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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허한 십자가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이선희 옮김 / 자음과모음(이룸) / 2014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그가 돌아왔다!!!!! 라고 부르짖어야 하나? 아, 그럴수도 있는데 쪼끔, 아주 쪼끔 약해서 그냥 그의 귀환으로 반가움만 표해 본다.
뭐, 굳이 내가 말하지 않아도 글을 앉으면 책을 한권씩 펑펑 쏟아내는 인간인지라(?) 책 사재기를 하는 나도 유일하게 따라 잡을 수 없는 속도로 이곳저곳에서 마구마구 쏟아져 나오는데 그래서 늘 게이고옹의 책은 최악, 최고의 정점을 찍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렇게 쏟아내니 어떤건 허접이요, 어떤건 멋지다~!! 막 이럴 수도 있지만 이 아저씨는 정말 그 파고가 너무 높아서 당최 간혹은 '이 책 진짜 게이고옹이 쓴 거 맞아?' 라는 의심을 부를때가 있다. 마구마구 바닥을 찍다가도 그 다음 책을 잡으면 최고를 찍어주니 밀당의 대가라고 혼자 나불거리기도 하는데 여튼 그래서 이 인간 책을 놓을 수는 없다. 결국 그에게 질질(?) 끌려가는 팬인가? 크크
얼마전 <나미야잡화점의 기적>을 읽고 게이고옹의 사회파, 문제적 작품을 좀 읽고 싶어서 선택했는데, 오호~ 잘했구나 싶다. 딱 고민거리를 던져주는 책이다. 어떤 결말도 낼 수 없지만 깊이 생각하게 되고, 공감하게 되고, 아니라고 도리질도 할 수 있는 그야말로 생각에 생각을 거듭하게 하는 책.
물론, 내가 그의 책 중 엄지 척 드는 <방황하는 칼날>에 미치지는 못한다. 그 작품에서 그에게 홀딱 반했었는데 그 후로 그래서 이 아저씨책엔 무조건 기대감 백프로 증폭이건만 들쭉날쭉이더니 오랜만에 또 한껀 해주신다.
그래, 이거거덩~
사형제도에 대한 심각한 고민. 솔직히 말하면 나는 요즘은 너무 무서운 세상이고 잔인하고 잔혹한 일들이 많기에 어느정도 찬성쪽으로 기울어지는 형국이지만 그래도 늘 오판으로 인한 잘못된 집행의 우려를 생각치 않을 수 없기에 갈팡질팡이긴 하다. 그러나, 일단 이 책의 시작부터에서는 당연히 찬성, 찬성, 찬성이었다. 당해보지 않으면 알 수 있을까? 사랑하는 자식의 죽음을...... 그 억울함을.
아무것도 남지 않더라도 범인에게 사형사형사형. 쾅쾅쾅. 그 소리를 얼마나 듣고 싶어 하겠는가.
특히 "사람을 죽이면 사형에 처한다- 이판단의 최대 장점은 그 범인은 이제 누구도 죽이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 말은 그야말로 비수로 와 꽂힌다. 이 문장을 읽으면서 아~ 했다. 그래, 다 아는 내용인데도 그런데도 이 한 문장만으로도 뭔가 속시원해 지는 느낌.
그런데 말이다. 그런데 역시나 게이고옹은 그 한쪽으로 모든 결론을 내지 않는다. 역시 내가 이뻐라 하는 아저씨답게......
사형제도에 대한 의문과 결국 감옥안해서 허무하게 공허한 십자가를 짊어진 범인과 감옥이 아니지만 밖에서 그 무게를 감당 할 수 없는 십자가를 짊어지고 살아가는 범인. 과연 우리는 그 두쪽에서 누가 더 고통스럽우며 또 어떤 형태의 처벌을 바라는 건지, 그리고 그럼으로써 피해자가족들이 얻는 위안은 어떤 건인지...무지막지 고민하게 만든다.
아무것도, 어느것도 사랑하는 이를 잊는 것을 대신할 수 없다. 죽인 범인이 사형에 처해진다고 해도 결국 사랑하는 사람은 돌아오지 않는다. 그렇다고 또 그대로 범인을 놓아두는 건 억울하고 한맺힌는 일이다. 결국 십자가를 짊어지고 이세상을 살아가는 사람은 피해자의 가족이 아닐까? 평생토록 그 고통으로 마음아파하며 어떤것으로도 위로받지 못하고 살아가는 그들.......
이 책을 읽다보면 결국 어느 쪽에도 손을 들 수 없게 만든다. 그리고, 어느 쪽으로 결론을 내릴 수 없어 고민만 더 깊어지게 만든다. 이쪽저쪽 이해를 하면서도 이해하기엔 너무 아픔이 깊기도 하다. 역시, 게이고옹인가. <방황하는 칼날>에는 못 미치지만 그래도 그의 이런 고민거리를 던져주는 이 이야기가 반갑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귀환이로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