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 뒤의 기억

등 뒤의 기억
에쿠니 가오리 지음, 김난주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4년 9월

한때는 에쿠니가오리에 빠져 그녀의 책을 전부 사들이고 읽고 그녀의 잔잔하면서도 담담한 어조에 혹 했었다.  내용이 불륜이래도 그녀의 문체가 맘에 들고 이야기가 맘에 들어서 줄거리가 그래도 괜찮아, 괜찮아, 좋아. 좋아. 하며 그녀에게 무한 애정을 줬었다.  그리고 여전히 나는 지금도 그녀의 책이 출간되면 사들이고 있다.  그런데 말이다.  아, 요즘 이상하게 그녀의 글들이 이상하다.  경악스런 단편으로 얼마전엔 내 머릿속을 혼란하게 만들더니 이번엔 책을 다 읽고 덮으면서도 응? 하게 만드는 글을 내놨다.

사실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는, 아니 지금은 옆에도 없는 동생이 실재한다 여기며 말하고 웃고 행동하는 주인공의 모습이 갸우뚱 했었는데 실종된 여동생이 아닌 여동생의 주변인인 학생이 또다른 주인공이 되어 이야기의 중심에 나오는 건 당최 어떻게 된 건지 이해가 안간다. 등장인물들이 각자 딴 얘기만 하고 있어서 이야기가 하나로 연결되는 것도 없이 그저 각각의 단편소설을 읽은 느낌이다.

자식을 버리고 떠났던 그녀, 그녀를 이해 할 수 없는 큰아들과 의무감으로 그녀를 찾아 가는 작은아들.  딱 거기까지는 그래도 이야기가 연결이 되고 어떤 느낌인지 그들의 삶이 어땠는지 느낌이 오지만 그 외 인물들은 글쎄, 그저 따로 노는 느낌. 

띠지에는 분명 "한사람의 등뒤엔 천개의 엇갈린 기억이 존재한다."  라고 하는데...... 실종된 동생과 망상으로 이야기를 나누는 그녀의 모습과 어떻게 매치되는 걸까?  오래된 추억씹기쯤으로 그녀를 두둔하기엔 그녀가 하는 행동들은 선을 넘고 있었다.  개인적으로 생각하기엔......  그녀가 그렇게 살아온 삶에 비난을 하고싶은 생각은 없지만 현재 그녀의 모습이 싫었다.  추억에 붙잡혀 현실감을 잃어버린 모습.  물론 그렇게 살아가는게 그녀에겐 자그마한 위안이 될지 모르지만 독자로서는 버거운 느낌으로 다가온다.

왠지 에쿠니가오리의 글을 읽기가 점점 버거워진다.  예전처럼 감정이입 돼 마치 내 얘기같다고 느끼던 느낌이 없어졌다.  주인공들이 하나둘 겉돌고 나와는 다른세계를 살아가는 이들로 비춰진다.  아, 오쿠다히데오에 이어 에쿠니가오리도 버려야 하는것인가?  삼세판.  마지막으로 한번만 더 그녀를 만나볼꺼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