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돈나, 결혼을 인터뷰하다
최영선 지음, 송진욱 그림 / 행복한나무 / 2008년 6월
평점 :
절판


책을 보다 갑자기 이 말이 하고 싶어졌다. “결혼 따윈 쌈 싸먹어.”라고. 더 이상 환상과 궁상의 시소에 앉아 있으면 안된다. 냉철하게 봐서, 나는 아직 결혼 준비가 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결혼은 하고 싶어 한다. 가족과 떨어져 산 세월이 길어지다 보니, 생각이 그 쪽으로 흐르는 건 어쩔 수가 없다. 직장에서 열 좀 받으면 이참에 콱 결혼이나 하고 떼려치우자는 생각이 들때도 많다. 도피 수단으로 택하는 결혼만큼 바보 같은 짓이 없음을 알면서도 말이다. 

책은 저자를 마돈나로 지칭하고 자신의 경험과 주변인의 인터뷰로 구성된다. 저자 마돈나는 시민연대에서 일하는 사람이었다. 홀어머니에 무남독녀인 그녀는 유학을 준비하다가 지금의 남편을 만났다. 친정 부모님의 이혼으로 마음의 상처가 있었던 그녀는 착한 며느리 콤플렉스가 있다. 착실한 며느리 역을 맡던 그녀는 어느 날 시부모님께 말한다. 힘들어서 더 이상은 못하겠다고 말이다. 시부모님들은 예상외로 순순히 받아주신다. 네가 그렇게 힘들 줄 몰랐다고 하면서 말이다. 저자는 쓸데없는 부담을 짊어지고 있었던 것이다. 못하는 것은 못한다고 확실히 말해라며 이 경험을 독자들에게 전한다.

그녀는 좌충우돌이다. 뭐든 잘 하는 좋은 며느리가 되고 싶었지만, 시어머니에게 ‘저를 이웃집 여자로 여겨주세요’라고 할 정도가 되었다. 시어머니와 자신과의 거리를 잘 조율하게 된 것이다. 글 쓰는 취미가 있었던 그녀는 화나면 글을 썼다. 그리고 남의 결혼생활에 대해 들었다. 덕분에 다양한 결혼 케이스를 등장 시켜 놓았다.

그 중 인상 깊은 내용은 위자료 주는 여자와 위자료 받는 여자라는 장에서다.

그녀들이 경제력이 있어서 재산을 반쪽씩 가른 건 아니다. 아이가 없어서 간단하게 재산을 정리할 수 있었겠지만, 인간에 대한 예의를 지키기 위해 욕심을 버린 것이다. 그 내면에는 홀로 살 수 있는 자신감이 작용했던 것 같다. (p. 77)

혹시 우리는 ‘~ 때문에’ 가 많지 않은가? 결혼했기 때문에, 자녀 때문에 (중략) 징징거릴 시간에 자신에게 집중해 보자. 나는 어떻게 느끼는가. 나는 어떻게 살고 있고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지금의 내 삶은 내 선택의 축적이 아니던가? 그 누구도 당신에게 그렇게 살라고 강요한 적 없다. (p. 81~82)

책을 다 읽고 보니 결혼은 엉킨 실타래라는 생각이 든다. 실타래를 잘 풀어간다면 다행이지만, 잘 못 풀면 더 엉키는 상황도 올 것이다. 더 엉키기 전에 풀 것과 자를 것을 구분하는 것이 과제 일터. 엉킨 실타래라도 한번 쥐었다면 던져 버릴 생각은 없다. 그래서 남들의 결혼 생활이 더 궁금했다. 그리고 내게 누가 엉킨 실타래를 쥐어 줄지도 궁금하다.

오타지적: 덕분에 별하나 뺐음. 오타가 몇 군데 더 있었는데 기록해 놓지 않아 모르겠군요.

p.139 그래서 결혼이라는 제도는 억울한다-->억울하다.
p.156 주희(37)씨는 마음에 맞으며 섹스를 즐긴다--> 마음에 맞으면
p.194 우리에게 기쁜과 만족감을 주는 일과--->기쁨과 만족감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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