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옹 혹은 라이스에는 소금을
에쿠니 가오리 지음, 신유희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5년 9월
평점 :
절판



뭐지? 이느낌.  분명 에쿠니 가오리 소설이 맞긴한데...... 그녀의 옆얼굴이 땅! 하고 찍힌 띠지며 표지며, 이름이 분명 맞긴한데, 다 읽고 나서 나는 그동안 내가 느껴오던 에쿠니 가오리의 소설적 느낌과는 좀 다른 기분을 느꼈다. 

흠, 뭐랄까.  예전 <반짝 반짝 빛나는>에서 주인공들에 왠지 동화돼서 말도 안되는 관계들의 이야기지만 끄덕끄덕 고개를 끄덕이고 있는 나를 발견해서 팬이 된 후로, 무던히도 그녀의 책들을 찾아 읽었지만 왠지 요즘은 점점 그녀의 글들이 마음에 와 닿치도 않거니와 딱히 예전의 느낌이 들지 않아서 전작하고자 했던 욕구와 소장하고자 했던 욕구를 버려야하나..... 라며 갈등했었다.  이젠 왠지 주인공과 동화가 되질 않았고, 이해가 되질 않았다.  걍 끝인가.... 라고 생각했건만.....




아, 그렇다고 이 책이 와~ 대박이야! 그런 느낌이라서 그녀의 글에 반했어.  뭐 그런것도 아니다.  사실 이번책은 3대에 걸친 한 가족사의 이야기인데, 그동안 내가 느껴왔던 그녀의 느낌이 들지 않아 다 읽고나서도 뭐지? 이느낌? 자꾸만 그런 생각만 들었다.  글쎄, 한마디로 에쿠니 가오리의 글이 어떻냐고 설명하긴 어렵지만 뭔가 불륜을 미화(!)하지만 거기에 동화된 나는 그래 그래 주인공들을 이해하며, 그들의 사랑에 응응 고개를 끄덕일 정도였는데, 이책의 주인공들은 그냥 그간 보아오던 에쿠니 가오리의 주인공들 같지 않은 느낌이랄까?  물론 <소란한 보통날>에서도 가족적 이야기를 써내지 않은 건 아니다.  하지만, 3대에 걸친 가족의 이야기.  게다가 방식도 특이해서 1969년으로 가서 주인공이 할아버지가 되기도 하고 1988년의 나는 손자가 되기도 하고 2000년대의 나는 또다른 손녀의 이야기기도해서 왔다갔다하지만 구성이 헷갈리는 건 없다.  오히려 그들의 이야기가 궁금해서 꽤 깊이있게 이야기를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한다.  여전히 그녀만의 담담함이 존재하지만 연애감정들이 배제된 그녀의 글은 담백하면서도 그녀스럽지 않은 느낌을 풍긴다.



그래서 뭔진 모르겠지만 색다른 맛이 느껴진다.  사람냄새가 풀풀 나는 느낌의 글이라고 해야할까?

그동안은 왠지 사랑에 치우친, 연애사에 치우친 사람들의 이야기가 많았다면, 이 책은 오롯이 한 가족사에 대한 이야기로 사람들의 냄새가 폴폴폴~ 나풀거리듯이 난다.  겉으로 보여지는 이들의 모습을 이제껏 보여줬다면 한사람 한사람 생명이 불어넣어진 주변인들의 이야기로 인해 그들이 결코 무덤덤함으로 무장한 사람들이 아니었음을..... 그동안 얼마나 마음속으로 싸워왔음을 보여주는 느낌.

그래서 사람사는 느낌.  살아 있는 듯한 느낌.  그동안의 글은 허구로 존재하는 가공인물들에 나를 주입시켜 감정이입이 됐다면 이 책은 내가 비록 감정이입은 되지 않을지라도 그들의 모습에서 주인공들이 살아 춤을 춘다는 느낌을 받았다.



전작에서 바로 그녀의 글을 이젠 놔 버리자~! 라고 생각했었는데 이런 글이라면 또 계속 기대해도 좋치 않을까?

감정이입이 돼야 한다고 굳게 믿었던 신념을 또 한번 깨트리며, 에쿠니 가오리의 새로운 느낌을 느껴본다.

앞으로 좀 더 두고 보는 작가인걸로, 여전히 애정은 해 보는 걸로.

이들의 3대 모습이 참 나쁘지 않다.  아, 그러고 보면 어쩌면 오가와요코의 냄새를 좀 맡은건지도 모르겠다.  느낌이 그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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