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다리를 건너다
요시다 슈이치 지음, 이영미 옮김 / 은행나무 / 2017년 7월
평점 :
내가 이 책 저 책 마구 사재끼지만 아직까진 그래도 유일하게 전작발악과 함께 전작 모으기를 하는 일본작가는 딱 세사람. 그 세 손가락 안에 다른 작가들이 곧 더 투입(?)되긴 하겠지만 아직까진 세 사람이 유일한데 그 중 한 사람이 요시다슈이치.
사실 맨 처음 <동경만경>이라는 책을 읽었을 때만 해도 내가 이 작가를 그리 좋아하게 될 줄 몰랐고, 그 시절엔 책을 읽고 아무책이나 소장하던 소장파(?) 시절이었기에 그 책이 내 손을 안 떠나고 여즉 살아남을 수 있는 시기였다. 그 후로도 <열대어>라던가 <최후의 아들> 같은 경우도 그리 막 소장욕을 불러일으키진 않고 그래도 읽을만 한 정도라고만 생각했었는데 <요노스케 이야기>에서 방점을 찍고 '그래 이 작가는 소장파' 라고 결심을 땅~!
여튼, 그래서 간만에 요시다 슈이치 아저씨 책을 펼쳤는데, 으아~ 간만에 처음 <동경만경> 읽었을 때 '으응? 이건 멍미?' 했던 허무스러움이랄까 뭔가 암튼 그런 느낌이 또 느껴졌다. 그렇다고 책이 재미없다, 어떻다 그런게 아니라 요시다슈이치 만의 매력이 있는데 그게 읽고 나면 좀 그런 느낌이 드는 건 어쩔수가 없네. 나만 그렇게 느끼는 건지... 게다가 이번 책은 꽤 두껍기까지 하네. 그래서 읽는데 꽤 시간이 걸렸다는 사실. 그렇다고 진도가 안 나가는 건 아닌데도 천천히 읽게 된다.
책 소개엔 분명 <미스터리 판타지>라고 하는데 반이상, 아니 거의 마지막 단편까지(그러나, 연작느낌이므로 그게 하나하나 따로따로 된 느낌은 아니다.) 갈 때까지 그냥 일상적인 소소한 이야기여서 이게 왜 미스터리 판타지 인가 했다. 결국 마지막 단편에 와서 아~하는 느낌으로 모든 걸 이해했지만.....
요즘은 연작느낌으로 쓰는 게 보편화 되다보니 이 책도 사실 그들끼리 크게 연관된 느낌은 아닌데 마지막 단편이 그들을 하나로 묶는 매개가 되는 느낌이다. 그래서 이제껏 소소하게 이야기 된 그들의 삶이 전체가 되는 느낌.
소소한 부부의 이야기인 듯 하다가도 어느순간 뭔가 잘 못 된 불륜이 불쑥 묻어나와 그게 좀 아쉽기도 하고, 또 그냥 연애이야긴가 싶다가도 또 다른 뭔가가 쑥 나오기도 해서 그냥 일상적인 소소함이지만 뭔가 뒤틀린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되기도 한다. 아니면, 불륜이나 이런게 너무 보편화 돼 있어서 나만 불편한 건지도 모르겠지만......
대체로 요시다슈이치의 사랑얘기는 연인간의 심심함이 일상처럼 고요히 지속되는 듯 하지만, 그들의 실상은 늘 연인이 서로를 바라보지 않고 딴 곳을 바라본다는 사실이다. 그냥, 내가 이제껏 몇권 안된 그의 책을 읽으면서 느낀부분은 그런 경우가 좀 많았다. 서로 사랑은 하지만 곧 떠날 것만 같은 여자가 많았고, 딴 곳을 보는 남자가 있었다. 이번 책에서도 역시 불륜이 끼어 들었고, 결혼은 약속했지만 유부남을 향한 사랑을 멈추지 못하는 연인을 보는 남자의 안타까움이 있었다. 그리고 그는 살인까지 저지르게 되고 마지막장에는 훌떡 미래에 떵~!! 마지막 단편에서 그가 미래보다 현재로 데려가 달라고 발버둥치지만 궁금한 건 현재로 돌아오면 자신은 살인자라로서 미래가 그리 밝지 않다는 사실. 그래도 그는 미래보다는 현재를 택하고 싶어한다. 그리고 미래는 우리가 만들어 놓은 이 모든 흐트러진 일들이 너무 얽히고 복잡해져서 그리 밝지만은 않은 듯 하다. 물론, 이 책이 큰 미래를 얘기하는 완전 미래판타지 소설이라고 보기엔 너무 소소함이 묻어나서 디스토피아라고 말하기도 애매하지만..... 그리 밝지도, 어둡지도 않은 중간쯤의 미래랄까... 이런걸 또 다른 말로 표현하는 건 없는가? 유토피아와 디스토피아의 중간. 그냥 우리의 일상이 그래도 투영돼서 좀 더 발전된 미래긴 하지만 지금과 별반 다르지 않는 느낌. 현실이 어쩌면 디스토피아 인지도 모르겠지만 말이다.
어쨌거나 간만에 만난 요시다슈이치 책에 행복했지만 읽을때는 늘 찬찬히 호흡을 가다듬고 읽어야해서 시간이 좀 걸리긴 한다. 다음번에도 그의 책을 또 간절히 기다리겠지만 <요노스케 이야기>처럼 그런 멋진 이야기가 나왔음 좋겠다. 이 책도 나쁘진 않았지만 그에 미치진 못했기에 아쉬움은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