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쌍하구나?
와타야 리사 지음, 김선영 옮김 / 시공사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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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뭐랄까.  제목하하는 기막히게 작명한 느낌.  책내용과 연관이 있으면서도 뭔가 임팩트있게 와 닿는 강렬함이 있다.  그래서, 한번 들으면 절대 잊을 수 없는 느낌의 책 제목이다.

마치, 정말 나에게 던지는 듯한, 처량하면서도 안타까운, 그러나 다시금 그 "불쌍" 함이란 단어에서 가라앉기만 할 거 같은 느낌은 아닌 그런 기분.

 

솔직히 일본소설을 읽으면 이해 못할 사건 사고들이 참으로 많다는 생각, 이런 사람도 있구나 하는 생각들이 들 정도로 인물 설정이 기막히고 어이없는 경우가 종종 등장한다.  이상한 사람들도 있지만, 대체로 보면 사랑하는 연인들의 관계설정에서 그런경우가 많았다.  예전 에쿠니 가오리의 소설 "낙하하는 저녁"에서의 인물 설정을 보며, 이런~ 이런~ 을 외쳤던 기억이 있는데, 이상하게도 그 인물들 가운데 한명은 꼭 나였다는 슬픈 진실.  그랬다.  참 손가락질 하고 바보같은 짓만 하는 인간들이다.고 생각하면서도 그 중에 한명은 내 모습을 하고 있었다.

 

 

두편의 중편소설인 이 책에 등장하는 인물중에도 그랬다.  참 답답하고 이해 못할 집단(?)인데, 그 중에 내가 있었던 거다.  젠장할~! 이라는 말이 나올정도로 답답한 인물이 결국 나인거다.  나참....... 그래서 나, 결혼전에 불쌍했었던가?

 

결코 양다리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연인을 편안하게 안심시키지도 못하는 류다이라는 인간.  아, 짜증난다.  그러면 안돼지.  어떻게 옛애인이 갈곳이 없다는 이유로 자신의 집에 같이 지내면서 지금의 애인에게 이해하라고 하는거지? 너같으면 되겠냐? 아, 진짜 짜증나.  그러면서도 적반하장이다.  이해못하면 헤어져.. 뭐시라? 이게 말이돼?  그런 사람이 어떻게 지금 애인과 헤어질까봐 괴로워했대.  아, 이해 안된다. 안된다.  젠장할..... 그래서, 나는 주인공 쥬리에가 짜증났다.  그런 상황을 이해하려고 자신을 착한척" 만들어 가는 여자에게 성질이 났다.  그런데 말이다.  실지, 나를 보면 어떤가?  나 역시 사랑이란걸 할땐 다 이해하려고, 헤어지는게 두려워 그러지 않았나?  바보처럼..... 결국 쥬리에의 모습이 나일 수 밖에 없었다.  그녀를 호되게 욕하지만, 결국 내 모습이었다는걸 깨달을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우리의 쥬리에.  대단했어.  마지막엔.. 진짜 통쾌했다고.  결국 난 상처만 받고 말 쥬리에를 떠올렸는데, 상처 받더래도 하고픈거 맘껏 하는 쥬리에 보면서 물개박수 천번 보냈다.  아, 짜릿함.  내가 다 카타르시스가 느껴지더만...... 결국 난 그러지 못해서 더 그런지 모르겠다만.  그래서, 나는 쥬리에가 불쌍하지 않다.  류다이와 헤어질까봐 전전긍긍하던 그녀의 모습보다 오히려 헤어짐앞에서 당당히 소리치는 그녀의 모습이 멋지고 뽀대났다.  좋았어.  좋았다구~!

 

 

그런데, 작품성(?)으로 보자면 <불쌍하구나?> 보다는 뒷편의 이쁜 아미에 대한 이야기가 더 나았던게 사실이다.  깊이 있는 심리묘사와 더불어 여자들만의 오묘한 신경전까지 표현된 이야기가 오히려 현실성도 있고, 읽는 맛이 있었다.  하지만, 결국 뭐랄까.  너무 현실이 투영돼 있어서 첫번째 이야기에 더 강한 끌림이 있었던 건지도 모르겠다.  게다가 뭐, 어쨌거나 연인이야기가 더 재밌기도 하니까.  뭔가 오에겐자부로 상을 받았다면 두번째 작품이 더 큰 영향을 주지 않았을까?  그만큼 탁월한 묘사였으니......

뭐 딱히 마지막이 그리 맘에 들진 않치만..... 뭔가 왠지 읽으면서도 이러다 친구한테 남자친구 뺏기는 거 아냐? 하는 불안감이 내재된 기분이랄까.  결국 그런 이야기는 아니었지만...... 여자들의 내밀한 우정.  그 진실의 파헤침.  이쁜걸로 점수가 매겨지는 세상에서 살아남는 사카키. 만약 너무 이쁜 아미에게 패배했다면 그리고 그 덕에(?) 콤플렉스로 가득찬 여자로 변신했다면 나는 뻔한 설정에 실망해 버렸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오히려 이쁜여자가 적응 못하는 반대급부의 이야기에서 응? 하며 왠지 뒷통수 맞은 느낌이었다.  와타야리사는 이쁘다면서 어째 못난 여자들의 심리를 더 잘 아는것 같냐? 

 

암튼, 간만에 만난 와타야리사의 글은 읽는 가독성 만큼이나 이야기도 재밌다.  첫번의 이야기가 좀 답답했다면 마지막에 포텐터지듯 확 저질러 주고, 두번째 이야기에서는 색다른 여자들의 미묘한 심리가 담긴 이야기가 현실감있게 그려진다.  지난번 읽고, 뭔가 좀 심심하다 느꼈는데, 괜찮고나.  완전 애정까진 아니지만 꾸준히 관심갖고 지켜볼 작가인거 같다.  이렇게 되면 초기작 "발로 차주고 싶은 등짝"을 읽어봐? 라는 생각이 드는걸. 흠.  일단 지켜보는 작가로 접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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