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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흥적 백수생활
이케다 이케미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17년 4월
평점 :
절판
그넘의 돈이 뭔지, 먹고 사는것이 뭔지.... 과연 직장에 얽매여 사는 이들중에 그냥 아무생각없이 대책없이 사표를 던질 수 있는 사람은 몇이나 될까?
낼 내야할 공과금을 생각해야하고, 곧 다가올 카드값을 생각해야 하고, 미래를 대비해 보험료도 내야하고.....
결국 이런저런 이유를 대서 우리는 사표내기를 망설여하고 싫치만 억지로 먹고 살아야하는 문제로 화를 참으며 하루하루를 직장에 매여 사는 기분으로다가 지낸다. 그런데, 사실 뭐 내 경우는 결국 돈이긴 하지만 딱히 직장에 매여 있다는 느낌은 크지 않아서 그 나름 또 괜찮은 건 아닌가 싶기도 하다. 물론, 아이가 엄마의 부재로 힘들어 하거나 이러저러한 상황에서 내가 참석하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할때는 맘이 안 좋고 안타깝지만 나는 개인적으론 직장생활을 즐기는 거 아닌가 싶다. 일 스트레스만 좀 줄여든다면 더 좋겠지만......
그래도 이렇게 즉흥적으로 직장을 그만두고 백수 생활을 할 수 있다는 건 고나마 싱글일때 과감해 질 수 있는 거 아닐까?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가족들을 생각한다면 정말 이렇게 무작정 직장생활 포기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니까....
그래서, 이 여자의 자유로움이 부럽고, 과감성에 박수를 짝짝짝
실제 주인공이 사표를 낸 이유는 정말 "그냥" 이었다. 자기계발을 위한 사직도 아니었고, 결혼도 아니었고, 이직도 아니었다. 그냥, 그냥 쉬어보고 싶어서.....
아, 그 얼마나 단순하면서도 사실적인 이유인가.
좀 지친것에 대한 뒹굴거림.
그냥그냥.
하지만, 현실은 그런 그녀를 이해하지 못할껄? 아마, 나래도 왜 그만둬? 이유가 뭐야?
이런 질문부터 하게 될테니까......
뒹굴뒹굴 거리는 거의 1년 가까운 그녀의 생활이 적나라하게 나타나있다.
뭔가 회사를 그만두면 다 할 거 같은 기분이지만, 결국 잠 잠 잠.
못다한 일은 잠 자고 나서 하는 걸로, 새로운 직장 구하기 위해 이력서 쓰는 건 또 천천히 하는걸로....ㅋㅋ
현실적인 적나라함이 그대로 들어있어서 오히려 공감가는 이야기라고나 할까.
큰 빅 재미를 선사하기 보다 공감가는 이야기가 눈길을 끄는 만화다.
나도 사실 집에서 쉬는 날이나 긴 휴가가 오면 이것도 하고 저것도 하고 막 계획을 세우지만 실질적으로 휴가가 끝나갈때즈음엔 해 놓은게 하나도 없이 뭐하고 보냈나 싶을 만큼 허무하거든.
근데, 딱 백수생활이 그런거다. 뭔가 제대로 열심히 찾아서 열심히 배울거 같고 할것 같지만 결국은 비어지는 통장잔고와 뒹굴거림.
그래서 결국 이 여인도 다시 직장전선으로 뛰어드는 거지만, 그래도 몇개월간의 그 시간이 뒹굴뒹굴이었지만 왜 나는 헛되게 보여지진 않는걸까?
학교 졸업하고 20여년간을 직장생활을 한 나는 그동안 길게 딱 쉬어본 게 육아휴직을 제외하면 한달. 한달만 쉬고 새 직장 구하겠다고 결혼전 사표 던졌을때 엄마가 안절부절 못했던 기억이 떠오른다. 정녕 하는 천하태평이었는데..... 어쩌면 그때 엄마의 그 눈치와 안절부절에 등 떠밀듯 다시 전 직장 상사가 부르는 곳으로 컴백 했어야 했는지도 모르지만 암튼 그때 그 한달이 정말 꿀같고 좋았던 기억이 난다. 그 뒹굴거림이. 그래서 이 여인이 몇달간 그렇게 지낸게 부럽고, 현실적이라 공감 팍팍.
요즘같이 직장 구하기 힘든 시대에 이런 뒹굴거림을 원한다 하면 욕 먹을 지 모르지만, 뭐 여튼 그게 사실은 사실이었다. 암튼 세상 부러운 만화였네 그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