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원주민
최규석 지음 / 창비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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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애정해마지 않는 최규석 작가의 만화를 또 간만에 들었다.  한번에 다 읽어버리면 아까울 거 같아서 아끼고 아끼며 한권씩 읽어나가는 중이다.  그나저나 <대한민국 원주민> 이라고?  대한민국〉� 원주민이 있었나?  늘 생각하지만 최규석 작가의 제목 작명센스도 꽤 괜찮은 것 같다.

 

요건 작가의 에세이적 성격을 띤 만화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말이다.  나도 작가처럼 그런 시골깡촌에서 태어나서 인지 이게, 이 만화가 다 이해가 되는거다.  게다가 작가의 고향이 우리 마을에서 한시간 남짓 걸리는 창원이라는 점도 한몫해서 만화에 나오는 사투리들이 너무 너무 익숙한거다.  진짜 내 고향 시골 어르신들이 쓰는 말투를 고대로 쓰고 있어서 뭔가 향수를 불러일으키면서 감동까지 막 올뻔했다.  타 지역 사람들이 읽으면 꽤 이해하기 힘든 단어들도 제법 있을듯. 

 

 

고등학교 다닐때 간혹 우리동네에서 있었던 일들을 이야기 하면 친구들이 "야, 무슨 전설의 고향 이야기 같다." 라며 깔깔거린다.  무섭다는 게 아니라 완전 조선시대처럼 오래된 느낌이 드니 그런거다.

예를 들면, 우리는 어느집에 전날 제사가 있었으면 뒷날 마을이장이 방송을 한다.  "동민여러분, 어제 저녁 7반 누구누구씨네 집에 제사가 있어 음식을 나눠 먹으러 하오니, 아침식사를 하러 가시라."고, 그러면 시간이 되는 동네주민들이 아침을 먹으러 오는거다.  그게 우리 친척 제사였다면 당연 빈 도시락을 들고가서 도시락을 거기서 싸간다.  이런 소소한 이야기들을 친구들에게 늘어놓으면 친구들이 막 신기하다고 하는거다.  흠, 어쩌냐. 나는 그렇게 살아왔단다.  지금 생각하면 그때가 좋았던거 같은데......  간혹 요즘 한번씩 시골에 가보지만 우리때의 그런 기분은 없는것 같다. 

 

 

암튼, 최규석 작가도 자신이 겪었거나 부모님이 겪었거나, 누나들이 겪은 그 시대의 나와 같은 이런 이야기들을 보여주고 있다.  그래서 그는 그들을 원주민이라고 칭하는 거다.  지금의 우리들이 전혀 알 수 없는 그런시대의 이야기이므로.

엄청난 공감과 고향을 그리워하게 해준 작가의 만화를 읽으며 어찌나 킥킥거리고 아련했던지......

 

아, 오늘은 어린시절 모든것이 그립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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