는 것은 못한다고 확실히 말해라며 이 경험을 독자들에게 전한다.

그녀는 좌충우돌이다. 뭐든 잘 하는 좋은 며느리가 되고 싶었지만, 시어머니에게 ‘저를 이웃집 여자로 여겨주세요’라고 할 정도가 되었다. 시어머니와 자신과의 거리를 잘 조율하게 된 것이다. 글 쓰는 취미가 있었던 그녀는 화나면 글을 썼다. 그리고 남의 결혼생활에 대해 들었다. 덕분에 다양한 결혼 케이스를 등장 시켜 놓았다.

그 중 인상 깊은 내용은 위자료 주는 여자와 위자료 받는 여자라는 장에서다.

그녀들이 경제력이 있어서 재산을 반쪽씩 가른 건 아니다. 아이가 없어서 간단하게 재산을 정리할 수 있었겠지만, 인간에 대한 예의를 지키기 위해 욕심을 버린 것이다. 그 내면에는 홀로 살 수 있는 자신감이 작용했던 것 같다. (p. 77)

혹시 우리는 ‘~ 때문에’ 가 많지 않은가? 결혼했기 때문에, 자녀 때문에 (중략) 징징거릴 시간에 자신에게 집중해 보자. 나는 어떻게 느끼는가. 나는 어떻게 살고 있고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지금의 내 삶은 내 선택의 축적이 아니던가? 그 누구도 당신에게 그렇게 살라고 강요한 적 없다. (p. 81~82)

책을 다 읽고 보니 결혼은 엉킨 실타래라는 생각이 든다. 실타래를 잘 풀어간다면 다행이지만, 잘 못 풀면 더 엉키는 상황도 올 것이다. 더 엉키기 전에 풀 것과 자를 것을 구분하는 것이 과제 일터. 엉킨 실타래라도 한번 쥐었다면 던져 버릴 생각은 없다. 그래서 남들의 결혼 생활이 더 궁금했다. 그리고 내게 누가 엉킨 실타래를 쥐어 줄지도 궁금하다.

오타지적: 덕분에 별하나 뺐음. 오타가 몇 군데 더 있었는데 기록해 놓지 않아 모르겠군요.

p.139 그래서 결혼이라는 제도는 억울한다-->억울하다.
p.156 주희(37)씨는 마음에 맞으며 섹스를 즐긴다--> 마음에 맞으면
p.194 우리에게 기쁜과 만족감을 주는 일과--->기쁨과 만족감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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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강의
랜디 포시.제프리 재슬로 지음, 심은우 옮김 / 살림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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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 전의 일이다. 밥벌이 하는 곳에서 만이천원 범위 안에서 가지고 책을 신청하라는 공지가 떴었다. 머리에 떠오르는 책들은 많았지만, 순간 독서취향을 숨겨야겠다는 장난기가 발동했다. 만 이 천원을 꽉 채우면서, 가장 무난한 범위에서 선택하려다 보니 당시 베스트셀러였던 이 책이 눈에 띄었다.

<마지막 강의>(이하: 마지막)의 광고를 보는 순간, <샘에게 보내는 편지>(이하: 샘에게)가 떠올랐다. <샘에게>는 저자가 척추사고를 당하면서 시작 되는데 사고 후유증을 버티면서  깨달은 것을 자폐아 손자에게 전하는 글이다. <마지막>이 <샘에게>과 비슷한 내용임을 예상 했었다. 거기다 자기계발류 책은 좋아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마지막>을 선택한 이유는 아이들을 번쩍 앉아 든 표지사진 때문이었다. 세 아이를 한꺼번에 앉은 씩씩한 아빠라니, 눈길이 아니 갈수 없었다.

예상대로 <마지막>은 <샘에게>와 다르지 않았다. 차이점이 있다면 <샘에게>는 임상 심리학자의 글이라 그런지 느긋한 인상인데 <마지막>은 컴퓨터 공학자 특유의 효율성 강조가 눈에 띈다는 것이다. 아니면 이게 마비의 불평 대 불평할 시간조차 아까운 암 진단의 차이로 보이기도 한다.

<마지막>의 저자 랜디는 췌장암을 앓으면서도 너무나도 밝다. 환자를 앞에 두고도 슬며시 웃을 수 밖에 없을 정도니 말이다. 그가 했던 얘기 중에 인상 깊은 말들을 옮겨 본다.

“... 장벽은 절실하게 원하지 않는 사람들을 걸러내려고 존재합니다. 장벽은 당신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을 멈추게 하려고 거기 있는 것이지요.” (p. 60)

시간은 당신이 가진 전부다. 그리고 당신은 언젠가, 생각보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게 될 것이다. (p.152)

당신은 그저 물어보기만 하면 되고 그것이 당신이 일생동안 품어왔던 꿈을 이루는 길로 이끌 수도 있다. (p.244)


그리고 책의 마무리는 강연장의 엔딩 장을 그리게 하면서 끝낸다. 저자는 헤드 페이크를 찾았느냐는 질문부터 시작한다. 자신의 어린 시절 꿈 이야기를 해놓고선, 꿈의 달성도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고 한다. 첫 번째 헤드 페이크, 꿈의 달성도 보다 당신의 인생을 어떻게 올바르게 끌어갈 것이지 생각하게 만든다. 그리고 두 번째 페이크, 이 강연은 자신의 아이들에게 남기는 것이라고 고백한다.

책을 읽는 내내 아내와 아이를 향한 사랑이 많이 보여 흐뭇하면서도 안타까웠다. 건강히 오래오래 살았으면 좋았을 것을, 저자는 이미 이승엔 없다.

뻔한 내용임을 알면서도 사람들이 찾는 데엔 이유가 있을 것이다. ‘매일 하는 얘기, 실천이 문제다.’라고 한다면 더 할 말은 없다만, <마지막>을 읽고 얻어간 새로운 교훈이 하나 있다. 긍정의 에너지가 마구 뿜어져 나오는 사람이 되고 싶어졌다. 그리고 나의 개똥철학을 자식에게 전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졌다. 존경까지는 아니어도 존중받을 수 있는 철학 말이다. 나도 내가 살아온 인생에 대해 정리해보고 맹랑한 삶의 교훈 따위를 넘길 수 있을까? 그때까진 건강해야겠고, 바삐 살아야 할 것이다. 교훈의 양질을 위해 오늘도 읽고 고민하고, 글을 끄적 거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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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 짝퉁 라이프 - 2008 제32회 오늘의 작가상 수상작
고예나 지음 / 민음사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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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한편을 다 읽으면 뒷장에 해설이 따라 온다. 난해한 용어와 지시어와 수식어만 길게 달라붙은 문장을 보는 순간, 달콤하던 소설의 맛이 갑자기 써진다. 해설을 읽느니, 다른 책을 한 권 더 보겠단 생각을 하곤 했다. 그런데 오늘의 작가상 수상작인 <마이 짝퉁 라이프>엔 해설이 없었다. 책을 다 보고 나서야 <마이 짝퉁 라이프>가 요즘 세대의 사랑 이야기란 걸 알았다. 그것도 책 읽는 동안에는 인지하지 못했었고, 다른 이의 리뷰를 통해서 뒤늦게 알았다. 뭘 생각하면서 읽었는지 모르겠지만, 피식 피식 웃으면서 빨리 읽긴 했다. 그만큼 문체가 쉽고 가볍다. 전 수상작 <걸프렌즈>보다 작위적이지 않아, 읽기 편하다.

하지만 사람 욕심이라는 게 없으면 섭섭하다고, 해설이 없으니 이 소설이 왜 수상작이 되었는지 궁금하다. 그리고 소설에서 말하고자 하는 바가 무엇인지 나 같이 무지한 사람은 피상적으로 밖에 알지 못한다. 책에 이런 구절이 나온다.

R은 자신이 가짜에 열광한다는 사실을 인정한다. 그래서 나는 진심 어린 마음으로 그녀의 가짜 미니 홈피를 관람해줄 수 있다. (중략) R을 만나면 방금 미니 홈피에서 막 빠져나온 사람 같다. 진지하고 우울하거나, 행복하고 가볍거나. 어차피 인생은 포장이다. 무겁고 진실한 것처럼 행동해도 그 역시 연기다. R은 행복하고 즐거운 연기를 잘하는 것뿐이다. R을 미워할 수 없는 이유는 바로 그것이다. (p. 170~171)

진실이 거짓말을 하는 세상이다. 세상이 만든 진실이 미워지면 너만의 가짜를 만들어라. 네가 원하는 그 상상이 진짜다. 네 진심이 짓든 상상으로 이 세상에 복수하라. 그러면 행복해질 것이다. (p. 244)

이런 내용이 있으니 책을 덮는 그 순간까지 짝퉁에 열광하는 풍자소설인 줄 알았다.

주인공 이진은 대학을 휴학하고 편의점 아르바이를 하며 시간을 보낸다. 그녀의 곁에는 격 없는 친구B와 연애박사 R이 있다. 거기에 친구인 남자 Y가 주변을 맴돌며 그녀와 함께 한다. 이진은 사랑하기를 두려워하는데 그 이유가 첫사랑에게 실은 사랑받지 못했음을 뒤늦게  알았기 때문이다. 그에 반해 친구 B는 원나이트도 쉽게 생각하는 자유연애주의자였다. B에 대해 알고 보니, 진짜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다가가지 못하는 쪽이었는데 이점은 주인공과 닮아 있다. B는 좋아하는 사람과는 구질구질해진다고 피하고, 이진은 사랑의 구속이 싫다며 피한다. 결국 이진은 소설의 말미에 가서 꽉 잠군 빗장을 울면서 여는데, 억지스런 결말이었지만 마지막 장을 덮을 땐 마음이 놓였다. 상처는 관심과 사랑으로 치유됨을 여러 책에서 봐왔었는데 이 책에서도 그 내용이 들어 있다. 가짜와 진짜의 정의, 가족의 인정과 사랑이 들어간 읽을 만한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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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이 연애를 말하다 - 사랑의 시작에서 이별까지 연애 심리 보고서
이철우 지음 / 북로드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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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이 연애를 말하다>를 다시 들었다. 실은 며칠 전에 다 본 책이었는데, 다시 볼 필요가 있었다. 첫 완독의 감흥이 끝날 때 쯤, 가까운 동생이 실연으로 아파했기 때문이다. 뭐라고 해야 할지 몰랐다. 이별통보를 한 그 이에게 욕을 퍼부어 주는 걸로 언짢음을 대신했다.

그리고 <심리학이 연애를 말하다>의 마지막 챕터, 연애의 파국 편을 읽었다.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나’다. (중략) 연애가 끝나버린 것에 대해 자신을 책망할 필요는 더더욱 없다. 어차피 끝날 연애라면 당신이 잘했어도 끝났다. 오히려 이 실연이 자신의 성장에 얼마나 도움이 될지를 생각하라. 떠난 그 사람은 나의 성장을 위해 필요했을 뿐이라는 생각이 중요하다. (p. 248)

지금 당신이 실연을 당했다고 한다면, 한 가지만은 명심하자. 사랑에는 정말 다양한 모습이 있고, 언제나 새로운 모습으로 다가온다. 새롭게 다가온 사랑은 쓰라렸던 과거와는 아무 상관이 없다. (p. 250)

<사람 풍경>의 김형경과 <서른 살이 심리학에게 묻다>의 김혜남 덕에 결혼은 선택이더라도 연애는 해야만 하는 것으로 생각이 많이 바뀌었다. <심리학이 연애를 말하다>은 하려면 제대로 해야 하는 연애를 제목그대로 서술한 책이다. 연애의 시작과 끝에는 어떤 행동패턴들이 나타나는지 보여준다. 연애처세 책처럼 가볍지 않고, 연애를 비롯한 인간관계의 상식까지 생각해 보게 한다.

연애를 하는 요즘, 지금 내가 어느 단계에 있구나, 어느 단계를 통과 했구나하는 고개 끄덕임이 많았다. SVR(stimulus-value-role)이라는 연애의 단계도 흥미로웠고, 자기 개시를 하라는 말에서도 느끼는 바가 많았다. ‘내 탓이오’라며 반성을 잘하는 사람이 오래 연애를 한다는 사실도 다시 알았다.

심리학은 이성적 도구로 사람의 감성을 분리하는 과학적 학문이다. 그런데 책에 첫 눈에 반하는 사랑에 대해 이렇게 이야기를 한다.

첫눈에 반해 사랑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대단히 안정적인 연애 관계를 지속하거나 결혼 생활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첫눈에 반해본 사람들 중 55%는 그 상대와 결혼까지 이르고 있었다. (중략) 더 놀라운 것은 첫눈에 반한 사랑은 이혼율도 낮다는 점이다. 현재 미국의 이혼율은 50%가 넘는 반면, 첫눈에 반해 결혼한 사람들 중 이혼한 남성의 경우는 20%로 미국의 이혼율보다 훨씬 낮았다. 그리고  여성의 경우는 남성보다도 더 낮아 10%를 기록했을 뿐이다. (중략) 첫눈에 반하는 행동이 즉흥적인 감정이나 기분이 아니라 직관의 산물일 수도 있음을 알 수 있다. (p.153~p.154)

운명론자적인 이야기도 한다. '이루어질 사랑이라면 어떻게 해서라도 이루어지고 깨질 사랑이라면 무슨 일이 있어도 깨진다.' 라고. 이 말에 그만 쿵해버렸다.

그 흔해빠진 연애라고 하지 않던가. 내 사랑이라고 해서 특별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연애는 누구나 한다. 실연도 누구나 한다. 오늘, 운명에 맡길 각오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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