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은 변모하다. 그러니까 표지나 디자인을 달리한 개정판과 특별판도 나오고 일부는 작가가 내용을 수정하기도 한다. 대체로 책을 구매하는 시기는 그 책이 출판되었을 즈음이 가장 많다. 어떤 책은 뒤늦게 재발견의 기쁨으로 만나기도 한다. 그리고 이런 만남도 있다. 미루고 미뤄서 이제야 손에 잡은 책, 읽으려고 펼치니 앞 부분에 가름끈이나 책갈피가 꽂힌 책. 이런 책은 읽다가 멈춘 책, 읽다가 멈추었다는 사시조차 잊은 책이다. 그래서 처음으로 돌아가 읽다 보면 어렴풋이 기억이 나는 거다.





내가 미니 책장이라고 이름 붙인 책장에 그런 책을 수납하고 읽으려 한다. 그러니까 읽기에 치중하려는 사진과 기록이다.





레이먼드 카버의 『제발 조용히 좀 해요』는 10년 정도 책장에 있었다.







리베카 솔닛의 『멀고도 가까운』도 곧 10년 가까이 될 것 같다.








그나마 캐럴라인 냅의 『명랑한 은둔자들』은 겨우 3년인다. 도대체 나는 어떤 책을 읽느라 이 책들을 모른척하고 지냈을까. 먼저 읽은 이들의 좋은 리뷰를 보며 나, 나도 이 책이 있는데 생각만 했다.






최근에 앤드퓨 포터의 단편집 『사라진 것들』을 보고 그의 다른 소설도 읽다 말았구나 싶었다. 그러면서도 이번 단편집에 자꾸 눈이 간다.







적어도 한 권 이상은 읽으려고 한다. 책장에 안긴 책을 다 읽으면 좋겠지만 나를 잘 알기에 그건 장담할 수 없다. 1월이 가기 전에 한 권이라고 읽으면 나름 뿌듯할 것 같다. 그래서 가장 먼저 책장을 탈출한 책은 리베카 솔닛의 『멀고도 가까운』이다. 살구로 시작해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여정이 단단하고 부드럽다. 일상에서 빚어올린 은유와 상징이 아름답다.


눈과 비, 그리고 안개의 지배로 열린 하루다. 이 하루를 닫는 순간를 지배하는 건 무엇일까. 내 의지대로 할 수 없는 것들로 열린 하루의 끝은 내 의지대로 마감할 수 있도록 주어진 하루를 알차게 보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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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미 2024-01-18 11:2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자목련님, 미니 책장 탐나요!!ㅎㅎ
제가 물건 욕심이 없는 편인데 (노력도 하고요)
저건 하나 갖고 싶어요.

그리고 오늘 아침에 읽던 책에 레이먼드 카버의 저 책이 언급되었는데
여기서 만나니 신기하네요^^

자목련 2024-01-19 12:49   좋아요 1 | URL
예스에서 구매했어요. 알라딘에서 이런 기획을 해주면 좋겠어요. ㅎ

https://www.yes24.com/Product/Goods/123181775

미미 님이 어떤 책에서 카버를 언급했을까 궁금하네요^^

미미 2024-01-19 13:23   좋아요 0 | URL
<책상 생활자의 요가>란 책에 글 쓰기 이야기하며 언급됩니당^^

거리의화가 2024-01-18 11: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니 책꽃이 너무 이쁘네요. 색깔이 월넛인가요? 그윽한 느낌이 들어 좋습니다.
세 권 중 솔닛의 책이 들어 있어 반갑네요. 신간인 포터의 책은 당장은 읽지 못할 것 같고 올라오는 후기로 일단은 만족하게 될 것 같습니다. 읽고 싶은 욕심은 왜 사라지지 않는 건지ㅎㅎ 저도 병렬로 지금 몇 권을 읽고 있는데도 자꾸 눈길이 다른 데로 갑니다ㅋㅋ

자목련 2024-01-19 12:51   좋아요 0 | URL
월넛입니다. 솔닛의 책을 읽기 시작한 건 화가 님 덕분이에요.
화가 님의 리뷰를 보고 읽어야 겠다고 생각했으니까요.
아무래도 포터의 책은 곧 장만할 것 같고요. ㅋㅋ

stella.K 2024-01-18 11: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카버의 책이 제법 두껍네요.
올핸 카버의 책을 읽을 수 있을까 싶네요. 저도 솔닛
의 책 가지고 있는데 올핸 읽어야지 벼르고 있습니다.
누구는 사놓고 3, 4년내 읽지 않으면 처분하라고 하던데 정말 10년만에 발견하는 책 있거든요. 말 듣고 처분했으면 어쩔 뻔입니까? 읽고 버릴 셈 치고 천원에 샀던 책도 넘 좋아 못 버리는 책도 있던데 말입니다. ㅎ

자목련 2024-01-19 12:52   좋아요 1 | URL
올해 카버와 솔닛의 책을 읽으시길 바라요!
맞아요, 책을 버리지 못하는 이유는 차고 넘칩니다. ㅎㅎ

blanca 2024-01-18 12: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저 미니책장 넘 사랑스럽네요. 딱 읽고 싶은 책만 선별해서 꽂아두면 참 좋을 것 같아요. 저는 앤드루 포터 책 사놓았고 지금은 <미들마치> 읽고 있어요. 갑자기 읽고 싶은 책들이 쏟아져서 행복합니다. ^^ 올해 신간 출간 계획 훑어보니 김연수 작가가 없어서 섭섭했어요.

자목련 2024-01-19 12:54   좋아요 0 | URL
딱 말씀하신 그런 용도로 구입했어요.
읽고 싶은 책들이쏟아져 행복한만큼 자꾸 뒤로 미뤄지는 책도 쌓이는 것 같아요. ㅎ
김연수 작가는 작년처럼 깜짝 출간을 하지 않을까 기대를~~

잠자냥 2024-01-18 12: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자목련 님에게도 이런 면이 있군요?
십년묵힌책 읽기 ㅋㅋㅋㅋㅋㅋㅋ
신간인 포터 책까지 포함해서 4권 다 제가 좋아하는 책입니다. 꼭 읽으세요!!!! ㅋㅋㅋ

자목련 2024-01-19 12:55   좋아요 0 | URL
차마 말하지 못하는 묵은 책들 많아요. ㅎㅎ
솔닛을 시작으로 한 달에 한 권 읽기를 하고 싶은데.

은오 2024-01-18 13: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미니책장 딱 서너권만 들어갈 사이즈인게 진짜 좋네요!! 저렇게 폭이 좁은 건 첨보는 것 같아요. 탐납니다....🤤
명랑한 은둔자가 자목련님을 어서 만나길 ㅎㅎㅎ
아.... 저도 미룬 책 진짜 많은데 중간중간에 한권씩 끼워서 읽어야겠어요 ㅠㅠ

잠자냥 2024-01-18 21:05   좋아요 1 | URL
“물욕” 반성한 지 몇 시간 안 지났다.

은오 2024-01-19 04:52   좋아요 0 | URL
탐은 좀 날수도있는거 아닌가요
ㅠㅠ

자목련 2024-01-19 12:57   좋아요 1 | URL
요기서 샀어요!

https://www.yes24.com/Product/Goods/123181775

<명랑한 은둔자>옮긴이의 말만 몇 번째...

망고 2024-01-18 13: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명랑한은둔자 나오자마자 사서 안 읽고 있어요!ㅋㅋㅋㅋ제 책장엔 10년쯤 새책으로 묵은 것들 뿐아니라 그 이상도 많아요ㅋㅋㅋㅋㅋ큐ㅠ

자목련 2024-01-19 12:58   좋아요 0 | URL
그러니까요, 묵은 책들을 꺼내 읽어야 하는데.
망고 님도 올해엔 <명랑한 은둔자>를~~

다락방 2024-01-18 15:5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저 미니책장을 자목련 님과 같은 용도로 사게 된다면 하나만 사면 안될 사람이므로 안사는 걸로..

명랑한 은둔자 저도 가지고만 있어요. ㅋㅋ

잠자냥 2024-01-18 21:06   좋아요 0 | URL
넌 가지고만 있는 게 대체 몇 천 권이냐.

자목련 2024-01-19 12:59   좋아요 0 | URL
다락방 님은 어마무시한 책들을 가지고 계신 걸로 압니다.
없는 게 없는 잠자냥 님의 책장과 비슷할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