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베를린 알렉산더 광장 2 ㅣ 세계문학의 숲 2
알프레트 되블린 지음, 안인희 옮김 / 시공사 / 2010년 8월
평점 :
1권에서 어지럼증과 구토의 기분을 느꼈다면, 2권에선 웬지 그 어지럼증이 익숙해져 버려서 책 읽는게 나름대로 괜찮고 재미지게까지 느껴지는 희한한 중독성이 있었다. 1년에서 알 수 없는 이야기들의 짜깁기, 도대체 무슨 말을 하는지 감이 잡히지 않는 무감각등이 마구 떠돌아 다녔다면, 2권에서는 그 이야기들이 어느정도 익숙해져 서서히 프란츠 비버코프의 삶이 엿보이고, 그의 고뇌와 고통이 엿보인다고 할까?
여전히 무엇을 얘기하고자 하는지 정확히 알 순 없지만, 이제는 프란츠 비버코프의 이야기를 하다가 내용이 산으로 가도 그게 그의 삶과의 연관성이 존재한다는 걸 어렴풋이나마 이해할수 있는 정도의 단계까지 왔다. 물론, 그게 2권이 거의 끝나가는 순간에서야 그렇게 됐지만 만약 몇권의 연작으로 이어졌다면 알프레드 되블린의 글이 어떤느낌일지 대충 감은 잡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그렇치만, 워~ 그의 글을 계속 다시 읽으라고 한다면 초난감 그자체이긴 하지만 말이다.
우리의 프란츠 비버코프, 감옥생활을 청산하고 정직한 삶을 살기로 다짐하지만 인생은 그렇게 녹록치 않다. 급변하는 세태와 더불어 점점 궁핍해지는 노동자들의 삶으로 인해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그다지 많치 않았다. 그야말로 감옥이 천국일수 밖에 없는 이유다. 시대의 정신을 팔듯 노동자계층을 배반하는 신문을 팔며 생계를 유지하다 전 연인 에바의 소개로 알게된 미체라는 아가씨가 벌어주는 돈으로 살아가게 된 그. 그순간은 편안하고 행복했다. 하지만, 그는 다시금 자신의 팔을 없애준 그를 찾아가 뭔가를 해내야 했다. 물론, 그건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복수의 방법이 아니라 자신이 살아있음을, 팔 하나로도 충분함을 보여야했다. 비록 그것이 허세이고 남자들만의 헛일이라고 해도 그는 웬지 그래야할거 같았다. 그러나, 그건 그의 불행의 시작이었다. 그런 허세는 그만두고 그는 그저 미체와의 삶속에서 편안함을 추구했어야했다. 아니면, 다른 친구들을 찾아 좀더 정직한 삶을 살던가....... 말로는 정직한 삶을 추구했지만 실제적으로 우리의 주인공 프란츠 비버코프는 그러질 않았던 것이다.
모든 불행이 한순간에 다가오고 사라진다. 그리고, 우리의 일생은 언제 어디서 어떤 상황을 겪게될지 알 수 없다. 그 모든 답을 프란츠 비버코프가 보여준다. 자신이 나아가고자 하는 방황과는 다른 삶이 놓여지고, 정직과는 다른 삶속으로 발을 들이게 된다. 물론, 그건 자신의 의지는 아니었다. 하지만, 시작은 그자신이라고 할 수 밖에 없다. 어떤 한순간에 어떻게 행동하느냐에 따라 우리의 인생이 좌우 된다는걸 극명하게 보여주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 책이다. 물론, 여전히 이야기가 산으로 가는 느낌과, 시대적 상황의 이해못함과, 엉뚱하게 튀어나오는 막막한 단어들에 여전히 읽기 버거움을 느껴야 했지만, 우리의 노동자 프란츠 비버코프가 살아가고자 했던 삶과 이야기들이 적나라하게 펼쳐져 있음을 깨닫는건 그다지 어렵지 않았다.
알프레드 되블린 식의 글 쓰기는 정말 이제껏 몇권 안 읽은 책읽기지만 처음 접해보는 터라 초반 지루함을 견디기는 무척 힘들었다. 하지만, 조금의 익숙함이 자리한다면 그게 또 그만의 새로운 기법이라는 걸 이해하게 되고, 그만큼 적응도 쉬워진다. 하지만, 여전히 도전하기 쉽지 않은 책이란것만은 사실인거 같다. 다시 도전하라고 하면 머리를 흔들고 싶은 심정이니 말이다. 내 내공의 부족을 탓해야지 누굴 탓하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