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어도 돼?
나카지마 타이코 지음, 신유희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09년 10월
평점 :
절판



 
이 책이 나왔을때만 해도 이작가를 잘 몰랐던터라 관심이 없었는데 얼마전 작가의 다른책을 만나고 작가에 관심이 가서 이책을 구입했다.  "지어도 돼?" 라는 제목을 예전에 봤을때는 그냥 집짓는 이야기구나.  하고 넘겼는데 책속을 들여다 보니 꼭 그것만이 전부가 아니라는 걸 알았다.
 
보통의 30대 미혼 여성에게 필요한 건 뭘까?  곰곰히 생각해 본다.  사실 나야 뭐 이미 그런시기를 넘겼고, 수많은 고민과 갈등을 겪으며 결혼과 독신의 사이를 오락가락했었지만 지금의 나이가 되고 보니 그때 했던 고민들이 다 우습게 생각되기도 하고 갈등들이 갈등 할 이유가 없었다고 생각되어 지기도 한다.  하지만, 역시 그때의 나이대에 하게 되는 고민이니 그럴 수 있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어차피 지금은 그런 고민들조차 달나라로 날아가버린 나이가 돼 버렸으니...... 상황도 그렇고 말이다.
 
아무튼 책 속의 주인공도 사실 그렇다.  30대에 우연히 집계단에서 미끄러지는게 계기가 되어 남자를 만나볼까 하다가 엉뚱하게 집을 지어야 겠다는 결론에 이르는 상황.  사실, 그저 일상적인 우리라면 그런 결론을 내지는 않았을텐데 말이다.  그저 남자를 만나 결혼해 버릴까 하다가 안되면 그냥 독신 이라는 결론을 내리기 일쑨데, 그녀는 엉뚱하게도(?) 집을 지어보자는 생각을 하게 된다.  아~ 참 꿈같은 일이다.  평생 살면서 자신만의 집을 짓는다는게 말처럼 쉬운 일이련가.  아니, 어쩌면 정말 평생 한번도 맛보지 못할 꿈이기도 할터였다.  보통은 그자리에 지어진 아파트를 사서 입주한다던가 이미 지어진 주택들을 사서 들어가는 것.  그게 집을 장만했다는 자신만의 기쁨이고 위안이지 않은가.  그런데 정말 집을 짓겠다니......
 

 
하지만 그녀의 도전, 하나도 우습거나 기막히지 않다.  그녀가 행하는 일들이 허무맹랑하지도 않고 우리네가 하지 못한 꿈을 이루려는 그녀를 응원하고 싶어진다.  그건 책속의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막상 그녀의 말을 들었을땐 어이없어 하지만 하나같이 응원을 해준다.  본인이 하지 못하는 꿈을 그녀가 정말 현실로 이루어 가고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을 읽기 전엔 정말 현실에 있는 에세이쯤으로 생각했다.  집을 지어가는 과정을 정말 에세이처럼 엮은 그런 책인가 했었다.  하지만, 요건 소설책이었고 30대 미혼여성의 현실적인 느낌이면서 현실적이지 않은...... 집을 짓는 이야기였다.  그런데 아무리 소설이라고는 해도 이런 집을 짓는 그녀, 정말 이 현실에 있을 것만 같은 생각이 든다.  허무맹랑하지만 이런 사람이 꼭 존재 할 것만 같은 현실감이 드는 소설이다.  꼭 그나이대의 여자는 남자를 만나 결혼을 해야한다거나 연애를 해야한다는 결론보다 뭔가 새로우면서도 특이한 소재로 소설을 만들어 가는 작가의 이야기 흐름이 신기하면서도 또 문체는 담백해서 읽는 내내 불가능하다는 마음이 전혀 들지 않았다.
 
이렇다.  이작가의 글은 담백하면서도 담담하다.  그래서 그런지 일상적이게 모든것이 흐르는 느낌이다.  뭔가 특별한 사건사고를 만들어 내지 않으면서도 이야기를 엮어내는 힘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집을 짓는다는 자체만으로도 큰 사건이랄수도 있지만, 그런 이야기가 너무 담담하게 이어지니 일상으로 여겨지는 거다.
 

 
자신만을 위한 혼자인 장소를 원한 30대의 그녀.  나 역시 응원하리라.
 
그리고, 이 책과 함께 엮여있는 작은 단편 <그가 보낸 택배> 또한 일상적인 택배를 기다리며 온갖 기대와 상념에 빠진 그녀의 마음을 잘 나타내주고 있어서 괜찮았다.  오히려 그 단편에 대한 이야기를 더 하고 싶은 느낌도 들었다.  하지만, 뭐 일단 그녀의 글에 대한 느낌을 적었으니 대충 그런 느낌.  택배를 기다리는 마음이 어쩌면 이리도 나와 같은 마음인지.......
 
암튼, 나카지마 타이코의 문체를 어느정도 이해하는 계기가 되긴 했다.  문제는 흠...... 그녀의 책에 대한 소장욕구는 그다지 일지 않는다는데 있다.  그녀의 책이 출간되면 무조건 읽어야 한다는 느낌은 있는데, 소장욕은 없는...... 아마도 그녀의 이런 담백한 문체, 소란스럽지 않은 일상적인 이야기들이 너무 잔잔하게 흐른다는 그 자체가 장점이자 단점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봤다.  그녀의 문체가 좋으면서도 뭔가 아쉬운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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