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스파이어
조이스 캐롤 오츠 지음, 최민우 옮김 / 자음과모음 / 2017년 7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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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심 말하자면 이 책은 꽤 진도가 안나갔다.  특히나 초반부에 빽빽한 글씨들과 주인공들의 이해되지 않는 일탈들,  그리고 뭔가 아직 이야기의 핵심을 혹은 그들의 행동이 왜? 라는 의문과 함께 시작되기도 해서 뭐가 뭔지 갈피를 잡을 수 없었다.  조이스 캐롤 오츠의 책은 한권 읽었었는데 그때도 그의 글이 그랬었나? 의심이 들 정도로...... 이름만으로 일단 그의 글에 호감을 느끼고 시작한 책 읽기였는데 아, 이거 낭패다.  라는 좌절감 먼저 맛봐서 초반의 영역은 그야말로 글자를 꾸역꾸역 읽어가는 느낌.


그런데 말이다.  그 초반 진도 빼기의 어려움을 어느정도 극복하고 나면 서서히 조이스 캐롤 오츠만의 글맛이 보이기 시작한다.  그야말로 문장의 맛이라고 해야하나?  나는 사실 책읽기를 전체적인 줄거리 파악으로 읽는 타입이다 보니 문장에 대한 맛이라는 것을 제대로 느껴 본적이 없는 그저 읽기파였는데, 아 새삼 그의 문장이 참 맛있구나.  문장을 파악하며 읽는다는 게 이런 거구나.  하는 느낌을 느꼈달까나.  그래서, 좋았다.  촘촘한 글에서 오는 빽빽함이라도 진도가 다 나가서 글을 잡아 먹는게 아쉬울 정도로......



초반 이해되지 않았던 이들의 갱단스러운 모임.  폭스파이어에 대한 이해도 조금은 느낄 수 있었고, 그래 이들은 약한 여자들을 위한 어린치기지만 충분히 느낄 수 있는 그들만의 리그속에서 나름의 생존을 하고 살아가는 거야.  라고 느낄 정도로 약간의 동질감마져 느꼈다.  폭스파이어 그들은 정말 약한 여자를 괴롭히고 여자를 히롱하는 나쁜 남자들을 진정 괴롭혔거든.  물론 정당한 방법은 아니었다.  그들이 악당 혹은 나쁜놈들(!)이었다고 해도 정당한 방법은 아니었다.  그러나, 그들의 현실에서 그리고 1950년대 현실에서 과연 그 아이들에게 정당한 방법이란 어떤 것이었을까?  버리려던 타자기를 굳이 5달러, 8달러를 요구하다 못해 뒷방 사무실로 조카같은 아이를 데려가 별 짓을 하려는 인간에게 과연 그들은 어떻게 해야했을까?  생각해보면 그들의 방법이 나빴지만 행한 일들에 통쾌함을 느낀건 사실이다.  특히나 초반부 폭스파이어의 결성에서 부터 비롯된 이야기들에선 이상하게 공감이 갔다.  그런데, 점차 이야기가 변질 되어 가는 그들의 분열이랄까, 아니면 폭주랄까.

점점 과해지는 그들의 모습은 그녀들의 사회상에서 자신들의 모습을 이용한 영악함을 뛰어넘고 있었다.  이들의 모습을 더 지켜봐야 하는 것인가? 라는 괴로움이 들 정도로, 초반 그들의 모습에서 점점 변질 되어갔다.  결국 물질에서 오는 궁핍이 그들을 마지막까지 질주하게 만드는 것인가?  아니면, 그런 그들이 뭉쳐있기에 겁이라는 것이 사라지는 것인가?  그것도 아니면 이 모든것은 렉스의 큰 그림이었나?  무조건 렉스에 의해서 움직여지는 것이었나?  아니, 그들도 원하던 것이 아니었던가.  그리고 그 리더에 렉스가 있었을 뿐.  하지만, 결국 과격함을 넘어서는 건 렉스를 위시로 시작된 것이다.  점점 간이 커지고, 일이 커지는 것이다.  흔히 말하는 한탕, 한방을 원하는 것일뿐.  물론, 치기어림으로 치부 할 수도 있지만, 그들의 일탈은 점점 사회를 뛰어넘어 상식을 뛰어넘어 큰 문제를 얘기하고 있었다.  그래서 나는 여기서부터 헷갈리기 시작했고, 이들 폭스파이어 모임을 지지할 생각이 전혀 없어졌다.  원래부터도 공감은 했으나 이들의 일탈에 어쩔 수 없음을 부여했던 것도 사실이지만, 커지는 사건들에서 이 소녀들을 놔 버리고 싶은 생각이 강했다. 



어떤 결말을 바라고, 어떤 이야기를 바라는 건 아니었지만 여튼 그들이 한 행동에 공감이 점점 힘들어 지고 점점 눈살이 찌푸려지는 게 사실이었으니까.  조금은 믿었던 렉스에게 뭔가 배신당한 기분.  그리고, 정확하게 왜 메디가 이 과정에서 빠지게 됐는지에 대한 흐지부지함도 있어서 헷갈림이 없진 않다.  렉스의 한방에 대한 거부감에 의한 것 같긴 하지만서도.....


어쨌거나 문장의 맛이 강해서 읽으면서 조이스 캐롤 오츠가 써내려 가는 사회현상,  그들만의 리그, 그리고 그가 뱉어내는 문장은 꽤 재밌게 읽을 수 있었다.  단지, 아쉬운점이 있다면 아무리 그들이 갱단 비슷하거나 대놓고 개**, 혹은 *같다.  라는 표현이라고 썼다하더라도 그 강한 표현들을 번역할때 굳이 써지 않아도 문장력으로 이해되기 일쑤라 웬만한 번역에선 그런 단어를 과감히 쓰지 않는다는 데 있다.  강함을 표현하려 한건지, 어떤지 모르지만 그럴 필요까진 없었다는 말이다.  무조건 순한 표현을 원하는 건 아니지만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단어의 마구잡이 나열 또한 그다지 반가운 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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