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강의
랜디 포시.제프리 재슬로 지음, 심은우 옮김 / 살림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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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 전의 일이다. 밥벌이 하는 곳에서 만이천원 범위 안에서 가지고 책을 신청하라는 공지가 떴었다. 머리에 떠오르는 책들은 많았지만, 순간 독서취향을 숨겨야겠다는 장난기가 발동했다. 만 이 천원을 꽉 채우면서, 가장 무난한 범위에서 선택하려다 보니 당시 베스트셀러였던 이 책이 눈에 띄었다.

<마지막 강의>(이하: 마지막)의 광고를 보는 순간, <샘에게 보내는 편지>(이하: 샘에게)가 떠올랐다. <샘에게>는 저자가 척추사고를 당하면서 시작 되는데 사고 후유증을 버티면서  깨달은 것을 자폐아 손자에게 전하는 글이다. <마지막>이 <샘에게>과 비슷한 내용임을 예상 했었다. 거기다 자기계발류 책은 좋아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마지막>을 선택한 이유는 아이들을 번쩍 앉아 든 표지사진 때문이었다. 세 아이를 한꺼번에 앉은 씩씩한 아빠라니, 눈길이 아니 갈수 없었다.

예상대로 <마지막>은 <샘에게>와 다르지 않았다. 차이점이 있다면 <샘에게>는 임상 심리학자의 글이라 그런지 느긋한 인상인데 <마지막>은 컴퓨터 공학자 특유의 효율성 강조가 눈에 띈다는 것이다. 아니면 이게 마비의 불평 대 불평할 시간조차 아까운 암 진단의 차이로 보이기도 한다.

<마지막>의 저자 랜디는 췌장암을 앓으면서도 너무나도 밝다. 환자를 앞에 두고도 슬며시 웃을 수 밖에 없을 정도니 말이다. 그가 했던 얘기 중에 인상 깊은 말들을 옮겨 본다.

“... 장벽은 절실하게 원하지 않는 사람들을 걸러내려고 존재합니다. 장벽은 당신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을 멈추게 하려고 거기 있는 것이지요.” (p. 60)

시간은 당신이 가진 전부다. 그리고 당신은 언젠가, 생각보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게 될 것이다. (p.152)

당신은 그저 물어보기만 하면 되고 그것이 당신이 일생동안 품어왔던 꿈을 이루는 길로 이끌 수도 있다. (p.244)


그리고 책의 마무리는 강연장의 엔딩 장을 그리게 하면서 끝낸다. 저자는 헤드 페이크를 찾았느냐는 질문부터 시작한다. 자신의 어린 시절 꿈 이야기를 해놓고선, 꿈의 달성도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고 한다. 첫 번째 헤드 페이크, 꿈의 달성도 보다 당신의 인생을 어떻게 올바르게 끌어갈 것이지 생각하게 만든다. 그리고 두 번째 페이크, 이 강연은 자신의 아이들에게 남기는 것이라고 고백한다.

책을 읽는 내내 아내와 아이를 향한 사랑이 많이 보여 흐뭇하면서도 안타까웠다. 건강히 오래오래 살았으면 좋았을 것을, 저자는 이미 이승엔 없다.

뻔한 내용임을 알면서도 사람들이 찾는 데엔 이유가 있을 것이다. ‘매일 하는 얘기, 실천이 문제다.’라고 한다면 더 할 말은 없다만, <마지막>을 읽고 얻어간 새로운 교훈이 하나 있다. 긍정의 에너지가 마구 뿜어져 나오는 사람이 되고 싶어졌다. 그리고 나의 개똥철학을 자식에게 전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졌다. 존경까지는 아니어도 존중받을 수 있는 철학 말이다. 나도 내가 살아온 인생에 대해 정리해보고 맹랑한 삶의 교훈 따위를 넘길 수 있을까? 그때까진 건강해야겠고, 바삐 살아야 할 것이다. 교훈의 양질을 위해 오늘도 읽고 고민하고, 글을 끄적 거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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