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 짝퉁 라이프 - 2008 제32회 오늘의 작가상 수상작
고예나 지음 / 민음사 / 2008년 6월
평점 :
품절


소설 한편을 다 읽으면 뒷장에 해설이 따라 온다. 난해한 용어와 지시어와 수식어만 길게 달라붙은 문장을 보는 순간, 달콤하던 소설의 맛이 갑자기 써진다. 해설을 읽느니, 다른 책을 한 권 더 보겠단 생각을 하곤 했다. 그런데 오늘의 작가상 수상작인 <마이 짝퉁 라이프>엔 해설이 없었다. 책을 다 보고 나서야 <마이 짝퉁 라이프>가 요즘 세대의 사랑 이야기란 걸 알았다. 그것도 책 읽는 동안에는 인지하지 못했었고, 다른 이의 리뷰를 통해서 뒤늦게 알았다. 뭘 생각하면서 읽었는지 모르겠지만, 피식 피식 웃으면서 빨리 읽긴 했다. 그만큼 문체가 쉽고 가볍다. 전 수상작 <걸프렌즈>보다 작위적이지 않아, 읽기 편하다.

하지만 사람 욕심이라는 게 없으면 섭섭하다고, 해설이 없으니 이 소설이 왜 수상작이 되었는지 궁금하다. 그리고 소설에서 말하고자 하는 바가 무엇인지 나 같이 무지한 사람은 피상적으로 밖에 알지 못한다. 책에 이런 구절이 나온다.

R은 자신이 가짜에 열광한다는 사실을 인정한다. 그래서 나는 진심 어린 마음으로 그녀의 가짜 미니 홈피를 관람해줄 수 있다. (중략) R을 만나면 방금 미니 홈피에서 막 빠져나온 사람 같다. 진지하고 우울하거나, 행복하고 가볍거나. 어차피 인생은 포장이다. 무겁고 진실한 것처럼 행동해도 그 역시 연기다. R은 행복하고 즐거운 연기를 잘하는 것뿐이다. R을 미워할 수 없는 이유는 바로 그것이다. (p. 170~171)

진실이 거짓말을 하는 세상이다. 세상이 만든 진실이 미워지면 너만의 가짜를 만들어라. 네가 원하는 그 상상이 진짜다. 네 진심이 짓든 상상으로 이 세상에 복수하라. 그러면 행복해질 것이다. (p. 244)

이런 내용이 있으니 책을 덮는 그 순간까지 짝퉁에 열광하는 풍자소설인 줄 알았다.

주인공 이진은 대학을 휴학하고 편의점 아르바이를 하며 시간을 보낸다. 그녀의 곁에는 격 없는 친구B와 연애박사 R이 있다. 거기에 친구인 남자 Y가 주변을 맴돌며 그녀와 함께 한다. 이진은 사랑하기를 두려워하는데 그 이유가 첫사랑에게 실은 사랑받지 못했음을 뒤늦게  알았기 때문이다. 그에 반해 친구 B는 원나이트도 쉽게 생각하는 자유연애주의자였다. B에 대해 알고 보니, 진짜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다가가지 못하는 쪽이었는데 이점은 주인공과 닮아 있다. B는 좋아하는 사람과는 구질구질해진다고 피하고, 이진은 사랑의 구속이 싫다며 피한다. 결국 이진은 소설의 말미에 가서 꽉 잠군 빗장을 울면서 여는데, 억지스런 결말이었지만 마지막 장을 덮을 땐 마음이 놓였다. 상처는 관심과 사랑으로 치유됨을 여러 책에서 봐왔었는데 이 책에서도 그 내용이 들어 있다. 가짜와 진짜의 정의, 가족의 인정과 사랑이 들어간 읽을 만한 소설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