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칼렛 오아라
이승민 지음 / 새움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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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아, 나 지금 이 작가의 정체를 모르겠다. 뭐냐면 분명 이름만으론 남자같은 느낌이 있는데, 책을 읽어보면 뭔가 여인의 향기가 폴폴나서 여자같다는 거.  그래서 일부러 검색까지 해봤는데...우워.. 뭐 이리 같은 이름이 많으신가.. 유명인물로 19명이나 있는데, 작가라고 이름 올리신 분은 없네.  거참.. 그래서 일단 이 분의 성 정체성은 유보다.  그렇치만 왠지 여자분이신 거 같은데..... 뭐 작가의 성별이 크게 상관있겠냐마는 글을 쓰다보면 그(혹은 그녀)가 말하고자 하는...식의 글을 써야하는데 그라고 해야할지 그녀라고 해야할지.. 그냥 작가라고 퉁치고 얘기하면 되는건가?

 

사실, 초반 제목부터 이거 참, 바람과함께 사라지다의 오마주인가...싶은 마음도 있었고, 튈려고 별 제목을 다 달았고나. 라는 부정적인 생각이 좀 더 지배적이었다.  그리고, 초반부 글을 읽어 나가면서도 기본 작가이야기가 주구장창 나오는 느낌이라, 흠.... 그다지 기대할 책은 아닌모양이라고 선을 그어 버렸던 것 같다.  그런데, 중반부부터라고 해야하나, 거길 좀 못 가서라고 해야하나.... 이야기의 색이 달라진다.  맛이 달라진다고 해야할까?  분명 작가 본인의 이야기를 그대로 쓴 것 같은 느낌으로 읽어나갔는데, 어째야쓰까.. 헐, 아니네. 이거 완전 색다른 맛이네. 

작가가 글을 씀에 있어서 본인의 일상이 어느정도 녹아들지 않을 수는 없다.  어디에서건 간접경험이든 직접경험이든 자신의 직업이야기를 쓰다보면 그게 본인의 이야기쯤으로 치부되기 일쑤다.  그래서 난 또 그런 이야기들을 늘어놓는 청승스런 작가인가 보다라고만 생각했다.  그런데...... 주인공 오아라가 새로운 삶으로 폭 빠져버리면서 벌어지는 이야기의 얽개는 와~ 이것참 인간관계의 얽히고 설키는 그리고 거기서 오는 인간 본연의 욕망이 오롯이 담겨있다.

 

 

작가라는 직업의 선입견, 청담동 부자라는 선입견, 호스트 선수라는 선입견등등.... 우리는 한 사람을 인간 그 자체로 보기에 앞서 그들이 가진 의식이나 느낌을 가지기에 앞서 선입견으로 둘러싼 눈으로 매도하는 습관이 있다.  이게 습관이라고 해야할지 그쪽 직업은 당연히 이런 생각을 가진 사람일꺼라는 착각일지 그걸 감잡을 수 없을 정도로 자리잡아버린 이미지화, 정형화된 모습이라 이걸 뭐라고 말해야할지 모르겠다.  그러고보니 나 역시도 작가라면 당연히 많은 지식을 소유하고 있을 거라는 생각, 지식층은 명품에 둘러싸여 살고 싶어하진 않을 거라는 생각, 심지어 명품에 침흘리며 아무것도 모른체 겉멋만 내는 사람은 머리속에 무슨 생각이 들었을까 라는 생각을 기본적으로 하는 경우가 허다하니, 이러니 저러니해도 그 직업이 가진 이미지에서 오는 허상은 참으로 무서운 것이 아닐 수 없다.

 

그렇다.  여기 이승민이라는 작가는 도대체 이 책을 어떻게 해석하길 바라고 느끼길 바라는 지 모르겠지만, 내가 읽은 이상 내 주관적인 생각은 그런 인간의 보편된 생각을 뒤집는 모든 사람들의 정형화에 대해 소리 지르고 보이는 것만이 다가 아니라는 말을 하고 싶은 듯한 느낌이 들었다.  일단, 책을 읽은 이상 해석은 읽은 사람 몫인걸로....ㅡ.ㅡ;;

 

 

다양한 직업군의 사람들이 등장하고 그들의 생각이 지배하지만 이제껏 내가 생각했던 사람들의 모습이 아니라는 거.  직업이 작가라고해서 지적교양만을 좇는 게 아니며, 선수 출신이라고 해서 순정파가 되지 말란 법은 없으며, 그 무엇에 대한 손가락질도 함부로 하면 안된다는 거.

심지어 나는 선수출신 노아에게 반해버렸는 걸. ㅠㅠ 너무 안타까운 녀석.

 

게다가 작가의 촘촘한 인간관계 설정은 뭐랄까.  그야말로 드라마로 치면 막장스토리일 수 있는데, 그게 또 연결이 된다.  이러고저러고.....  내가 아는 여자가 내 새 파트너의 동거녀 일 수 있고, 내가 갖고 싶었던 사람을 우연히 또 내가 아는 누군가 뺏어갈 수도 있고..... 참, 인간관계란 것이 돌고 도는 것이라는 걸 이 소설에서는 새삼 느낀다.  어디에서고 부딪힐사람은 부딪히는 인연이라고 해야하나?  하긴 악연도 인연인것을.......

 

관계의 촘촘함에 대해 생각하게 되고, 극한으로 치달은 그들의 마지막에서 각자의 선택으로 운명이 결정지어지는 우리 인간들의 허무스러운 모습을 쳐다보게 된다.  아니, 어쩌면 허무하지만 이카루스의 날개를 쫓는 허상을 보게 되는 건지도 모르겠다.

별 재미도 생각치 않고 들었는데, 거참 ... 이야기를 읽어 갈 수록 깊이 파고 들게 되네.  뒷 이야기가 궁금해서 한번 잡으면 후딱이다.

 

그나저나 소설가 오아라는 다 가진 여자일까?  대놓고 작가가 선수로 뛰어도 되는걸까?  그런 위태로운 삶이 언제까지 유지될까?  하긴 그런 선택도 그녀의 몫이거늘..... 결국은 짝사랑에 미쳐 이도저도 아닌 모든걸 놓쳐 버린 김순옥이라는 여자만이 세상에서 버려진 것인가?  하지만, 어쩌면 그녀도 언젠가는 바닥을 치고 올라올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해본다.  사람이 꼭 다 죽으라는 법은 없거든..

그래도 이러나저러나 우리 순정파 선출 노아는 어찌 됐을꼬...ㅠㅠㅠㅠㅠㅠㅠ 이 녀석 진심 사랑하게 됐는데... 안타까운 녀석...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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