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체 읽는 남자
안토니오 가리도 지음, 송병선 옮김 / 레드스톤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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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심 나는 이 소설을 어떻게 소개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  저자가 다른이의 말을 인용해서 소설에는 나쁜소설과 좋은소설만이 존재한다고 했는데, 나도 그냥 이분법적으로 그렇게 적용해야 하는건지, 아니면 이걸 역사추리소설, 아니면 대하소설~ 뭐 이런 느낌으로 이야기 애햐 하는 건지......

 

솔직히, 초반을 말하자면 꽤나 진도가 안나가서 고생했다.  그리 재미없진 않은데, 또 그렇게 막 흡입력 있고 재밌는 건 아닌거라.

초반 호기심은 어떻게 스웨덴 사람이 중국 사람 이야기를 써? 막 이런 느낌이 있어서 그런면에서 출발하긴 했는데, 번역이 잘 돼서 그런건지 아니면 저자의 필력이 대단한 건지 마치 진심 중국의 예전 그 생활상을 그대로 보여주는 듯한 글빨"은 내가 마치 그 시대를 살고 있는 느낌이 들게 했다.  특히나 서양사람들이 바라보는 동양사람들의 고전적인 생활방식은 참 이해하기 쉽지 않았었을 듯 한데, (같은 동양임에도 중국문화 이해하기 쉽지 않은데 말이지) 저자는 마치 중국에서 살다온 사람인 듯한 느낌이 들 정도로 옛 법의학자 <송자>를 살려내고 있었다.

 

그러니까, 이 책은 송자의 삶을 다룬 전기인듯하지만 전기는 아닌, 그냥 작가의 상상에서 온 그러나 실존인물이었던 송자의 이야기를 소설화해서 재미의 살을 붙여 만든 그야말로 한 사람의 대서사시 느낌이다.  초반 내가 몰입이 힘들었던 건 분명 압도적 역사 추리소설이랬는데 이건 뭐 추리보다는 시체 살펴보며 검시하고 고생고생하며 죽을 고비를 수천번 넘기는 송자의 힘든 인생이야기만 이어져서 이게 무슨 추리소설인가 싶었다.  그래서 이야기속으로 더 빠지지 못했던 건지도 모르겠다.

 

 

지지리 고생도 이런 고생이 없다.  마치 예전 일본의 오싱이나 우리나라 황석영 작가의 심청 같은 험난한 삶.  도대체 끝이 안보이는 암흑만이 존재하는 송자의 삶.

자신이 꿈을 키웠던 법의학자, 판관에 대한 꿈은 어느날 형으로 인해, 그리고 가족의 모든 죽음으로 인해 와르르 무너져 내리고 자신이 원했던 삶과는 다른 방향으로 계속 어긋나기만 한다.

사실, 읽으면서 송자가 아직은 20세 약관의 나이인지라 젊은 혈기로 실수도 자주해서 이거 이거 안그래도 그의 삶이 지지리 궁상에다 안타까움의 극치를 달리는데 본인까지 실수를 하는 경우가 있으니 답답함도 있었다.  사람을 너무 쉽게 믿는 것이 안타깝기도 하고, 바보스럽기도 하고.... 뭐 그래도 역시 노력하는 자에게 그리고 잘못하지 않은 정직한 자에게 복은 오나니....

결국 공부를 할 수 있는 길이 열리고, 또 황제를 만날 수 있는 길이 열리고.... 물론, 그게 다 살인이 일어나야 가능한 그런 거지만서도..... 어쩌겠나, 코난과 김전일 이후로 또 살인을 끌어들이는 사람이었던 것이다.  송자는..;;;;;

 

시체를 살펴봄으로서 사람의 직업과 나이, 살해 방법등 요즘은 그야말로 과학적인 방식으로 해부해 가며 보지만 예전이야 그렇게까지 기술이 발전하지 못했으니 오로지 자신의 경험과 그리고 외과를 경외시하는 사회적 외면속에서도 살인범을 찾기위해 이리저리 고민하고 노력하는 모습이 대단했다.  알고보니 지금의 법의학 기초를 다진 사람이라고 하니 존경함이 절로 생긴다고나 할까.

 

 

특히나 이 소설의 묘미는 시대상의 묘사와 후반부에 밀어닥쳐오는 불행을 겪을 만큼 겪었지만 끝없이 휘몰아치는 송자의 위기와 연쇄적으로 일어나는 살인이 잠을 들 수 없게 만든다.  진심 끝을 알지 못하고선 잠을 잘 수 없었던 소설.

덕분에 뒷날 회사에서 약간 졸았을지언정, 책의 마지막을 덮는 순간은 그야말로 오~라는 감탄사가 연발됐다.

그리고, 역시 추리소설은 추리소설이구나 싶은 느낌.

결국 범인은???? 

 

암튼, 책을 다 읽고 나서 <송자>라는 사람의 일생이 궁금해졌다.  그래서, 책을 좀 구해 읽어 보고픈 맘이 있어 검색을 해 봤더니... 한권도 안 보인다. ㅠㅠ 중국사람들에게만 유명한 사람인건가?  그래도 법의학의 기초를 다지고 우리나라도 좀 배웠었을 듯 한데 어째 책이 한권도 안 보인다냐.  이런 경우 실존 인물에 대한 평전이 꼭 읽고 싶은데, 그러지 못하니 안타까운 맘이 가득하다.

여튼, 압도적 스케일과 대반전의 연속, 그리고 험난한 여정의 송자의 인생.  대박 재미난 책이었던 걸로.  내 잠이 아깝지 않았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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