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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나날
로랑 그라프 지음, 양영란 옮김 / 현대문학 / 2005년 7월
평점 :
품절
프랑스소설을 나름 좋아하는 편인데, 그래도 가끔은 그들의 영역(?)이 궁금할때가 있다. 뭔가 우리와는 코드가 참 많이 다른듯한 사람들.
그래서 그 특이함에 놀라워하고 감탄하기도 하는데, 더불어 간혹은 참 이해가 안될때 역시 있긴하다.
이 책은 뭐랄까. 깊이 생각하면 아주 깊은 더더더더 깊은 곳으로 빠져 들 수 있기도 한 책이긴 한데, 그냥 나는 그걸 포기해서 그런지
남들만큼 좋다, 어떻다를 말하기 뭣하다. 꽤 오래전에 사 둔 책을 묵혔다 꺼내들었는데, 나쁘진 않으나, 이상하게 깊이 있게 생각하기가 귀찮아
져서 겉핥기식으로 읽고 말았다. 그래서, 엄지척을 못해주겠는 이 기분.
제목 <행복한 나날>은 30대에 양로원에 들어가 살고있는 주인공을 내세우고 있다.
아, 이미 그는 10대말에 자신앞으로 생긴 자금을 털어 양로원 한곳을 예약했다. 나중에 자기가 들어가 살 곳을...... 게다가 묘지
역시도 미리 구매해두고 묘비명을 바꾸는 것을 취미(?) 아닌 취미로 삼고 있는 남자다. 그래도 10대를 거치고 20대를 거치며 남들처럼 평범한
삶을 살아가던 그에게 머나먼 생각지도 못한 친척의 유산은 30대에 양로원으로 들어갈 수 있는 절호의 찬스(?)를 제공했다. 맞물려 이혼도 함께
찾아왔고......
그리고 <행복한 나날>이라는 양로원에서 60대부터 90대, 100대 할머니와 할아버지들과 어울리며 그야말로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우아~ 헉......
처음엔 그를 정신이상자 취급하던 그들도 그가 지능이 덜떨어진 아이쯤으로 생각하고 같이 삶을 영위하는데 거리낌이 있다.
아, 이거 참, 설정이 대박이구나.....
30대에 양로원이라.
모든걸 포기한 삶인건가? 아니면 그야말로 천국으로의 뚜둥~ 입장인가~!
그냥 주인공은 그 양로원의 삶이 진심으로 행복하다. 그러면 다 된거 아닌가? 그곳이 어디든, 자신이 원하는 곳에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행복하다는 증거, 그거 하나면 충분한 거 같다.
물론, 이 설정은 분명 비틀어치기가 분명하다. 그리고 우리가 이 책에서 찾아 내야할 메세지가 무궁무진하다는 사실도 말해준다.
근데, 지금 나는 그냥 이 글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로 했다. 유머, 풍자, 재치, 비틀어치기 전부 다 버리고, 그저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사는 주인공의 모습을 그대로 오롯이 받아들이기로......
삶에 지친 30대가 양로원에서 행복하다면 (어쩌면 같은 세대에 공감대 형성을 못한 것일수도 있고, 사회에 부적응했을지도 모르지만) 일단
그곳에서 그는 모범적이고 60대의 할머니와 사랑 비슷한 감정도 공유하며 하루하루를 지내는 자체가 책으로선 나쁘지 않다. 아마, 실제 이런
뉴스를 접한다면 '저 사람 뭐지?' 라고 생각하겠지만........
로랑그라프의 글이 군더더기가 없고, 담백하다. 그렇치만 거기까지..... 내 스타일은 아닌걸로..... 깊이 들어가자니 만사가 귀찮은
봄인관계로다..(뭐야, 봄이 뭐 어쨌다고...ㅋㅋㅋㅋㅋㅋ 가볍게 살랑거리며 지내고 싶다고.... 가벼운 책을 읽고 싶다고...ㅡ.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